봄에 이기자 전우들과 동부인하고 선유도에 갔었다.
배를 타고 몇 번인가 들어갔던 기억이 있는 선유도는 이제 다리로 연결되었다.
신시도에서 무녀도 장자도를 거쳐 육로로 도달하는 섬의 모습은 너무 변해 있었는데
차로 4개의 섬만 둘러보고 차하사 부부와 대장봉만 올랐갔다가 되돌아 온 길이 너무 아쉬워
가을엔 꼭 혼자 다시 오고 싶었다.
고산군도의 재해석~~
고산과 함께 가기로 했다.
여행이란 게 혼자도 좋고 둘이도 좋고..
체력도 좋고 취향도 비슷하다.
열 밤이나 함께 자면서 즐거웠으니 마음도 맞아 긴 여행을 함께해도 좋을 친구…
근데 아주 사소하고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내 차량에 자전거 2대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한 대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난감해서 고산에게 전화했는데 자신의 차를 가져 가잖다.
아마무시한 무쏘는 뒷좌석을 눕히면 자전거 두 대는 너끈히 들어 간다고….
헐~ 내가 몸만 오라고 초대해놓고 내가 묻어가게 되었다.
연휴 때 가려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10월 3일로 미루었는데 백령도에서 이틀간 발이 묶인 고산이
전날 간신히 돌아 올 수 있어서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되었다.
계획의 전모는 일단 새벽 4시 30분 롯데아파트에서 회동하여 고산의 자전거 2대를 싣고 새만금
휴게소에 도착 아침을 끓여 먹는다
그리고 나서 신시도 대각산 까지 산행한 다음. 산을 내려와서 자전거로 선유도 까지 이동하면서 명소를
돌아보고 도중에 만나는 조망이 출중한 봉우리는 빼 놓지 않고 올라 풍경을 감상하는 것 타아이트한
일정이기는 하지만 색다른 재미가 기대되는 여정이다. .
컴퓨터처럼 우린 4시 30분에 만나 출발했고 6시 35분 경 방조제에서 붉게 떠오르는 새날의 태양을 마주했다.
허허로운 가을 여행 그리고 오랜 만에 열어 젖히는 새벽의 들창
맑은 아침 고요한 아침 바다 위로 찬 바람이 불어간다..
방조제에서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떠오른 태양이 환영인사에 멋진 하루의 예감과 기대를 실어 보
냈다.
먼저 신시도로 들어가 대각산 아래에다 자전거를 내려 놓았다.
도로개통으로 지형도가 완전히 변해버려서 대각산 날머리를 찾지 못했는데 능선을 흐름을 살펴서
대충 하산 예상지점을 추정했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 라면에 햇반을 끓여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먹었다.
당근 즐거운 하루겠지만 또한 많은 체력소모와 땀을 대가를 지불해야 할 터이니 기름부터 만땅
넣어야지.
이런 여행길에 딱히 준비할 것이라고는 아침 일찍 일어나 베낭을 둘러메는 것과 아침밥 든든히
챙겨 먹는 것
애기만두16개, 계란두개, 라면두개, 햇반 한 개를 폭풍흡입 한 것으로 모든 준비를 끝나고 우린
아침 8시 1차 목표지점 대각산 전망대를 향해 보무도 당당히 출발했다.
대각산 가는 길
귀연과 처음 함께 가고 그 후 산세와 풍광이 좋아 친구들을 데리고 몇 번 갔던 곳인데 주차장
좌측편의 들머리는 폐쇄되었고 우측 편 들머리에서 지그재그로 능선 위에 까지 등로를 재조성 했다.
좌측면 절개지 철계단으로 오르면 금방 오를 수 있는 길이 덕분에 많이 길어졌다.
능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등로에서 게를 세 마리나 보았다.
손가락 3개정도 크기로 모양은 일반 작은 게와 비슷한데 집게가 위협적인 붉은 색을 띠고 있다.
