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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오지 계곡산행 - 영월 내리계곡

















































































































청백에서 내리계곡을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한국에 몇 안되는 청정오지계곡으로 소문난 곳이라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곳이지만

멀기도 하거니와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 산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아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세월이

많이도 흘러갔다.

게다가 조막막한 땅덩어리 금수강산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갈 데가 또 얼마나 많은가?

시간과 건강만 받쳐주면 물 건너 희안한 세상들도 웬만큼 돌아봐야 하구

세월이란 넘이 원래 융통성이 없어서 앞뒤 안 돌아보고 주야장창 앞으로만 갈 줄만 아는데다 인생

후반부에 들어서면 두루마리 화장지 풀리듯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순식간에 풀려나가는 법이라 작정하고

길을 나서지 않으면 마음에 둔 곳들을 몇 개도 돌아보기도 전에 먼저 구들장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른다.

 

여름 산행의 묘미야 당연히 계곡산행이 아닌가?

여름일수록 산자수명의 큰 산에 들어야 기세등등한 폭염과 제대로 한판 뜰 수가 있다.

불볕 더위 속의 후련한 카타르시스!

늘 그러하듯이

올 여름에도 민주지산과 대둔산 수락계곡의 시작으로 지리산 화엄계곡과 뱀사골, 괴산 옥녀봉의

갈론계곡, 도명산의 화양구곡을 누비며 폭염 속에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계곡의 청수에 뛰어들면서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 보냈다.

 

태풍 크로시가 동해를 빠져나가면서 열대야까지 슬그머니 물러간 8월러 셋째 주에 내리계곡 탐방기회

까지 주어졌는데 어제까지도 벌겋게 화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대들던 드센 여름 아줌마가 풀

죽어 주섬주섬 보따리를 싼다니 웬지 측은하고 아쉬워 진다.

 

도착해보니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있는 계곡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동네 이장의 허락을 맞고 마을사람이 안내를 받아야 탐방이 가능하단다.

 

내리계곡은 영월 남단 구룡산(1,346)과 선달산(1,236)에서 발원한 물이 합류해 만들어진 계곡이다.

구룡산과 접한 상동읍 일대는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에 속한다고 한다.

십승지란  천재지변이나 전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조선시대 10군데 땅을 일컫는데

정감록에 근거한 풍수의 길지로 한국의 전통적인 이상향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흐른 물은 영월군 남쪽에서 서북쪽으로 길게 형성된 김삿갓면 가운데를 관통하여 내린천으로

흘러내리니 그 물에 목욕재개를 하면 풍진 세상을 등지고 초야야 묻혀 살다 간 김삿갓처럼 세속의

욕심과 근심을 모두 씻어 내어 맑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았지 않을까?

 

* 영월의 대표적인 계곡 관광지, 내리계곡 *
경북 구룡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강원도 선달산의 전나무 숲에서 솟아나오는 물이 합류하여 계

곡을 이루는 내리계곡은 영월의 대표적인 계곡관광지이다. 내리계곡은 영월에서 약 2.5km정도의

거리에 있으며, 영월읍에서 고씨동굴을 지나 상동쪽으로 30km 지점에 있다. 또한 자연경관이

수려할뿐만 아니라, 기개가 웅장하면서 소박한 맛을 느낄 수 있어 가족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림은 비교적 양호하다.
이 계곡에는 특별한 폭포는 없으나 계곡으로 보기에는 다소 큰규모와 풍부하고 깨끗한 물, 기암 절벽이

곳곳에 있어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계곡의 입구 약 3km정도만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뿐

나머지 구역은 원시림에 쌓여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
내리계곡이 다양한 볼거리
*
울창한 숲사이로 수정과 같은 맑은 계곡 물이 흐르고 있으며, 주변에 칠용 폭포가 있다. 봄철에는

계곡 주위의 암석 사이를 붉게 물들이는 철쭉꽃이 장관을 이루며 깔딱메기 등 고기가 많아서 낚시꾼

들이 즐겨 찾는 곳다. 특히, 여름철에는 전국에서 모여드는 피서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리계곡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김삿갓)

김삿갓의 집안은 1811년 일어난 홍경래의 난 때 관직에 있던 조부 김익순이 투항하는 바람에

풍비박산 났다.

