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와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 졌다.
안나푸르나 친구들과 속리산 전지훈련 후 친구별장에서 1박 하면서 단합대회를 하기로 했는데
느닷없이 태풍 솔라가 올락오고 뒤이어 사마란의 시간차 공격이 예상된다고 언론에서 난리
부르스를 떨었다.
소모된 비용이 없었고 친구의 노파심 까지 가세한 탓에 아쉽게도 전날 전격적으로 산행과 일정을
모두 취소 했는데 정작 태풍은 흐지부지되고 비도 거의 오지 않았다.
무더위도 바람도 너무 시원해서 산 타기 정말 좋은 날이었다.
태풍 다나스가 온다고 했다.
사실 남부지방을 관통한다는 소리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랫 지방을 슬쩍 스치고 지나면 비도 안 맞고 시원한 바람 속을 산행 할 수 있다.
덕유의 가장 멋진 산행의 추억이야 단연 녹담만설의 환상 설경 산행이겠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해 여름날 태풍 소식도 아랑곳 않고 덕유로 떠나서 만났던 아름답고 황홀한 추억은
두고 두고 전설이 되었다..
그날 우리는 흠뻑 젖을 각오로 입산통제를 뚫고 향적봉에 올라섰고 비대신 세찬 바람이 휘몰아
치는 장엄한 덕유 세상을 마치 선계를 거니는 듯 몽롱한 신비감 속에서 유영했던 것이다.
춤추는 푸른 녹음을 따라 마음도 함께 춤추던 시원한 가을 산행 이었다.
늘 거르지 않고 시산제도 올리고 덕유로 떠났던 무수한 날들이 즐겁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덕유 산신령님이 알아서 다 주선해 주시겠지….
출정 이틀 전
근데 이틀 전부터 강수확률이 급격히 올라 갔다.
이번 태풍은 바람보다 비 피해가 더 우려 된단다.
하지만 태풍이란 게 술 원래 취한 넘처럼 이리저리 비틀대며 걸어서 각 나라의 기상청 예보도 다
제 각각이라 어디로 튈지는 그 날 가봐야 안다.
취소하고 다음을 기약하면 간단한데 문제는 팬션 환불규정이다.
전전일은 50% 환불, 전일은 25% 환불
근처에 가지도 않고 돈을 떼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비를 핑계로 팬션에서 아침부터 술만
풀 수 없으니 친구들 적성이 안 맞는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날궃이는 해야 한다.
그래야 고기 맛도 살고 술 맛도 살 것이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덕유산 통제는 불가피 할 것이다.
덕유산이 통제되면 곤도라가 운행된다 해도 향적봉 대피소에서 중봉가는 길을 통제할 것이니 예정된
코스를 가는 건 도둑산행이 된다.
큰 산에서 비 맞으며 산행해 본 경험도 없고, 다들 이제 환갑을 넘긴 친구들이라 고원에서 비를 맞으며
산행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터인데 위반까지 감수하면서 강행할 수는 없는 일이니 사실 원안은
물 건너 간 셈이다.
어쨌든 추이를 지켜 보고 추후 최종 공지를 하기로 했다.
출정 하루 전
출발 전날 오후 4시경 리조트 곤도라 관리팀에 전화를 했다.
늘 그렇듯이 원론적인 대답이다.
“비가 오는 건 상관이 없는데 바람이 많이 불면 운행이 안 됩니다..
내일 아침에 시운전을 해봐야 압니다.,”
다시 덕유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전화를 했다.
“지금 전 등산로 출입통제 입니다.”..
무주에는 아직 비가 안 오는데 거창 쪽에는 이미 큰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헐~상황 끝이네 !”
이제 대만 쪽을 지나는 태풍이 이렇게 비를 뿌리는데 내일 북상하면 더 많은 비가 올 테니 언감생심
통제가 풀리는 건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되면 삼공리 백련사 코스를 걷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
워낙 큰 계곡이라 웬만한 비에는 끄덕이 없고 산행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물구경 하면서 걷기에
안성맞춤의 길이긴 한데 사람들이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물에 휩쓸릴 위험도 상존하고 또 백련사까지
간다고 하고 향적봉을 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면 당연히 입구를 차단해 버린다..
