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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시우이야기 (요람에서 -돌까지 1년)
















































































































































시우 이야기

 

2018년 2월의 마지막 날 홀연히 신에게서 인생 선물을 받았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2.6 kg 작은 천사 그리고 할아버지 임명장

 

헐 저것이 언제 크지?

그리고 한 해가 바람처럼 흘러 갔다.

2019년 2월 28일

시우는 벌써 첫 돌을 맞았고 두 발로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

 

아이가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울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던 어느 날 맑은 미소로 세상을 밝히는 것도

누어서 버둥거리다가 어느 날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고, 앉아서 놀고, 그러다가 걸어 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아이가 자라는 걸 보는 것은

봄을 맞이해 나날이 푸르러 가는 초록의 벌판에 서서

작은 나무가 연초록 새싹을 피워내고 수 많은 꽃들이 손을 흔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는 거

 

시우는 웃보

시우는 하부지 하무니와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잘 웃었다.

까꿍 놀이를 하면 소리를 내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특히 분노의 발차기와 아크로 바트는 일품이었다.

외발차기 … 양발차기…

 

옆에서 같이 있으면 혼자서도 잘 놀고 울지도 않았다.

잠투정할 때 말고는 별로 찡찡거리지도 않았다.

시우는 잠이 올 때 흡사 발성연습 같은 자기만의 노래를 했다.

~~~

 

2018년 여름 아빠엄마는 베트남으로 휴가를 갔다.

하부지 할머니와 잘 놀고 잘 자다가 3일 째 엄마,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시우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과 외면하는 눈길로 말은 못하지만 그립고 서러운 감정을 가슴 짠하게 보여 주었다.

6개월 조막막한 녀석이 어떻게 엄마를 알아 보는 것이여? 

그리고 항상 눈길이 마주치면 활짝 웃어주며 좋아하던 할아버지가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으로 안나푸르나에서 돌아온 날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부랴부랴 머리깎고 면도하고 야단법석 그리고 난리부르스 !

부랑자 할아버지를  다시 말끔하게 런던신사로 만들어 주는 귀여운 녀석

흘러가는 시간이 몸만 키워내는 것이 아니었다.

 

아기가 자라는 것은 신비롭고 오묘한 대자연의 섭리 그 자체였다.

처음엔 누워서도 잘 놀았다.

점점 누워 있는 것이 심심해 지면서 여러모로 애를 써보긴 하지만 몸을 뒤집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렵게 뒤집기에 성공했는데 목을 가누지 못하니 엎드려 버둥거리다가 숨이 막히면 우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뒤집기 전쟁!

엄마가 안아주다가 누이기만 하면 일단 뒤집고 버둥거린다.

그러다 힘이 부쳐 고개를 쳐 박으면 다시 엄마가 안아 주고….

얼굴을 이불에 묻고 버둥거리는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은 이후에 시우의 목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시우는 비로소 세상을 향해 스스로 고개를 들었다.

시우의 진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개를 가눈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턱을 괴는 편리함을 스스로 터득했다.

생각하는 시댕

뒤집기와  고개들기에 성공하고 나서  시우는 한시도 누워 있지를 않았다.

잽싸게 뒤집고 나서 머리가 무거우니 일단 턱을 괴고 여기저기 풍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작은 세상이지만 내 힘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세상은 신기하다.

이것 저것 정리하느라 바쁜 엄마

졸리는 아빠.

그리고 가끔 찾아와 돌봐 주시는 하부지 할머니들

 

하지만  엎드려서 고개를 치켜들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고 힘들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턱을 괴고 고민을 거듭하던 시우는 어느 날부터 혼자 일어나 앉기 시작했다.

흐미 이렇게 편한 것을…”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는 시우 뒤통수에다 쿠션을 채워 주었다.

혹시나 세상 구경하다가 벌러덩 나자빠 질까 봐….

또다른 시행착오를 통해 녀석은 쿠션의 감각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방바닥에서는 절대로 뒤로 넘어가서는 안되고 소파와 하부지 무릎은 괜찮은 거구

끝없이 탐구하는 시우~~



아이들 세상은 거꾸로여

어른들은 세상을 전쟁터로 만들었지만 이이들의 세상은 놀이터지

그랴서 전쟁터를 떠난 하부지가 놀이터에서 시우를 만났으니 찰떡 궁합이지


늙으면 걷는 것 보다 앉아 있고 싶고 앉으면 드러눕고 싶다지만

하부지는 아직 넙은 세상에 목마르고  

시우는 누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걷고 싶고…..

 

그러던  어느 날 시우가 갑지기 뒤로 기기 시작했다.

~~~

전진을 하기 전에 작전상 후퇴부터 터득하다니….

그려~ 살아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퇴로를 확보해 놓는 것도 중요한 일이제 …”

뒤로 먼저 기는 법을 터득하고 난지 몇 주 후에는 앞으로 기어가는 편리함을 터득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오랜 버둥거림 속에서 혼자 어렵게 깨우친 비법이었다.

 

엄청난 기동력을 얻게 됨으로써 호기심 많은 시우에게는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렇게 시우의 지평은 점점 넓어 갔다.