김삿갓은 어머니 함평 이씨와 함께 영월로 숨어들어와 살았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성장한 김삿갓은,

영월에서 열린 백일장에 나가 김익순의 죄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로 장원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귀가해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한다.

어머니는 그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란 말을 전해준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수년간 인근에 은둔하다

결국 유랑 생활을 시작한다.

평생을 가진 자와 권력자들을 풍자하는 시를 쓰며 다니던 그는 전남 화순에서 객사했고, 유해는 이곳

영월 땅으로 옮겨져 묻혔다.

 

산 행 일 : 2019818

산 행 지 : 영월 내리계곡

산행코스 : 큰고개마을(모티지)-지계곡-미남바위-돌고개-돌배나무-티롤리안-내리원점

소요시간 : 마음대로 ( 3시간 탐사산행 + 알탕 2시간 )

   : 맑음

    : 청백 산우님들

 

몽블랑 동지들 한 두명이라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용피리님 말고는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더니 반가운 뫼오름님을 만났다.

오랜 세월의 풍상에도 여전히 짱짱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200610월에 58km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911봉을 함께 완성한 분

참 무심한 세월이다.

둘 다 산을 좋아 해서 숱한 산길을 빠대고 다니면서도 10년이 훌쩍 넘어 영월 유배지 가는 길에 처음

만나다니….

다시 10년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으려나?

 

계곡 들머리는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차단기가 설치되고 휴식년제 출입금지판이 버젓이 설치되어 있는데다 보는 눈이 그리 많은데 버스에서

수십 명이 떼거리로 내려서 들머리를 보란듯이 통과한다는 것은 그냥 막 나가자는 거다.



우린 버스로 도로를 따라 10분여 더 올라가 하차 한 다음 슬며시 지계곡으로 스며들었고 더 깊은

오지 작은 계곡을 따라 길을 만들면서 1시간여 야생 그대로의 숲길을 빧고 나서야 비로서 내리계곡의

옆구리로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지계곡 구간은 흡사 윈시림처럼 나무들이 빽빽하고 숲 전체가 축축히 서늘한 기운을 품고 있는 탓에

무며 바위에 많은 이끼가 끼어 있었고 죽은 나무들은 그 자리에서 썩어 다시 거름으로 돌아가 자연

생태의 보존과 순환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발은 불편했지만 숲의 공기는 초입부터 거친 행보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피부를 시원하게 쿨링해주었고  

축축한 흙냄새 , 이슬을 머금은 진한 풀냄새, 나무 썩는 냄새 등만 남아 있는 오지의 숲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나그네의 기쁨을 누리게 해 주었다.

희미한 길은 진행할수록 조금씩 산길의 모양을 갖추더니 내리 계곡이 가까워 질수록 길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났다.

 

우리가 따라 내린 지게곡의 합수점에서 제법 큰 내리 계곡을 만났다.

한참을 우회하며 걸어 내렸지만 아래 계곡의 초입 들머리에서 얼마되지 않는 지점이다.

내리계곡은 화양동 계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제법 많은 양의 계곡물이 흘러가고 물은 훨씬 깨끗하고

차가웠다.

역시 강원도!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행들과 같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여긴 한 번도 내 발자국이 닿지 않은 곳이다.

바위와 나무들 , 작은 폭포와  계류가 소용돌이치는 웅덩이 하나하나가 새로운 볼거리였다.

 

미남바위, 돌고개 TV에 나온 김필봉씨집과 늪다리를 거쳐 티롤리안 브릿지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

계곡을 건너 계곡 우측편 산길을 거쳐 내리게곡 좌측으로다시 돌아내려 오려면 몇 시간이 더 소요되는데

우리는 좌측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서 큰 소가 있고 커다란 바위가 누워 있는 곳에서 여장을 풀고 점

심을 먹었다.

