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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보문산 -태풍 링링 오던 날



































































태풍 마중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바람의 한가운데 들어 호젓한 세상을 즐기는 기쁨

비와 바람의 맛

다만 계룡산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어머니 가스렌지가 고장나는 바람에 어머님댁에 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보문산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태풍이 지나가는 휴일

모처럼 어머님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좋을 법하지만 한가로운 날 집에서 뒹굴기는 당최 적성에

맞지 않는다.

오랜 세월 떠나는 습관이 이젠 비와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는데

태풍이 오는 날 비와 바람이 몰고 오는 장대한 구경거리를 나 몰라라 할 수가 있으랴?

게다가 아직 비가 유보된 마른 태풍의 아침이어늘……

 

보문산 오르는 길

태풍바람이 느껴지는데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인지 시원한 바람의 뒷맛이 없다.

어제 모처럼 만난 동기들이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기에 바람에 부러진 나무가 나뒹구는 보문산

공원 벤치의 모습과 대전시가지 전망사진을 찍어 보냈다.

 

숲길에서 바람은 산릉과 나무들로 막혀 바람소리만큼 시원하지 않았고 비켜가는 바람으로 인해

땀은 계속 흘러 내렸다.

 

이런 산행도 좋지 않은가>

나와 바람과 함께 가는 길

비란 친구가 찾아 주어도 좋다.

체온만 떨어지지 않는다 그와 부둥켜 안고 하루 종일 풀밭에 뒹굴어도 좋다.

나를 만나고 오랜 친구를 만난다.

유붕자원방래 불역열호아?

모두들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바람과 비의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을 나는 초로에도

잃지 않았으니 .어찌 즐겁니 않으랴?

 

나는 나대로 길을 가고 바람은 요란하게 떠들기만 하다가 어느 길목에서 느닺없이 불어와 반가운

해후의 호들갑을 떤다.

내 얼굴과 등의 땀을 씻어주고 가슴을 후련하게 비워주고

가끔 흩날리는 비가 촉척히 가슴을 적셔 준다.

 

거칠 것이 없는 보문산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장대했다.

제법이다.

가만히 있어도 등이 떠밀린다.

정자에 올라 벤치에 앉았다.

오래 살아온 나의 조막만한 세상을 내려다 본다.

이 곳에서 나는 이렇게 늙어 갔다.

하지만 야생이 들개 같았던 나의 세상은 그리 좁지 않았다.

 

삶은 희안하다.

내게 주어지고 허락된 세상의 한계는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욕심을 부릴수록 그 길은 어긋나고 평화는 유린된다.

하지만 다다를 수 없는 별의 꿈이라도 간직하고 있어야 인생은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지금 누리는 이 호젓한 기쁨과 행복도 세월이 더 흐르고 나면 한 때의 부귀와 영화 였음을

 

부디 잊지 말기를

메멘토 모리 ..  카르페 디엠

환골탈피한 매이의 구성진 노랫소리는 고작 2주을 넘지 않는다..

 

괜찮지 않은가?

배 등 뒤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내 사는 도시가 바람에도 아무렇지 않게 맑고 고요한 채

앉아 있는 모습을 내려다 보는 거

 

바람이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다른 사물들과으 교감하는 모습과 너의 감촉으로 우린 그 실재를 확인한다.

나뭇잎 흔드는 소리와 활처럼 휘는 가지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던 너의 손길

 

오랜 친구였지

설산의 고원에서 고독한 승냥이 울을을 울 때부터

 

시루봉에서 잠시 비가 뿌렸다.

비가와도 굳이 비를 피할 생각이 없다.

흠뻑 젖어도 차갑지 않다면 오늘이 푹 젖기에 좋은 날이니까

 

청년광장 길로 내려와 잠시 과례정에서 문화농원 가는 길을 확인하고는 다시 공원입구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바람은 점점 약해졌다.

오후들어 햇빛이 나오고 날은 다시 무더워지고 있다.

릴링의 바람 맛을 보기는 했지만 무언가 2프로 부족한 날

내일은 모처럼 계룡산에 올라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같은 날도 반찬식당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줄을 서 있다.

그 기다림이 끔찍해서 다정식당에서 .보리밥 한 그릇 비우고 집으로 돌아와 마눌과 용계동 집 청소를

다녀오다. 

                                                                                              97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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