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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이슈(펌)

전설의 복서 마빈헤글러 별세

마빈 해글러 67세로 별세

정병선 기자

입력 2021.03.15 04:10 | 수정 2021.03.15 04:10

 

 

 

 

마빈 해글러(오른쪽)가 1983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베르토 두란을 상대로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모습.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그는 시종일관 상대를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AP 연합뉴스

프로복싱 전 미들급 세계 챔피언 마빈 해글러(67)가 14일 사망했다. 그의 아내 케이 해글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늘 불행히도 사랑하는 마블러스 마빈이 뉴햄프셔 집에서 뜻하지 않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해글러의 사망 소식에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비롯한 세계 언론은 그를 기렸다. 복싱 프로모터 톱 랭크의 회장 밥 애럼은 “그는 진정한 프로 선수이자 남자였다”고 말했다. 해글러와 마지막 승부를 펼쳤던 ‘복싱 영웅’ 슈거 레이 레너드(65·미국)도 NBC 스포츠 칼럼니스트 크리스 매닉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해글러와의 1987년 대전에 대해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다고 느꼈던 경기였다”며 경의를 표했다.

해글러는 미들급 역사상 최고 복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헤비급에 편중되어 있던 프로복싱의 인기를 확산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주역이기도 하다. 1954년 뉴저지주 뉴어크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1973년 프로에 데뷔했다. 1980년 알란 민터를 꺾고 WBC(세계복싱평의회), WBA(세계복싱협회) 미들급 통합 챔피언에 오른 뒤 전성기를 누렸다. 레너드, 로베르토 두란(70·파나마), 토머스 헌스(63·미국)와 함께 복싱 황금기였던 1980년대를 주름잡았다.

 

 

 

해글러는 1987년 4월 슈거 레이 레너드에게 지면서 은퇴했다(위). 그는 1985년 토머스 헌스에겐 TKO승을 거뒀다. /AP 연합뉴스

해글러는 1980년 통합 챔피언에 오른 이후 1987년까지 12차례 타이틀을 방어했다. 기본적으로 왼손잡이였지만,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인파이터의 전형이었다. 통상 왼손잡이 복서들은 상대 공격에 역습을 하는 스타일을 고수했는데, 해글러는 시종 일관 상대를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팬들은 열광시켰다. 해글러의 독주는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복싱 전문가들은 그에게 ‘마블러스(Marvelous·경이로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해글러는 1982년 아예 이름을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로 개명했다.

해글러는 1983년 두란, 1985년 헌스를 꺾고 ‘왕중왕’의 위치를 구축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에서 열린 ‘저격수' 헌스와의 대결에선 미들급 사상 최고의 난타전을 펼쳤다. 1라운드부터 불꽃이 튀었다. 해글러는 3라운드 시작과 함께 좌우 연타를 헌스의 턱에 꽂은 뒤 라이트 훅으로 그를 링에 쓰러뜨렸다. 8분 1초의 액션 스릴러였다. 권투 전문지 The Ring이 ‘올해의 파이트’로 선정한 이 경기의 해설이 바로 슈거 레이 레너드였다. 당시 200만 명의 유료 시청자가 몰려 1971년 알리와 프레이저의 160만 명의 시청 기록을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