도둑산행 아니고는 택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내일 백련사 까지만 출입이 허용해 줄 수 있냐고
어리석은 질문을 해보지만 모범답안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
아랫 쪽에 비가 많이 오면 영동 백화산 자락 호국의 길이나 둘러보고 양산8경이나 구경하려 했지만
우중산행을하고 숙소까지 한 시간 이동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아 무주의 맘새김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가벼운 산책로이니 많은 비가 와도 그리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9시 30분에 무주 산들애 식당에서 만나 천천히 아침을 먹고 움직이기로 최종 공지를 했다.
산행 당일 - 20일 토요일 아침
이침에 일어나니 비가 추실추실 내리고 있다.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지리산, 덕유산 전면통제
설악산 부분통제란 대자보가 붉은 글씨로 대문에 걸려 있다.
롯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성환이를 만나 준비물을 싣고 무주로 떠나다.
오랜만에 만나 이러저런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길
아래로 갈수록 빗방울은 조금씩 굵어지더니 리조트 입고 식당에 도착할 때는 한여름의 장대비가
장하게 내린다.
“덕유 신령님 정말 너무 허시네..
모처럼 친구들과 1박 일정을 덕유산에서 잡고 또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산들애 식당
우리나이에 가장 무난한 음식이 버섯 전골이 아닐까?
어제 잠시 인테넷 검색과 주인과의 통화로 예약한 식당 치고는 맛도 분위기도 그만하면 훌륭했다.
태성이도 일부러 자주 먹으러 오는 식당이란다.
우야튼 비는 비대로 넉넉히 오고 우리는 이따가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오랜만에 만나 맛 있는 음식과
한 잔의 막걸리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슬며시 일어났던 성환이 밥값을 계산하고 돌아 왔다.
오랫만에 빗속을 뚫고 만난 친구들에게 따뜻한 아침밥을 사주는 친구의 마음
“잘 먹었네 친구. 고마우이…”
성환이 사준 대짜배기 능이 버섯 전골
맘새김길 (후도교) 에서 기념 촬영
맘새김길(학교길) 트레킹
한참을 즐겁게 떠들다 카피와 겨우살이 차까지 마시고 나서 산행 준비를 하고 비장한 각오로
빗 속으로 떠난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 보내기 위해 바위를 쪼개 길을 내었다는 학교 길을 이제 훌쩍 60을 넘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걷기 위해서….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과 싸늘해지는 날씨에 마음은 착잡 해진다...
60세 할배들의 떼 날궃이
이것도 사는 재미긴 한데 오늘 괜찬으까?
근데 우짜 이런 일이?
무주고등학교에 차를 파킹하고 산행들머리 후도교로 이동하니 거짓말처럼 비가 자즈러 들었다..
동네 산의 짧은 길이니 점심도 술도 모두 내려 놓고 물과 간식만 챙겨서 가볍게 떠나는 길이고
날씨마저 좋아지니 마음도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 진다.
(근데 그렇게 얘기해도 아직도 산에 가면서 물통도 하나 안 가지고 덜렁 덜렁 가는 넘이 있다. 헐~~~ 아직 인생 쓴 맛을 못 보았다는 얘기 )
배는 좀 곯아야 고기가 맛 있겠지만 아무리 비가 와도 물과 비상식량은 기본 에티켓이지
들머리에서 기념촬영을하고 산행을 시작하다.
비 맞은 풀과 싱그러운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축축한 숲과 대지는 그리운 고향의 냄새를 바람에
날린다.
어느 새 비는 슬며시 그쳤다.
친구들은 무슨 애기가 그리 많은지 풍경은 뒷전 이고 이야기 나누기 바쁘다.
질마바위 - 원래 둘레길 이름인 "학교길"이 유래된 바위
아이들을 학교보내기 위해 부모들이 망치와 정으로 바위를 쪼아 낸 길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읍내리 520번지에 위치한 사찰로서,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金山寺)의 말사이다. 무주읍내 뒷산인 향로산 중턱에 자리한 북고사는 본래 고려 공민왕 때 경월사(慶月寺)로 창건되었고, 조선 초기 새 왕조의 꿈을 펼치던 무학대사(無學大師)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절이다.
