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4년, 무너진 산업생태계…공장엔 녹슨 장비만 덩그러니
삼홍기계 2018년 이후 일감 '뚝'
120명 匠人들도 뿔뿔이 흩어져
지난 15일 원자력 발전 부품업체 삼홍기계의 경남 창원 공장(사진). 2500㎡ 규모의 공장 내부엔 멈춰선 중장비만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 여파로 2018년 이후부터는 사실상 원전 관련 일감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승원 부사장은 “원래 원전 부품으로 발 디딜 틈이 없던 곳이었다. 그 공장이 이렇게 됐다”고 했다.
삼홍기계는 그나마 선박 자재를 제조해 최악은 피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17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른 사업이 없는 중소업체는 상당수 문을 닫았다. 김 부사장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부품과 자재만 사라진 게 아닙니다. 4년 동안 원전 관련 인력도 120명에서 40명으로 줄었습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니 착잡할 따름입니다.”
정부가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포한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원전 생태계가 밑바닥부터 붕괴하고 있다. 세계 1등 기술력을 떠받쳐온 원전 중소기업들은 빈사 상태에 빠졌고,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은 원전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인력 이탈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올 4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공급 산업체에서 일하는 국내 인력은 2016년 2만2355명에서 2019년 1만9449명으로 13% 감소했다.
창원·김해=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탈원전 폭주 4년 (2) 무너지는 원전 생태계
"한국, 탈원전 5년 더 가면…美처럼 조립도 못하는 나라 된다"
원전 부품업체인 삼홍기계의 경남 창원공장은 시제품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채 텅 비어 있다. 2017년까지는 두산중공업 납품용 원전 부품으로 가득찼던 곳이다. 이 회사 박수규 이사가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정의진 기자
지난 15일 원자력 발전 부품업체 삼홍기계의 경남 창원 공장(사진). 2500㎡ 규모의 공장 내부엔 멈춰선 중장비만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 여파로 2018년 이후부터는 사실상 원전 관련 일감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승원 부사장은 “원래 원전 부품으로 발 디딜 틈이 없던 곳이었다. 그 공장이 이렇게 됐다”고 했다.
삼홍기계는 그나마 선박 자재를 제조해 최악은 피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17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른 사업이 없는 중소업체는 상당수 문을 닫았다. 김 부사장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부품과 자재만 사라진 게 아닙니다. 4년 동안 원전 관련 인력도 120명에서 40명으로 줄었습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니 착잡할 따름입니다.”
정부가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포한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원전 생태계가 밑바닥부터 붕괴하고 있다. 세계 1등 기술력을 떠받쳐온 원전 중소기업들은 빈사 상태에 빠졌고,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은 원전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인력 이탈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올 4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공급 산업체에서 일하는 국내 인력은 2016년 2만2355명에서 2019년 1만9449명으로 13% 감소했다.
일감 사라진 부품업체
"고가 원전 설비 마련했는데 사용 못하고 방치…적자 쌓여"
미국은 1970년대까지 원전 최강국이었다. 원전 설계부터 시공까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1978년 미국이 운영하는 원전은 68기로, 세계 전체 원전의 31%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 미국 정부는 34년간 신규 원전 건설을 모두 중단시켰다. 장기간 새 원전을 짓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에 원전 기술을 전수하던 미국은 이제 원전을 짓고 싶어도 혼자서는 짓지 못할 정도가 됐다. 김승원 삼홍기계 부사장은 “미국은 원전 부품을 다 만들어 가져다줘도 스스로는 조립조차 못 할 정도로 원전 생태계가 붕괴된 상태”라며 “한국도 탈원전 정책이 5년만 더 이어지면 미국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밑바닥부터 무너지는 원전 생태계
원전 핵심 부품 20여 종을 두산중공업에 단독 납품해오다 2018년부터 일감이 끊긴 경남 김해의 세라정공은 최근 해양플랜트 설비를 만들며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고가의 원전 부품 가공용 설비로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해양플랜트 설비를 만들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곤재 세라정공 대표는 “이러려고 수십억원씩 들여 장비를 마련한 게 아닌데 고통스럽다”면서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될 날을 대비해 기술력을 유지하려면 이렇게라도 계속 공장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세라정공 공장 외부엔 대형 원전 부품을 만들 때 디딤틀로 사용되는 철제 기구가 방치돼 있다. 해양플랜트 설비와는 무관한 장비로 빨갛게 녹이 슨 상태였다. 세라정공은 이미 4억~5억원어치의 디딤틀 기구를 폐기처분했다. 김 대표는 “안전성을 검증받은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이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중심' 대기업도 피해 막심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기 전까지 한국의 원전 설계·시공 능력은 세계 최고로 꼽혔다.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을 중심으로 핵심 원전 협력업체들이 클러스터를 구축한 덕택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원전 건설 사업은 중단됐고, 자연스레 원전 협력업체들이 두산에 납품할 계약도 사라지게 됐다. 생태계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매출은 2016년 5조5000억원에서 2019년 3조9300억원으로 2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자력 공급 산업체 종사 인력은 13% 줄었다.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두산중공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매출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16년 4조7100억원에서 지난해 3조3500억원으로 줄었다.