도대체 이 넘은 무신 종자인가?
바다에서 족히 200~300미터 올라온 등로에서 발견되는 이넘?
이젠 간장게장 용 작은 게를 잡으려면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가야하는 겨?
40도에 육박하던 여름엔 모기가 한 마리도 없더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요즘의 야밤에 앰브런스
소리를 내며 물어 뜯는 모기 때문에 잠을 다 깨고,,,
세상 참 이상하게 돌아 가는 거 가터…,
조망대에서 바라보는 아침바다의 풍광이 한 폭 그림인 듯 변함없이 아름답다.
고산 군도의 맑은 가을하늘이 열어주는 눈부신 아침바다
그 고요와 평화가 가슴으로 조용히 뛰어 든다.
친구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가는 편안한 길에 풍경마저 수려하니 기분도 상쾌하고 옮기는
발걸음도 가볍다.
월령봉을 거쳐 대각산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인간에 의해 완전히 변해버린 신시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산과 수림 사이를 관통하는 부조화스러운 거대한 콘크리트 도로
그 아름다운 섬의 풍경을 향해 수많은 차들이 돌진하면서 월령봉에서 대각산에 이르는 고즈녁하고
낭만적인 산 길은 그저 세월 속에 사라져 버렸다.
세상을 바꾸어 놓는 건 인간이다.
개발의 미명아래 금수강산 아름다운 산천을 까마귀 똥파헤치듯 헤집어 대는 젓도
욕심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대자연의 그늘을 걷어내어 우리의 정신과 마음의 쉴 곳을 없애버리는
것도..
선유도로 질주하는 도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산허리를 잘라 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아물지 않은 허리 위에 덧댄 이동 통로를 따라 반대편 능선으로 넘어 몽돌해수욕
장으로 내려섰다.
태양이 조금씩 달아올라 제법 땀이 나던 차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해안 절벽 그늘에서 배낭을
내리고 잠시 휴식하다가 가파른 바위 길을 따라 대각산 전망대에 올랐다.
후련하게 고산군도가 조망되는 전망대.
사위의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 온다.
무수한 세월이 흘러 갔다.
함께 이 곳을 올랐던 친구들은 세월에 늙어갔고 섬은 자꾸 소란스러워 졌다.
3월 1일 하늘이 열린 날 나는 다시 새 친구와 대각산에 올랐다.
세월에 굳이 물어 보지 않아도 된다.
함께 먼 여행을 하고 싶은 친구라면 좋은 친구가 분명할 터이니….
우린 해안 길의 중간지점에 자전거를 두었는데 하산로는 능선을 따르지 않고 좌측으로 굽어진다...
좌측으로 내려서면 해안도로 포장 길을 너무 많이 걸어야 하기에 우리는 애초에 보았던 가운데 능선
길을 따라 길을 만들면서 내려갔다.
비록 삐삐선 줄을 따라 고라니나 다닐 법한 길의 흔적을 쫒아 가시덤불에 찔리고 나뭇가지에 걸리면서
악전고투한 하산 길이었지만 우린 정확히 자전거를 내려 놓은 위치로 떨어졌다.
나름 성공적인 하산 길이었다.
선유도 가는 길
우린 새로 난 도로 한 켠의 자전거 길을 따라 시원한 바다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달렸다.
예전에 백두대간 땜빵을 하면서 자전거로 이동한 적은 있지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산 길을 걷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우리는 무녀도 갯마을에 들려서 해안 도로를 따라 가며 해안정취를 감상하였고 테크가 놓여진 곳에서는
데크를 따라 산책하며 여유롭게 바다의 풍경을 즐겼다.
장자도에서는 먼저 선유도와 이어지는 엣날 연육교를 도보로 걸었다.
언젠가 걸어 본 듯 낯은 익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주변이 너무 많이 바뀌다 보니 그 기억이 생소하다.
그 높은 다리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서로 얘기를 나누며 거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바다 한 가운데
놓인 다리라 바람은 시원하고 풍경은 후련했다.