향로봉 정자에서 조망
북고사에서 물 한잔 마시고 경내를 둘러 본 다음 향로봉에 올랐다.
세 번 째 오는 길이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이 발 아래 펼쳐 졌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청명하고 깨끗한 날이라 멀리까지 조망은 막힘이 없다.
“꿩 대신 닭이라더니 이정도면 닭 맛도 괜찮은 거지 !”
비 맞은 각오론 나선 길이서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시원한 옥바람을 맞으니 가슴에선 또 욕심이
일렁인다.
이런 날에 덕유산 주릉을 걸을 수 있다면 정말 장엄하고 아름다운 덕유를 만날 수 있을 텐데…
덕유산 쪽에서 휘몰아 쳐 달려오는 비
정자에서 친구들이 가져온 간식과 술을 치면서 아쉬운 마음에 혹시나 하고 리조트에 전화를 걸었다.
곤도라는 운행이 되지 않는단다.
다시 덕유산 관리공단으로 전화를 걸었다.
입산통제는 풀리지 않았고 거긴 비가 엄청 내리고 있단다.
헐~~~
여기하고 거기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친구들이 가르키는 덕유산 쪽을 바라보니 남쪽 높은 산 쪽은 큰 비가 오는지
뿌연 비 안개에 싸여 점점 가까이 다가 오고 있다.
서늘한 간담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정말 순식간에 비가 들이쳤다.
하지만 빗줄기는 그리 굵지 않았다.
그 후로도 비는 조금씩 내리다 멎기를 반복했고 능선을 따라 흘러가는 길에는 세상의 시름과 세속의
진폐를 날려 주는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 주었다.
비는 그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정자에서 막걸리와 맥주를 놓고 닭발 편육과 치킨을 안주로
술 한 잔 친다.
활공장 쪽으로 비무장 산행준비
무릉이 따로 있더냐?
신선이 따로 있더냐?
그림 같은 풍경이 있고
함께 할 친구가 있고
한 잔 술이 있고
그 잔에 담길 사연과 정이 있으니
여기가 무릉도원이고 우리가 신선이지
세활공장 아래 새로지은 정자
친구들 컨디션도 좋고 산길도 쾌적해서 산행 거리를 조금 늘리기로 했다.
애초에 생략하려 했던 좌측 산길의 전망대와 활공장을 다녀 오기로 하고 배낭은 모두 벗어서 정자
한 켠에 놓고 가벼운 비무장으로 왕복 3.5km 그 길까지 천천히 다녀 왔다.
활공장에서 기념촬영 (반환점)
그리고 제2 전망대와 제 3전망대를 거쳐 오산 삼거리 바로 앞까지 내려 섰다가 다시 산허리 길을
따라 지은지 얼마 안되는 반디아파트로 내려섰다.
역방향 정자까지 늘여서 약 10km 산행을 한다고 했는데 친구의 트랭글 기록으로는 이동거리가
12km를 넘어섰고 시나브로 5시간이 훌쩍 지나 갔다.
세제 2쉼터
성환사진
산 행 일 : 2019년 7월 20일
산 행 지 : 무주 맘새김길
산행코스 : 후도교-질마바위 –북고사 –향로봉-제2전망대-제3전망대-오산삼거리-반디아파트
-무주고교
산행거리 : 약 13km
산행시간 : 5시간 20분
동 행 : 78ENG 동윤,성환, 양표,진호,전환,종경,태성
날 씨 : 흐리고 비 (태풍 다나스 영향)
탈피 그리고 환골탈퇴
차량을 회수하여 들머리 후도교로 이동하니 신기하게도 다시 빗줄기가 굵어진다.
굵어진 빗 속을 달려 무주 읍내를 휘저으며 드라이브 하다.
옛날 동네 목욕탕 같은 럭셔리 모텔 사우니
열탕이 온탕이고 온탕이 미지근도 안한
사우나실 벽 판자는 두어 개 뜯겨 있어도 안의 열기는 아주 뜨거운 사우나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날개
옷을 갈아 입고 개운한 기분으로 산들팬션에 입소하다.