올 1분기 두산중공업의 분기 순이익이 7분기 만에 흑자 전환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행한 명예퇴직, 유휴인력 휴업,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3월 “원자력·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1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증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기업 실적 악화로 원전 수출 먹구름
탈원전 정책은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공기업의 경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탄소 배출이 가장 적고 발전 단가는 싼 원자력 사용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대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부채 비율은 2016년 143.4%에서 지난해 187.5%로 늘었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수입 원유 등 발전에 필요한 연료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실적이 회복됐지만 올해엔 다시 연료비가 상승하고 있어 실적이 악화할 전망이다.
문제는 발전 공기업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경우 전기료 인상 압박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원전 시장 진출도 어려워지게 된다는 점이다. 원전 같은 대규모 시설은 발전 공기업과 민간기업, 정부가 하나의 팀을 이뤄 해외 물량 수주 경쟁에 나서는데, 공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원전 운영 능력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목표가 글로벌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원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창원·김해=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정재훈 사장 개인 소송에 한수원 법무실 동원 의심"
노조 지부 위원장, 의혹 제기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 수집도"
사측 "인력 동원 사실 아니다"
지난달 검찰에 기소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재판 대응 과정에 한수원의 조직과 자료를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창호 한수원 새울1발전소지부 위원장은 19일 “부장검사 출신 실장을 비롯해 7명 정도의 변호사가 소속된 한수원 준법경영실(법무실)을 정 사장이 재판 대응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현직 사장으로서 영향력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도 사내에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날 경영간부회의에서도 “(검찰 기소는)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정 사장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정 사장에 대해 검찰은 “조작된 평가 결과로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를 속여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의결을 이끌어내고 실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1481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적시했다.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준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당사자가 한수원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검찰에 기소된 인물은 직위해제하는 인사 규정을 신설하도록 모든 공공기관에 권유했다. 한수원에도 관련 인사 규정이 있지만 정 사장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월성 1호기 관련 피의자 중 유일하게 정 사장이 원전 관련 업무를 유지하며 탈원전 정책 실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년 뒤면 설계수명을 다하는 고리 2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절차를 한수원이 밟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관련 업계는 전했다. 고리 2호기가 계속 가동을 위해 설계수명 만료 2년 전인 올 4월 8일까지 제출해야 했던 안전성 평가 보고서 작성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 측은 “월성 1호기 감사의 후속 조치로 경제성 평가 지침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고서 제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수원 측은 또 “공공기관장 인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만큼 직위 해제되지 않았다”며 “정 사장이 개인 재판에 한수원 인력을 동원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전력난에 블랙아웃 우려 커지자 부랴부랴 원전 재가동하는 정부
신월성 1호기 등 3기 순차 가동
지난 5월 29일 화재가 발생한 신고리 4호기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폭염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정지 중인 원자력 발전소 3기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원전을 재가동하지 않으면 2011년 9월 발생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원전 정비 일정까지 앞당기며 내린 조치다. 탈원전 정책을 고집한 문재인 정부도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선 원전 외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고 19일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7월 넷째주엔 2150㎿의 전력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정비에 들어가면서 가동이 중단된 신월성 1호기는 당초 6월 23일 가동이 재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비 종료 일정이 오는 8월 말로 한 차례 연기됐다. 100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신월성 1호기 재가동 일정이 미뤄지자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정부는 연기된 정비 일정을 지난 18일까지로 다시 1개월 이상 단축시켰다. 신월성 1호기는 16일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고, 이틀 후인 18일 전력 공급을 시작했다.
