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새해 일출 – 대청호 노고산성
년도 말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쫓기는 듯 보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연도 말과 겹쳐서 결산에
회사의 전산시스템이 변경 준비에
새해 아침이나 내려갈까 하다가 그냥 늦은 저녁에 막차로 출발을 했다.
국립공원이나 대둔산 , 민주지산 등은 해맞이 길이 막혔다.
원래는 운장산정에서 해맞이를 볼까 했는데 피곤하고 이래 저래 마음이 산란하다 보니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올해는 가까운 노고산성 일출을 보기로 했다.
내 말년의 놀이터 대청호는 이럴 때나 한 번씩 돌아 보는 거지
6시 30분에만 출발해도 충분하니 알람을 맞추지도 않았다..
아무리 12시를 넘겨서 잤다지만
일어나니 일곱시다.
흐미 일헐수가..!
무릉객 다시 회춘이라도 할 생각인가?
아무리 피곤하다고해도 정초부터 이렇게 널부러져도 되는가?
정신을 수습하고 차 한잔 마시고 소파에 안자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데…
근데 이기 무신 일이래 …?.
동산 위로 찬란한 새해의 태양이 떠 오르는게 아닌가?
아이고 무릉객이 캄캄한 밤길 마중하지 않으니 햇님이 일부러 친히 찾아 오셨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창가에 서서 뒷 동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한 해의 소망과 마음의 평화를 기원하다.,
올해도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가는 여행을 계속할 건강을 허락하시고
가득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을 누리게 하소서
내 가족들 ,친구들, 가까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게 하소서 ,,,,!
그리고 얼마 안되어 시우가 왔다.
어머님 댁에는 여동생이 왔으니 새해 첫날은 두문불출하고 하루 종일 그 녀석하고 놀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의 미안함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 찬샘 마을로 가다.
올해는 산친구들과 시산제를 올릴 수 없으니 일출산행과 시산제는 나홀로 덕유산이나
천왕봉에서 1월의 마지막 토요일 날 나 홀로 성대히(?) 진행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치악산도 고려대상이다.
비로봉 해돋이 보고 상원사 까지 종주하고 일요일 새벽 3시쯤 내려가는 거다.
찬샘마을에서 임도를 돌아 찬샘정으로 가는 길에 어둠 속에 하얀 눈 발이 날렸다.
컴컴한 하늘에는 별 빛 하나 없다
일출은 보지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다.
이마에 반디 등을 걸고 불빛에 춤추는 눈 발을 보며 홀로 걷는 길도 낭만적이다.
노고산성 오르는 길에 신기하게도 동편하늘이 붉은 여명을 올리고 있다.
우짜?
이런 날에도 해가 뜰 수 있는겨?
임도를 돌았어도 워낙 짧은 등로라 노고산성에는 7시 25분 올랐는데 40대 정도 보이는
젊은 친구 둘과 아직 풋풋한 젊은 연인 둘이 새벽 찬 공기 속에서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을 기다리고 있다.
젋은 두 친구는 카메라 배낭을 벤치에 풀어 놓았고 삼각대를 설치 해 놓았다.
희끄무레 새벽이 밝아 오니 온통 구름으로 덮힌 하늘아래 무채색의 호수가 한 폭의 산수화다.
두 그룹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진을 찍으러 온
친구들은 어제도 왔다고 했다.
찬샘정 까지 왔다가 사람이 많아서 돌아 갔고 오늘 다시 온 것 이란다.
ㅎㅎ 사진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다.
젊은 연인들은 어제 1일날 일하느라 바뻐서 못 오고 오늘 소망을 빌러 왔단다.
하루 늦었지만 함께 손잡고 산에 올라 한 해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하는 그 마음이 갸륵하다.
설령 오늘 해가 뜨지 않는다 해도 그들의 마음에는 새해의 붉은 해가 찬란히 떠 오를 것이다.
사진반 친구들은 빵과 커피를 준비해 와서 즉석에서 버너로 물을 끓여 먹기를 권했고
나와 젊은 연인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뜨거운 차를 받아 마시며 새벽의 차가운 한기를 녹였다.
어쨌든 해돋이를 보던 못 보던 이런 동색의 사람들과의 짧은 대화를 나누며 누리는
아침 풍경은 낭만적이고 따뜻하다.
해가 뜰 시간이 다 되어 나이 든 4명의 부부가 배낭까지 다 멘 등산 복장으로 올라왔다.
올라오자 마자 처음 보는 듯 호수의 그람 같은 풍경에 탄성을 올리고 종과 호수를 배경
으로 사진을 찍느라 야단이다.
7시 45분 쯤이니 해뜨는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올라온 걸 보면 일행 중 누군가 이 코스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꽃처럼 붉게 피어나던 여명은 시나브로 자즈러 졌다.
땅과 하늘의 작은 공간이 있어 그 곳으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구름 층은 더 내려와 마치 대문을 닫 듯 열린 하늘 문을 닫아 버렸다.
싸늘한 바람의 한기가 더 몸 깊숙히 파고 들 때쯤 사진 친구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건네며 먼저 내려갔다.
한 20여분 더 기다리면 두꺼운 구름 층 위로 태양이 떠오를 텐데 일출 사진이 목적인
그들에게는 구름 위로 떠오른 태양은 별 의미가 없었다.
젋은 친구들 역시 오래 기다림에 많이 추웠던지 다소의 실망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새해 인사를 건네며 하산 했다.
집이 코 앞이니 서두를 일도 없다,.
넓은 구름 충 위를 뚫고 나와 더 높이 있는 먼 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과 점점 파래지는 하늘
그리고 이젠 완연히 새벽의 여명에서 깨어나 아침의 맑은 얼굴을 보여주는 호수를 바라보는 것도
즐거웠다.
멀찍히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조금씩 바뀌는 풍경을 감상하느라 여염이 없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벤치 한 켠에서 뜨거운 .커피를 타서 직접 가져와서 마시라고 권한다.
직접 내린 커피라고….
아름다운 새벽 풍경 아닌가?
산상에 번져가는 그윽한 커피의 향 그리고 살만한 세상의 따뜻함 까지……
동네 산에 오르니 아무런 준비 없이 덜렁덜렁 올랐는데 내가 준비해 올 때보다도 더 잘 먹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새해의 찬란한 태양이 떠 올랐다.
기다린 보람만큼 찬란하게……
태양신이 내게 전하는 올해의 화두도 기다림이다.
부화뇌동 하지 말고 기다려라 ..
스스로를 믿고 네 마음의 울림을 따르라…..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티우며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 그늘을 찾는다.
눈덮힌 겨울의 밭고랑 속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 길 멈추지 마라
인생 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는 몰아쳐 내는 흔들려도
한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좋은글 중
여전히 살만한 세상이다
두려움이 사라진 세상의 고요함 그리고 가슴을 흔드는 새로운 풍경들
난 수 많은 풍랑과 파도를 헤치고 잔잔한 평화의 바다로 들어섰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평화로운 세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것이다.
심심하고 무료할 거라고?
걱정 붙들어 매라 !
누군 자유에 목메고 누군 자유에 지쳐 쓰러지지만 내 남은 삶에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 모험과 재미가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늙어도 아이의 호기심과 젊은이의 열정을 잃지 않을 것이다.
내 안의 감동의 물기가 메마르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
새해에도
날선 고통과 뼈아픈 고행으로 삶의 지루함을 날리고 감동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내 삶의 내공은 자유로운 대자연 속에서 그 공력이 더욱 고강해 질 것이다.
이렇게 살아서 꿈틀거릴 수 있는 오늘
새해 벽두에 이 멋진 풍경 앞에 서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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