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가는 사량도 – 21년 춘게 섬산행
조사장과 지난 가을에는 격포 쌍선봉과 새봉 일원을 추억산행하고 곰소 나루에서 하루를
유하며 여유롭게 술 한잔 쳤다.
바다를 바라 보면서.....
올 봄 산행은 사량도로 정했다.
젊은 날 그 거친 매력에 끌려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섬
그리고 6년전 퇴직하고 홀로 떠나던 여행길에 1순위로 들렀던 곳이다.
이젠 너무 많은 안전시설로 인해 수려한 산세가 가려지고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던 여정이
김빠진 사이다처럼 닝닝해 졌지만 굽어보는 아름다운 바다와 섬의 조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곳이다.
오랫동안 내 젊은 날의 샴발라 였던 그 곳에는 내가 낭만과 힐링의 화폭에 그린 추억의
그림이 많이 걸려 있디.
달마봉에서 바람을 타고 떠돌고 있는 그날의 항홀한 고독을 만났다.
.
그 눈부신 조망과 풍경 속에서 조사장은 계속 투덜거렸다.
암릉이라 위험하기만하고 운동은 별로 되지 않는다고……
안나푸르나에서 설산의 장대함과 이국풍경의 신비함에 매혹되어 절절한 감동으로
비장의 고원 길을 걸어 내릴 때도 조사장은 옆에서 계속 아이처럼 칭얼대며 푸념했었다.
참 신기하다.
이 섬에 처음 와보면서 이런 걸출한 풍경을 앞에 두고도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는 다는 게 ...
스타일이 다른 서로의 산행의 인정하면서도 한웅큼 낭만이 빠져 있는 조사장의 철저한
실용산행방식이 좀 삭막하고 건조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은 나의 봄날이다.
흡사 5월 같은 4월의 사량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초여름의 태양아래 결이 차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마구 불어주어 산행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신록이 춤추는 산들을 바라보며 능선 길을 걸어 내리면 초록물이 뚝뚝 떨어져서
푸른 바다로 흘러 들었다.
조사장은 항상 저만치 앞서서 가고
나는 조근조근 말을 걸어 오는 상념과 그리고 지난 추억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롭게
늑장을 부렸다.
느린 섬의 보폭에 맞추어 산행을 하고
몇 발자국 채 옮기기도 전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니 조사장과는 점점 더 거리가 벌어졌다.
그래도 조사장은 지리망산 정상에서는 안락의자를 펼치고 앉아 오래도록 나를 기다려 주었다.
"좀 더 가야 하는데 벌써 정상이라 운동이 안되요.!" 하는 조사장 말에
"오늘은 진군의 날이 아니라 그동안 열씸히 살았던 자신에게 힐링과 휴식을 선물하는 날이지요."
그렇게 우리 둘의 절충점이었던 또다른 지리산 정상
후련한 풍경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는 섬산 위에서 우리는 이러저런 대화를 나누며 꽤
오랫동안 아름다운 세상의 낭만에 젖었다.
더 있고 싶어도 행여 별로 나지 않는 땀마저 식을세라 서두르는 조사장이 있으니
주마간산 속에서도 매의 누으로 놓치기 아까운 풍경들을 살핀다.
길을 걷는 내내 가슴에서 조용한 기쁨이 솟아나고
참으로 많은 것들에 대해 새삼 고마움이 느껴진다.
이 멋진 봄날에...
기꺼이 새벽을 들창을 열고 떠날 수 있는 열정에….
아직도 짱짱한 내다리…`
새벽의 창을 기꺼이 함께 열어줄 친구가 있음에
그리고 올해도 이 눈부신 봄을 잃지 않았음에……
내가 친구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해도
우리는 흔들리던 젊은 날로부터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참으로 오랜 친구 아닌가?
산행 방식은 좀 달라도 산을 좋아하는 마음은 동색인 데다
체력까지 엇비슷한 새벽형 인간들
손수 운전해서 안전 운전 책임져 주고
밥 사주고, 술사주고, 따로 숙소 잡아주고
모든 경비는 도맡아 써주는 이런 친구가 어디 흔한가?
산행은 즐겁게 마무리 되었다.
우린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삼천포 어항에서 모처럼 펄펄 뛰는 회를 앞에 놓고 술 한잔 쳤고
술이 떡이되어 숙소로 돌아와 통나무처럼 바닷가에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 30분에 기상!
아침으로 도다리 쑥국을 먹기로 했는데 준비된 데가 없어서
우리는 아구탕을 한 그릇 씩 비우고 스토리 있는 춘행을 마무리 했던 것이다.
추신)
사진을 정리하면서 5년 전 착찹한 자유를 누리며 떠났던 사량도 여행길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해졌다.
삶이란 시간이 정해진 여행길이다.
여행의 일정은 내가 짜는 것이고 여행의 주제는 나의 기쁨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길 1 : 2016년 4월 5일 사량도와 남해 여행
blog.daum.net/goslow/17940347
혼자 떠나는 여행길 2 : 남해와 섬진강의 봄
blog.daum.net/goslow/1794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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