신고리 4호기는 지난 5월 터빈 주변 설비에 화재가 발생해 가동이 중지됐지만, 15일 원안위 사건 조사를 마치고 재가동 승인 대기 중이다. 산업부는 승인이 이뤄진 이후 21일부터 신고리 4호기의 전력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성 3호기는 예정된 계획정비 일정에 따라 원안위 재가동 승인이 이뤄지면 오는 23일부터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장마 이후 본격적인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정비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때문에 잘려나간 나무만 249만 그루…탈원전 잔혹사
탈원전 폭주 4년 (3·끝)
신재생 '환경파괴' 논란
원전 공백 메우려 태양광·풍력 '과속'
산도 바다도 멍들었다
태양광 발전소 늘어나며
3년 간 벌목 249만 그루
단위당 태양광 설비 세계 4위
해상풍력 목표대로 추진하면
여의도 1000배 면적 어업 못해
정부가 태양광 발전을 대폭 늘리면서 농촌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주민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의 한 주민이 피해를 끼치고 있는 태양광 패널을 가리키고 있다. 공주=김범준 기자
“어떤 청정에너지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2월 출간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한 말이다. 그는 “풍력은 ㎡당 생산 가능 전력이 1~2Wh, 태양광은 5~20Wh에 불과하지만 원자력은 500~1000Wh에 달한다”며 “필요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큰 면적이 필요한지 항상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서도 원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같은 지적은 국토 면적이 미국의 1% 남짓에 불과한 한국에 더욱 중요하다.
불어나는 신재생발 환경 피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탈원전 로드맵’을 내놓으며 원전 감소에 따른 전력 생산 공백을 신재생에너지로 메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발전량의 7%를 차지하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이때 제시했다.
이 같은 정부 계획은 설치가 쉽고 자재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태양광 분야에서부터 드라이브가 걸렸다. 2017년 5372개이던 전국 태양광 발전소는 지난달 말 9만1017개로 네 배 이상 늘었다.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도 지난해 말 14.6GW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과 비교해 17배 늘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미국 세계삼림감시(GFW)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작년까지 4년간 국내에서 8만3554㏊의 산림이 훼손됐다.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 벌목된 나무는 2017년부터 3년간 249만 그루에 이르렀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단위 면적당 태양광 설비가 차지하는 밀도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와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2월 전남 신안을 방문해 선언한 해상 풍력 육성도 만만치 않은 환경 후폭풍이 예상된다. 해상풍력 설비 반경 500m까지 선박 운항이 제한되면서 어장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목표대로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가 남서해안 등지에 조성되면 서울 여의도의 1000배 면적에 해당하는 2800㎢ 해역에서 어업활동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심 50m가 넘어서면 설치 비용이 크게 불어나는 특성상 해상풍력은 어선 및 유람선 통행이 많은 연근해에 조성된다. 풍력 터빈 작동에 따른 소음까지 더해져 환경 피해가 불어나는 구조다.
정부의 해상풍력 확대 방침이 결정된 직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해상풍력 대응지원단’까지 꾸리고 조직적인 반대 활동에 나섰다.