팬션 야외 만찬
즐거운 산행과 기분 좋은 사우나를 마치고 멀리 떨어진 이향에서 오랜 친구들과 개구리 울음소리
들으며 술 한 잔 친다.
먼저 시아시된 맥주와 수박으로 목을 축이고 나서
수정방과 양주로 분위가를 띠운다.
야외 숯불바베큐의 달인 태성
영동에 산들팬션은 비교도 안되는 럭셔리 별장을 갖고 있다.
특품 새우젓과 갈치젓 소스를 준비해오고 친구들을 위해 현란한 불기술을 구사 하는 중
고기도 많이 먹어 본 넘이 잘 굽고 노는 것도 많이 놀아 본 넘이 잘 논다고 태성이 소고기 숯불
미디움 구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라 그 재능기부에 친구들의 입이 더 즐거워 지고…
그렇게 이향의 밤은 깊어간다.
늙어 간다는 건 많은 것들이 떠나고 사라지는 거
내 안에서 … 내 곁에서
나의 영향력과 힘이 사라지고..
사람들과 친구들이 떠나고
더 소중해지는 시간의 가치가 사라지는 거.
오랜 친구와 추억을 잃지 말게나
돈이 많고 건강해도
사는 재미까지 떠나면 마음 속 열정과 의욕도 따라서 떠나는 거라네….
분명 이중에 한 넘 인디 ...
근데 뉘기여?
비가 추실 추실 오는데 안성읍 노래방 택시 부른 넘이?
앉으니 눕고 싶고
노래하니 춤추고 싶다고
세월이 가도 수그러 들지 않는 사나운 욕심들…
허기사 그 욕심들이 있었으니 이렇게 잘들 살고 있는 거겠지
교감이 먼저 그랬는지 교수가 먼저 그랬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비내리는 용추골의 선동에 마지
못한 젓처럼 그렇게 추임새를 넣었던 것이다.
‘동윤이 노래방 안 갔으면 서운 할 뻔 했어 !”
아침과 점심에 반주로 막걸리와 맥주 마시고
저녁에 빽알과 위스키 마시고
정육점 붉은 불빛이 교교한 시골 노래방에서 매실주를 탄 맥주를 마시고…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늙어지면 할 일이 없으니~~
인생 별거 있냐?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데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며 사는 거지
그렇게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면서 늙어가는 거지,,,
그려 영욱이 말이 정답이여~~~!
우리는 즐겁게 놀다가 돌아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김치찌개 끓여 먹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지나고 나니
덕유 신령님의 보살핌과 사랑이었네…
구름을 불러 태양을 가리고…
산행 중에는 태풍의 비를 잠재우시고
시원한 바람을 풀어 여름 속의 푸른 가을을 열어 주시고
낮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소요를 허락하시고
맑은 기쁨을 가슴에 들이게 하셨으니….
우리가 그 옛날로 돌아 간 듯 즐거운 시간 누렸던 건
나에게 모든 걸 다 맡겨주고 날궃이도 마다 않고 기꺼이 따라준 친구들 덕분이네
어설프게 끓인 김치찌개도 맛 있게 먹어주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 따뜻한 마음들 때문 일세…..
즐거웠네 친구들
하늘이 푸른 가을 날에 다시 만나세….
덕유산 소요금액 정산
팬 션 : 250,000 원
숯불장비 : 30,000 원
준 비 물 : 142,420 원 (영수증첨부) 소고기,삼겹살,야채,맥주,음료,맥주,소주,햇반
,수박 30,620 원 (영수증첨부) 고추,마늘,소금,쌈장,호일,1회용접시외,라면 10,000 원 김치
사 우 나 : 35,000 원 (영수증첨부)
총 액 : 498,040 원
분 담 금 : 71,000 원
능이전골 아침식사 : 12만 (성환부담)
수정방,닭발편육,새우젓,갈치젓 : 태성찬조
위스키 + 노래방비14만 상당 : 전환부담
곶감,와송주+매실주 : 진호
치킨,막걸리 : 종경
대추,침향환영양제 : 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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