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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HIOF 썸머투어 - 식장산 계곡

 

 

 

동행 사진첩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

세월이 많이 흘렀지
너울 너울 잘도 흘렀지 ᆞ
우린 그래도 세월을 잘 타고 놀았네

애석한 건 우리 삶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마음은  그 깊이 만큼은 깊어지지 않는 다는 거
세상을 살아가는 통행세가 늘 만만치 않기에  세월이 흘러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늙어

갔다는 거

그래도 나와  봉규는 전성기의 체력에는 못 미치지만 아직은 산의 고도와 거리에 구애

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 갈 만한데
백두대간 1회 종주와 지리산 왕복 종주에 빛나는  고부기는 관절이 션찮타카고 배도

올쟁이배  처럼 나와 버렸다.
어쩌면 그건 엄살일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산이 삶의 위안으로 다가 왔다가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게다.

게다가 또 다른 욕심이  준동하였을 것이다 .

산 보다 더 큰 삶의 의미와 대안을  찾았던 게지 .

호산의 연륜이 짧았기에 별다른 아쉬움 없이 세상의 산에  할애했던 삶의 비중을 쉽게

덜어 낼 만큼 산은 한줄기  세차게 흩부리고  지나간 소나기였고  한바탕의 열병이었을

뿐이다.

삶의 방식의 변화가 고부기 자신에게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나나 봉규에게는 큰 손실여 !

우리가 우랫동안 함께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더 높고 넓은 세상이 사라져 버린 거 ! 

 

 

황찬이는 원래 산에서 멀어져 있어서 산에 빠지지 않았을 뿐

산과는 또다른 세상에서 몰입과 정화의 의미를 찾았을 터 친구 따라 갈 만큼은 가고

마실 만큼은 마실 수 있으니 예나 지금이나 체중증가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

되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내어 주어야 하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각자의 기준에 따른 삶의 우선순위와 호불호가 있다.

우리가 풀어야 할 삶의 함수란 그런거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선택이 정답 일 수 밖에 없다.

우린  자신의 생각이 머물고  마음이 동하는 대로    한 세상 잘 살아가면 되는 거다.

 


내자들이 3~4 시간 산을 타던 시절에는 그래도 야외활동을 위한 선택의 폭이 넓었다.

평균적으로 여자가 더 오래 산다지만 활력은 여자가 먼저 떨어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렇게 놀자고 채근 하기에는 제법 많은 세월이 흘러 갔다.

늙었다고 춤을 추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이젠 세월의 리듬과 박자에 맞추어

스텝을 밟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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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면 멀어진다.

오랜 친구도 마냥 세월에 묵히면 우정에  군둥내가 나는 법이다.

다시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 갔지만 어느 날 뒤 돌아 보면  세월이 물어 뜯긴 우리

남은 젊음의 상처에 선혈이 낭자하지 않은가?

 

잘 살겠다고 해서 잘 살아지고 빨리 가고 싶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삶인가?

우리 앞에는 예전 보다 한가롭게 살아갈 날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다.

상식의 선에서 생각해 보아도 

오랜 연륜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지 않을까?

북망산천 들머리 까지 어깨동무 하고 가서 먼저 가는 친구 손 흔들어 주고 뒤 따라

가야지….

젊은 날에는 애들 키우고 먹고 사느라 바빠서 못 만나고

이 나이에도 뻣대고 그 때 보다 만나기 더 힘들면 이빨 몽창 빠지고 두다리가 후들

거릴 때나 만나서 도리도리나 해야지 ….

재미없게... 

 

그것도 자원 낭비여 !

친구도  건강한 시간도 가지고 있는 만큼  누리지 못하면 아무리 많이 가진들 무슨

소용인가?

좋은 날의 추억도 없이  힘들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거 말고는? .

 

세월이 더 흐르면 누군가는 걷는 것도 힘들고 여행도 또한 힘들어 지겠지

그랴서 힘 있을 때 만나고 좋은데 많이 댕겨야지….

더 늦기 전에 ...

계절이 바뀔 때는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고

산수 좋은 곳에서 같이 술 한잔 치고 싶어지는 친구가 있다면 떠나는 게 좋겠지.

어디라도 ! 어디로라도! 

그런 날이 우리를 오래 기다려 줄 것 같지는 않지 않은가 ?

 

 

궃은 날에 만나도 우린 다 좋았네 !.