처음 발도장을 찍은 곳이니 좀 더 계곡의 깊은 곳까지 돌아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티롤리안브릿지를 건너 칠용폭포를 돌아보고 상류에서 계곡을 건너 반대편길로 돌아오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아얘 칠용동산신당을 거쳐 화암골로 돌아 내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린 그 곳에서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 청정 내리천의 세럐를 받으며 마지막 가는 여름 물놀이를 즐기다가

다시 계곡을 따라 회귀했다.

중간에 물 속에 두 번이나 더 들어 갔다가 나와서 내려오는 길에도 더운 줄 몰랐고 바지만 벗고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땀냄새는 멀리 달아나고 옷도 다 말라서 구태여 옷을 갈아 입을 필요도 없었다.

내년에는 친구들과 더불어 내리계곡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고 백두대간 선달산에서 게곡을 따라

내려오는 대장정에 올라보고 싶다.

 

지계곡 합수점에서 우리가 지나친 계곡 들머리가 생각보다 짧아서 우린 예상보다 빨리 계곡산행을 마무리

했고 몸도 마음도 맑아진 채 마신 뒤풀이 막걸리와 마가목주는 입에 쩍쩍 달라 붙었다.

안주 오징어무침에 오늘은 청백고문님이 전까지 부쳐오고 일행중에 수육까지 삶아 오신 분이 있어서

뒤풀이 안주도 푸짐했다.

버스에서 부족한 잠도 많이 채우고, 땀 흘리고 나서 한국의 내노라하는 청정계곡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나서 막걸리까지 한잔 쳤으니 이쯤 되면 완죤 힐링여행이다.

 

혼자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산악회와 함께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

그 전날 심야영화를 부담없이 한 편 때리고 자도 된다.

그냥 눈꼽만 떼고 나오면 적당한 시간에 아침을 준다.

근데 겉절이며 된장국이 휴게소 음식보다 훨씬 맛있다.

재수 좋으면 해장술까지 덤으로 얻어 마실 수 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기분 좋은 취기가 오르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부족한 잠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잘 수 있는 건 삶의 내공이다.

조용한 자동차의 엔진소리는 자장가고 버스의 작은 흔들림은 아기의 요람을 흔드는 어머니의 손이 된다. 

그리고 자다가 깨어나 열심히 산에서 놀다가 돌아 오면 안주에 막걸리 까지 준다.

고향길에는 졸리면 다시 자면 되고 지루하면 책을 읽거나 카톡질을 하도 되니 이렇게  저렴한 신선놀음이

또 어디에 있나?

 

멋진 세상은 늘 문 밖에 있다.

멀리 갈수록 가슴은 넓어지고 높이 오를수록 마음은 깊어지는 법이다..

늙어가도 호기심 하나, 튼튼한 두 다리를 잃지 않고, 불가사리 애피타이트, 잠신을 불러내는 비책만

가지고 다니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싼 값으로 세상의 넓은 땅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죄 사모을 수 있다.

 

늙어갈수록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야채나 과일도 싱싱할 때 먹어야지 냉장고에서 오래 묵히고 나면 맛이 없어지듯

돈도 오래 묵히면 곰팡이가 피고 군둥내가 난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쓴 만큼이 내 돈이고

구들장 지고 누으면 내 돈이 다 남 돈이다.

 

눈이 침침해지기 전에 아름다운 풍경들 많이 보고

입맛 떨어지기 전에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다리 후들거리기 전에 가고 싶은데 열씸히 돌아 댕겨야지

 

돈은 더 늙기 전에 자꾸 사는 재미와 바꾸는 게 상책인 거여

이만 오천원에 아침주고 ,술주고, 점심주고, 한국비경까지 구경시켜주고 또 술 주어 하룰를 즐겁게

해주는데 이 돈도 비싸다고? 

그랴 그 돈 모아 빌딩사고 북망산천 갈 때 지고 가면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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