다소 아쉬움이라면 휴일이라 너무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
사람 사는 게 그렇다.
짧은 인생의 봄은 흔적 없이 지나고 사는 것에 치여 무성한 여름이 가는 것도 모르고
인생의 가을날 비로소 바람 좋은 길에 걸터 앉아 여유롭게 술 한 잔 치려는데 때이른 찬바람이 돌고 뼈마디가
욱신거린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뜨거웠던 젊은 날의 기억조차 가물거리고 짧은 가을은 먼저 가슴을 메마르게 할 것이다.
살아 있는 자의 가슴은 더 뜨거워야 한다.
멋지지 않은가?
가을바람에 이렇게 올라탈 수 있는 낭만적인 오늘.
연육교를 걷고 나서 막걸리 한잔을 친다.
홍어 한 접시 앞에 놓고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이 있고
속 까지 찌르르하게 하는 시원한 막걸리가 있다. …
아직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지나치지 않을 뜨거운 가슴이 있고
흔쾌히 먼 여행을 함께 떠널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이 가을 딱 이만큼만 넉넉하믄 되었지 더 뭘 바랄까?
우리가 잔에 따라 마신 건
감미로운 바다의 추억 그리고 가을의 낭만
다시 대장봉에 올랐다.
봄에 올랐지만 선유도와 장자도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정망대를 지나칠 수가 없다.….
풍경은 날씨와 기분과 계절에 따라서도 수시로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봄 바람 대신 가을 바람을 맞으며 변함없는 수려한 풍경을 내려다 본다.
남아 있는 나의 날들이 기쁨으로 가득 차고 남아 있는 가을이 더 아름다울 수 있기를…..
내려오는 길에 우린 또 집게가 빨간 게를 다시 만났다.
사진을 찍기 위해 건드리자 이 넘은 아얘 큰 집게 발을 하늘로 치켜 올리며 위협적으로 대든다.
“진정해라 ! 난 싸우자는 게 아니라 사진 한 장 찍자는 거니…
초상권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천재적인 환경적응 능력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니…
드넓은 바다가 모자라 산 위에 까지 영토를 넓혀가는 너의 무변의 뜨거움에 관하여 …
…
우린 옛날 연육교를 지나서 선유도로 넘어 갔다.
바위만 멋적게 서 있는 망산에는 오르는 밧줄을 모두 끊어 놓았단다.
언제가 또 누군가가 밧줄을 달아 매어 놓겠지….
변화무쌍한 인생길에서 무얼 장담하고 기약할 수 있겠냐 만은
훗날 어찌어찌한 일로 다시 선유도에 들면 그땐 미답의 망주봉이 아직 거기 있으니
더 반갑지 아니할까?
우린 망주봉 대신 대봉에 올라 선유도를 내려다 보았고 해변에서 바닷가 작은 섬까지 이어진 데크를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면서 선유도에 안녕을 고했다.
4시 30분쯤에 우리는 선유도의 모든 추억을 갈무리 했다.
새벽의 빗장을 열었던 선유도가을여행길은 그렇게 끝이 났다.
꼬박 12시간 이어졌던 숨가뻣던 여행길…
여름에 칩거하고 가을에 떠난다는 올해 나의 슬로건에 걸맞게 우리는 꽉찬 여행길을 마무리하고 그렇게
무사히 돌아 왔다.
중간에 도로의 차 사고로 20여분 막힌 탓에 집에 돌아 오니 8시가 다 되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지루할 겨를이 없는 시간이었다.
도처에 편재하는 가을
아직 건강하고, 가지 않은 많은 곳들이 남아 있고 함께할 좋은 친구들이 있다.
가을이 내게 말을 걸고 내 가슴이 거기에 공명하는 한 내 인생의 가을날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가을은 다 좋다.
혼자 떠나도 좋고 둘이 떠나도 좋고….
고산이 찍어 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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