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오늘
많은 일들이 있었던 날이었다.
결혼 기념일이고
토요일 휴일이고
겨을임에도 백두대간은 수조로운 항진 중이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다 ㆍ
우린 아파트 모임 친구들과
부부동반 서천여행길에 올랐었다 ㆍ
친구의 봉고를 타고
신성리 길대밭을 거쳐 서천 어시장에서 7kg 광어를 사서 낯 술도 거나하게 먹고
홍원항 ,화력발전소, 마량포구 , 동백정을 휩쓸고 다녔고 노을지는 춘장대 바닷가도 거닐었다..
그리고 점심 때 9명이 못 다 먹은 광어는 싸들고 돌아 와서 다시 술 한잔을 더 쳤다 ㆍ
그리고 그 여행길은 까맣게 잊었다 ㆍ
언젠가 전인회 친구들과 마량포구에 들러 잠시 지난 시간의 상념에 잠긴 것 말고는ᆢ
18년이 지난 2020년 12월 19일 결혼 기념일 날
마눌이 산에는 안 갔으면 해서 18년전 그 여행길을 떠올렸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지나고 나면 순식간의 세월이다.
엊그제 같이 아직 생생한 그 세월이 다시 지나가면 난 팔순 노인이다.ㆍ
그 때쯤 마눌과 난 무얼하고 있을까 ?
ㅎㅎ 아마도 51주년 결혼기념으로 신성리 갈대밭을 다시 거닐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18년이 지난 오늘 한 친구는 다시 못 올 먼 길을 떠났고
인생 1막을 마감한 나머지 친구들은 예측하지 못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생 2막의
커튼을 올리고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모임을 깨어졌다.
매달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바뀌는 계절이 멀다 하고 들로 산으로 쏘다니던 우리들은
같이 살던 아파트를 떠나 조금씩 소원해 졌다.
왕성한 경제활동 시기를 지나면서 활동의 폭도 달라지고 부침의 주기 또한 엇갈리면
몇몇 여자들 모임 만으로 명맥을 유지한 채 그렇게 속절없이 세월 속에 잠들어 갔다.
정치판은 그 때보다 더 소란스럽고 경제는 무시무시한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대미문의 오버슈팅을 보이고 있다ㆍ
경기순환과 산업사이클의 주기가 짧아지고 변동의 진폭이 커지는 순응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도 아니면 모인 뉴노멀 사이클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만연되고 길어지는 코로나로 인해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먼저 타격을 입는다.
가진 자 와 갖지 못한 자의 간극과 격차는 상상을 초월하고
불균형과, 부조화, 비상식과 비정형의 경제 상황이 심화된다.
부조리와 왜곡이 일상화 되면서 어떤 경제 이론도 작금의 경제를 설명하거나 향후를
예측하기 어려워 진다.
우리는 또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경계선에 섰다ᆢ
진화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갈 것이다...
국경의 벽을 허무는 세상의 소통은 벽에 부딪히고
애써 이루어 놓은 협력과 상생의 문화가 다시 단절과 고립 속으로
빠져들면서 인류의 역사는 다시 중세의 암흑기를 맞게 될 것이다.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은 빠른 백신으로 가시화 되겠지만
더 쎈놈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존한다.
목청껏 다시 노래 부를 날이 다시 돌아오긴 하겠지만
그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데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쩌면 우린 고독과 고통의 심한 후유증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삶은 더 팩팩하고 건조해지고
우린 쉽사리 두려움과 불신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옛 제국주의 시대저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극명히 이분화 되고
하늘의 지옥과 천당이 지상에서 먼저 구현될 것이다.
튀겨진 돈은 여기저기 들쑤시며 부작용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고
능력과, 돈, 그리고 권력 중의 하나라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죽기 전에 지상에서
먼저 지옥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JSA 신성리 갈대밭
18넌 이러한 화합을 염원하는 영화가 나왔던 걸 보면 다른 많은 것들은 광속으로 변해 갔어도
남북관계 만큼은 계속 공전되고 답보상태로 남아 있다는 거.
결국은 그런 결말을 예상하긴 했지만 김정은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트럼프는
온갖 똥폼은 있는대로 다 잡다가 그 좋은 권력을 4년도 연장하지 못하고 꽁지를 내렸다.
“깨갱 깨갱”
그랴서 투톱 또라이 시대는 원톱 체제로 바뀌었다.
“앞으로 심심하긋다 뎡은이…!”.
결이 차가운 바람 속을 걸었댜.
18년 전의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은데 길목마다 걸려 있는 빗바랜 사진들이
그 날의 기억을 조금씩 일깨워 준다.