미국 등 “원전도 청정에너지”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태양광 시설 면적은 144.9㎢로 생산 전력은 92만2000㎾h였다. 하지만 최신 원전인 신고리 4호기는 0.45㎢ 면적에서 이와 맞먹는 87만5000㎾h 전력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백지화하면 국내 숲 전체에 맞먹는 탄소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도 최근 발표됐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에 따른 전력 부족량을 메우려면 석탄화력 기준 연 9000만t, LNG 발전 기준 4500만t의 추가 탄소배출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숲의 탄소 흡수량은 연 4500만t 정도다. 탈원전 정책으로 멈춰 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연 1800만t의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EU)이 올 들어 ‘녹색산업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EU 공동연구센터는 “원자력이 풍력, 태양광 등과 비교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4000억달러(약 450조원) 규모의 에너지 투자를 추진하며 원전을 수소, 해상풍력과 함께 청정에너지원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요국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 녹색산업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쪽을 검토하고 있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보완관계”라며 “한쪽을 배척하기보다는 양자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블랙아웃 우려까지 번지자…정부 "국민들 전기사용 자제를"
탈원전 여파에 폭염까지 겹쳐
다음 주 예비전력 바닥날 수도
정비 중인 원전 재가동 결정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이 줄어든 데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멈춰 세웠던 원전을 다시 가동하기로 하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국민에게 절전만 당부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올여름철 전력공급 능력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지속되는 무더위 등으로 전력 수요가 언제든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서 적정 실내온도(여름철 26도) 준수, 불필요한 전기 사용 자제 등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무원 및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사실상 ‘희생’을 강요하고 나섰다. 전국 13개 청사에 오후 2~5시에 순차적으로 에어컨을 꺼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서울청사는 8월 13일까지 실내 온도를 26도가 아닌 28도에 맞추기로 했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폭염으로 인해 전력 예비율이 안정 수준인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장 이번주 전력 예비율은 6~7%대를, 이달 마지막 주는 4.2~8.8%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력 여유분을 가리키는 예비력은 다음주께 4GW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예비력이 5.5GW 아래로 떨어지면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전력수급 비상단계는 예비력에 따라 △준비(5.5GW 미만) △관심(4.5GW 미만) △주의(3.5GW 미만) △경계(2.5GW 미만) △심각(1.5GW 미만) 순으로 발령된다. 올해 비상단계가 발동되면 2013년 8월 예비율이 3.2%까지 떨어지면서 ‘주의’ 경보가 발령된 이후 8년 만이다.
이 같은 전력 수급 비상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전력 수요도 과소 평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원전인 신고리 4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신고리 4호기는 지난 5월 29일 설비 화재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고 원안위는 안전성을 최종 확인한 뒤 이달 말 재가동을 허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앞당겨 재가동이 결정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신월성 1호기와 월성 3호기 등 총 3기의 원전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태양광 생산 단가 떨어져도 보조금 퍼주며 가격 보전
장기 고정가격이 더 비싸
전기료 인상 압박 요인으로
태양광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시장가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높은 값으로 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전기료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통한계가격(SMP)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가를 더한 태양광 생산 전력 현물 가격은 10만2137원이었다. 하지만 20년간 고정된 가격에 태양광 전력을 매입해주는 장기고정(FIT)가격은 14만3682원으로 현물가격 대비 40.6% 비싸다. 2017년 상반기만 해도 FIT보다 15.5% 높았던 현물가격이 2019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역전되더니 두 가격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FIT와 현물가격을 구성하는 REC는 보조금의 일종이다. 한국전력 산하 6개 발전 자회사는 FIT 계약과 REC 매입을 통해 민간이 생산한 태양광 전력으로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채운다. 관련 비용은 ㎾h당 5.3원인 기후환경요금으로 분류돼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된다.
REC 거래가는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태양광 사업자가 급증하며 2017년 7월 12만7113원에서 3만115원까지 떨어진 이유다. 반면 FIT는 전년 현물가격은 물론 생산 원가까지 감안해 정한다. 정부가 가격 하락폭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이유다. REC 거래가 급락으로 태양광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FIT 계약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태양광 시장에서 현물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0.3%에서 올해 5월 7.5%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현물거래 축소는 태양광 전력 구매 비용을 상승시켜 전기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전 단가 하락 등에 따른 비용 절감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할 전력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년에 이르는 FIT 계약 기간도 부담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빠른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른 시장 기능 붕괴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다”며 “관련 부담은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에게 청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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