이불보에서 거실로 그리고 거실에서 부엌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여행

이불을 박차고 나와 시우는 거실이고 안방이고 건너방이고 부엌이고 닥치는 대로 돌아 다녔다.

그 중에 단연코 시우가 가장 좋아하는 신천지는 화장실과  부엌 의자 아래 였다.

두더쥐처럼 장롱아래나 혹은 의자 아래로 들어 갔다.

 

기어 다니는 것은 기동력은 좋은데 단점이 있었다.

무릎이 아프고 힘이 많이 든다는 거

 

그리고 또 시간이 꽤 흘렀다.

이유식을 먹게 되고 아래 이빨도 났다.

호기심도 더 강해졌다.

보이는 건 모두 입으로 가져가고, 새로운 것들은 잡아 댕겨야 직성이 풀렸다.

시우가 좋아하는 건 하부지 집의 화분

그리고 하부지가 기르는 접시 땅콩

 

하부지 집에 오면 기어서 돌아다니기 바쁘다.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한 것 투성이다.

시우 어디가니?”

안돼! 언돼!”

 

새로운 것들을 향해 손을 내밀 때 마다 으례껏 들리는 소리

만져서 안되는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그 소리가 나면 한 번씩 쳐다보면서 씩 웃고는 목표물을 향해

돌진했다.

 

아빠가 무릎 위에서 한 번씩 안아 줄 때면 다리를 꽂꽂이 세우고 저 혼자 신이 나서 요동울 치다가 다리

힘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루따루 루따루  ! “

그런데 하부지는 오기만 하면 시우를 무릎이나 방바닥에 혼자 세우고 서는 연습을 시켰다..

 

그 후로 한 동안 꽤 오랜 소강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시우는 루따루 루따루하면 오래 혼자 서 있을 수 있었다.

비로소 세상에서 혼자 우뚝 서게 된 시우

자신의 힘으로 서서 눈 높이로 바라보는 세상은 새로운 감동 이었다.

그것도 잠시

혼자 서고 난 지 일주일이 채 안되어 시우는 한 두 발을 떼기 시작했다.

아빠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시우 걸음마를 시키고

하부지,하무니들은 시우를 만나기만 하면 걸음마하는 시우 양 손을 잡고 방을 몇 바퀴 씩 돌았다.

 

가끔 영상통화 할 때면  앉아 있던 시우는 언제부터인지 보란 듯이 혼자 서서 하부지 한테 100만불

짜리 미소를 날렸다.

시우는 첫 돌을 3주 남기고 혼자 3~4 발자국씩 떼기 시작했다.

좀 더 먼 거리에서 부르면 처음엔 머뭇거렸다.

자신감만 있으면 갈 수 있는데 지레 겁먹고 주저 앉거나 오다가 멈추고 기어서 왔다.

하지만 더 벏은 세상을 향한 .시우의 걸음마는 나날이 발전을 거듭했다.

2주 전에는 7~8 발자국씩 뗄 수 있었고 1주를 남기고는 하부지 집 한 쪽 거실 끝에서 다른

끝까지 어렵게 뒤뚱거리면서 걸었다.

 

하부지는 1년 동안 쏘다니면서 펑펑 놀기만 했는데 

시우는 태어난 지 일년 동안에 참으로 수 많은 일을 했다.

눕다가 뒤집고 뒤집다가 일어나 앉고 그리고 나서 기어 다니고

그러다가 일어서서 걸었다.

 

생일날 시우는 아빠 엄마 손을 잡고 걸어서 입장했고 나중에 돌잔치가 끝나고는 통로를 뛰어다니

다 시피 했다.

시우의 숨가빴던 1

눈도 못 뜬 채 2.6 kg로 조막만하게 태어난 것이

태어나서 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아기가 이젠 자신의 존재로 세상을 빛나게 밝히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 곳곳을 두루 걸어 다닌다.

 

임제 선사가

물 위를 걷는게 기적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던가?

아기의 맑은 영혼이 봄날의 웃음꽃을 피우고 아기의 웃음이 있는 곳이 정녕 천국 이었다.

.

시우 만세 !

요즘 시우는 엄마 아빠하고 키즈 까페나 문화센터도 잘 다니고 하부지하고 공놀이 하면서 즐겁게 지낸다.

돌이 한 주 지나자 혼자 말도 잘하고 맘마 , 엄마 , 아빠 소리는 아주 똑똑하게 발음한다.

 

시우야!!!

첫 생일을 축하한다..

건강하게 잘 잘라 주어서 고맙다.

수 많은 사람들이 너의 생일을 축복해 주었단다.

엄마도 아빠도

하부지 할머니들 그리고 증조할머니도

무수한 양가 친지들 그리고 엄마 아빠 친구들도

그리고 아빠의 초등학교 은사님도….

 

많은 사람들의 보내준 사랑을 기억하렴

그리고 하부지가 너를 위해 하루 꼬박  너의 지난 1년 사진을 정리하고  너의 자라온 이야기를 

선물로 전해준 것도... 

  

너의 밝은 웃음처럼 앞으로도 항상 즐겁고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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