여긴 아직 18년 전 영화로만 먹고 사는가?
“미안하다. 사랑한다.” “추노” 등의 드라마도 찍었다는 이곳은 그래도 세월이 비껴 가는 듯
젊은이들이 알아 먹지도 못할 JSA라는 영화의 탈색되고 풍화된 사진들만 갈대 밭에 나부끼고 있다. ..
드넓은 금강도 그대로 인데 변한 거라고는 갈대밭 속에 미로처럼 더 많은 갈림길이 생기고
조금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데크가 늘어 났다는 거
삶의 바람 또한 좀 더 차졌지만 그 두려움 보다 닝닝한 세월을 보내야 하는 두려움이 더
큰 법
살다 보면 뼈골 까지 얼얼한 바람, 숭냥이 울음을 울며 쇳소리른 내는 그런 후련한 바람이
그리워 질 때가 있는 법이다..
금강은 찬바람에도 거기서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마종기의 우화의 강처럼 ,,
우화의 江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맑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한산 모시관 .
그 옛날 재미 없을 것으로 여겨 들르지 않았던 한산 모시관에 들렀다ㆍ
이 또한 세상에서 밀려나고 사라져가는 것 들 중에 하나다.
옷 하나에 50만뭔 100만윈을 호가하고
목에 두르는 스카프 크기만한 천이 40만원씩 히니
그 옛날 곱고도 슬픈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이 누군들 그 비싼 옷을 입으려 들까?
입으로 하나하나 풀어내고 손으로 일일이 엮고 자아낸 그 옷은 한처럼 슬프고 우아 하지만
실용과 편익 지상주의 시대에 어찌 편하고 값 싼 검은 마술을 당할 수가 있으랴?,
은은한 모시는 짧은 봄을 누리다가 찬바람 한 번 훅 불고 지나면 사라져갈 가냘픈 나비를 닮았다.
우린 잘 모르고 살아가지만
어찌보면 세상에는 울음소리 밖으로 새어나갈 틈도 없이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이 있다ㆍ
18년전 세상을 바꾸리라 기대하고 응원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뜨거운 아침의 허망한 이슬처럼 사라져 갔고
그 이후의 대통령 두 분은 나란히 형무소에 앉아 바정한 세상과 조변석개하는 인심에 치를
떨며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권불십년이고 화무는 십일홍이라 했던가?
무엇이 위대하고 무엇이 원대한 것인가?
승리의 깃발은 어느 언덕에서 나부끼고 패자의 한숨은 어느 골짜기를 불어 가는가?
섭리와 순리를 거스리면 삶의 평화는 깨어진다.
늘 거창하고 대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삶이 힘들어진다.
빛나지 않아도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과 최선을 다하고
가슴과 마음을 잃지 않는 삶이 더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려 무릉객 ! 니가 더 대단하고 니가 더 잘사는 겨 …
한 직장에서 31년 다니고
김삿갓처럼 5년 세상 유람하다가 다시 그 곳으로 출근하고.
30년을 변함없이 산길을 오가며 도를 닦고ᆢ
여전히 33년 전 그 반지와 시계를 차고 그 때 그 여자와 무탈하게 잘 살아가고
오늘 다시 18년 전 그 길을 걷고 있으니 …
인생이 뭐 그리 대단한가 ?
광할한 우주 속의 지구
그 지구 속의 현생을 살아 가는 수 많은 피조물 중 모래알 같은 하나의 생명
피어나는 구름처럼 불어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한 순간 왔다 가는 인생 인데
오고 싶어 여기 온 건 아니지만 이왕 왔으니 그냥 잘 살다 가면 되지
조류 생태관
조류 생태관 공원을 산책하고 서천 하늘을 수놓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무수한 새들 너머로
붉을 빛으로 저물어 가는 특별한 우리의 날과 지금 까지 걸어온 우리 삶의 역사를
바라 보았다..
힘들었다고 엄살 피울 건덕지도 없다.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살았으므로….
앞으로도 더 욕심부릴 것 없다.
그냥 이렇게 오래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마눌도 나도
즐겁게 살고 넉넉하게 늙어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빨리 마감되고 마무리되는 우리 인생처럼 또 순식간에 땅거미가 밀려들고
그 어느 해 보다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서천의 어두운 하늘을 뒤로하고 우리는
귀로에 올랐다
그 때보다는 훨씬 작지만 2.80키로 광어 한 마리와 골뱅이 2만원 어치 그리고
조기 몇 마리를 사가지고……
2020년 12월 19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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