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핸펀사진
비 예보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탓에 한 주를 미루었다.
중딩 친구 성수와 갑성과의 새로운 시도
인생 후반부의 놀이터가 될 대청호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다.
토요일 2시30분에 친구들과 만나 준비물을 구입하고 연꽃마을을 들려 잠시 황새바위를 구경했다.
멋진 호수 풍광에 데크가 있어 후보지로 거론한 곳이 긴 하지만 감시용cctv가 설치되어 있고
야영금지 팻말이 떡허니 붙어 있다.
500리길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고 마을에서 멀지 않아 요즘 같은 민
감한 시기에 적절한 야영지가 아님이 명백해 보인다.
성수는 맘 편하게 금산 적벽강 쪽으로 가자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발길을 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또 하나 마음에 두었던 비장의 오지 야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대청호 500리 길을 걸으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비빅을 한 번 해도 좋으리라 생각한 곳
그 곳은 깊숙한 오지라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다시 되돌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어 무조건 그 부근에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가는 길
우리는 먼지 나는 비포장길을 구비구비 돌아 대청호 깊숙한 자락에 위치한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야영지를 돌아본 캠핑의 달인 성수도 그리 불만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공식적인 양영장이 아님에도 몇몇 팀이 텐트로 치고 야영중이다.
우리 텐트 옆자리에 와 있던 가족은 차꽁무니에 캠핑웨건을 끌고 와서 해먹 까지 걸고 놀고 있다.
교행이 불가능한 비포장 산길을 캠핑웨건을 달고 들어온 건데 아는 사람의 소개로 처음 가족과 함께
왔다고 했다.
대청호는 전체가 야영금지구역이라 여기서 야영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산불감시 구청직원 다녀 갔는데
불조심만 하라고 하고 야영에 대해서는 별다를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도 편안한 마음으로 야영준비에 들어 갔다.
간단한 비박으로 생각했는데 성수의 차에는 모든 야영장비들이 탑재되어 있었다.
내가 준비해간 구이용 그릴도 , 야간등도 아무런 필요가 없다.
필요한 건 내 텐트와 침낭 뿐
나와 갑성은 그냥 건달처럼 우왕좌왕하고 모든 건 성수가 다 알아서 했다.
한 명의 전문가와 초짜 디모도 두명
그래도 우리는 해 떨어지기 전에 텐트를 설치하고 모든 장비를 훌륭하게 셋팅 완료했다.
성수차는 가히 움직이는 호텔이다.
우리는 호숫가에 럭셔리한 호텔을 옮겨다 놓고 오래 전에 잊어버린 낭만적인 밤을 만끽했다.
먼저 시장에서 떠간 회로 술 한잔 치면서
친구들과 두런두런 살아가는 날의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간 시절의 음악을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우린 지나간 시절의 추억들을 더듬으며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웠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우리는 시간 속에 늙어 가지만
그래도 내 사는 가까이에 이리 멋진 곳이 있고
그 낭만을 함께 누릴 친구가 있으니….
애초 조용한 비박을 하면서 친구들과 삼겹살에 술 한잔 치자는 생각이었는데 성수 덕분에 초호화
오토 켐핑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모닥풀을 피워 좋고 오랫동안 이야기와 술을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허여사가 내게 준 일인용 텐트는 생각보다 훨씬 쾌적하고 안락했다.
다음날
늙은 새가 아니랄 까봐 6시도 안되어 깬 갑성이 밖에서 부시닥 거리더니
7시도 안되어 아침밥을 먹자고 설친다.
헐~~~
어제 그렇게 때려 먹고도 새벽밥이라니…
니덜이 60먹은 늙은이 맞는가?
우리가 새벽 일 나가는 노가다여 머여
하여간 성수가 준비한 된장 찌게를 갑성이 다 끓여 놓고 햇반 까지 다 데워 놓아서 우린 어쩔 수
없이 이른 아침에 옅은 물안개 피어나는 호수를 바라보며 아침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의 모든 텐트는 조용하기만 한데
아직 싸늘하고 청명한 새벽공기 속에 진한 된장 냄새를 피워 올리면서….
역시 땅에서는 지기기 올라 오는지 어제 그렇게 술까지 먹을 마시고도 모두들 컨디션은 쌩쌩해 보인다..
어젯밤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데다 밥 먹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어 오리는 천천히 장비를 철거 했다.
장비가 많아 쾌적하고 안락한 야영을 즐긴 만큼 우린 주변 정리와 철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나서 비로소 전망 좋은 곳으로 산책을 떠났다.
성치산성으로 연결되는 등산로와 맞닿아 있는 임도 종착지엔 드넓은 호수가 내다보이는 멋진 조
망처가 있다.
산 친구들과 500리길 순례 길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던 곳이다.
우리는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돌아 보며 한가로운 아침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마지막 우리가 머문
자리를 깨끗이 정리했고 햇빛이 어제처럼 점점 뜨거워 지는 가운데 호숫가의 즐거운 추억을 갈무
리하며 귀로에 올랐다.
즐거웠네 친구들
모든 장비 일체와 고기구이 야채에 아침 찌게 까지 준비해준 성수 덕분에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잊고 있었던 낭만적인 호숫가의 하룻밤을 보냈네
모든 것 준비하고 야영 초짜들 데리고 정비설치하고 또 철거하느라 너무 고생 많았네
다음에 좋은 계획으로 다시 만나세…
2020년 3월 2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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