5월의 봄에는 우중에도 모임을 강행하여 대청호를 우중 트레킹하고 정자에서 신선처럼

술 한잔 쳤지.

비는 낭만이었고 오랜  친구와 지나간 추억은 술 맛을 살리는 풍악이고 풍류였지 않은가?

 


하이오프 여름회동은  여러가지 사정상 대전 근교를 확정했다.
날 더우니  이둥거리와 동선을 짧게하고   시원한 숲과  계곡이 있어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
그래서 낙점한 곳이 식장산이었다.


삼국시대 백제가 신라의 침공에 대비하여 군량미를 비축한  전략적 요충지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는 산이다.
정상 아래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산사라는 절이 있고 반대편 정상 독수리봉 아래에는 

무학대사가 창건한 구절사가 있다.

작년 봄에 동네 산이라고 깔보고 나섰던 이기자 전우들은 하산 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번 여름의 집중 탐구는 단연 식장산이었고  동네 산의 재발견 이었다.
오송 지하도가 잠긴 다음날 식장산 계곡의 아침산행은 흡사 화양동 계곡의 급류처럼

장엄했다.

조사장과  식장산을 길게  타는 개척산행은  대전의 내노라하는 준족들의 발재간에도

6시간 이나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

그리고 HIOF 모임 전 주 식장산에서  닭재까지  삼복염천 산행은 가히 용광로 산행을

방불케 했다.

 

하여간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 식장산은 상대에 따라 코스를 달리할 수 있는 내

사는 가까이의 보석 같은 산이다..

한여름에도 햇 빛을 잘 들이지 않는 짙은 숲길에   계곡을 끼고 완만히 유지되는 산책길!

게다가 적당한 치점에  내려가 발 담글 수 있는 깨끗한 계곡 까지. !

그래서  이 여름  HIOF 친구들에게도 딱 들어  맞는 맞춤형 산이 바로 식장산이다.


계획은 식장산 전망대에 올라 대전시를 함께 조망하고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하며 올라가 적당한 지점의 물가에 자리잡고
점심식사를 하면서 술한잔 치고
저녁에는 태화장에서 중식으로 술 한 잔 치는 일정


황찬네가 차를 가져오는 바람에 일정은 더 원만히 진행되어  남자들은 전앙대에서  정상까지
트레킹까지 댕겨왔다 .
계곡을 따리 트레킹을 하는 중에 벌써 시간이 12 30분을 넘어서서 저녁식사를 감안

호숫가 데크에서 식단을 풀었다.
그리고 부어라 ! 마셔라 !



모처럼 모이다 보니 시간은 또 생각 보다 빨리 흘러 갔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흐르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평범한 음식은  황제의 성찬이 되고 

술은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

우린  8통의 막걸리를  비워냈고 닭발괴  족발에   과일 떡과 밥까지 마치 주린 벼 메뚜기 떼 처럼

야외 식탁을 초토화 했다.

그랴!

이 나이엔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데 가면서 구애 받지 말고 사는 게 좋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날들이 잰걸음으로 쫒아 오고 있다.

닥치면 해결하고 막히면 돌아간다.

남아 있는 우리 건강한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그 소중한 날들 쓸데 없는 걱정과 고민으로 채우지 말고 그냥 재미 있게 살자 .

 

여자들이 먼저 산책길에 오르고 우리는  마지막 술을 다 비우고 나서야  빵실한 배를 내밀고

알딸딸 한 채 계곡길을 지그재그로 걸었던 것이다 .
물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남편들을 성토하고 있는 마눌들과 만나서 함께 계곡에서 발

담그고 놀다   다시 애초 자리잡으려  했던 상류계곡 까지 거슬러 올라 갔다.

거그서 등멱까지 하면서 끈적끈적한 한여름의 열기를 죄 날려버렸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개처럼 흔들어 물기를 털어 버리고 상의 까지 빨아서 짜 입어 뽀송뽀송

해진 채  황금빛 햇살 아래 더 서늘해진 숲 길을 따라  하산의  길을 잡았다.

 

오랫만에 만난 진구들과 막걸리의 취기가  내내 기분을 좋게 했다.

우린 태회장에서 연태 고량주 한 병을 더 비우고 고부기가  미국에서  사온 시바스리갈 한 병

까지 다 비웠으니 요즘 이런 겁없는 늙은이들이 있능가 ?
우짤라고 그랴 ?

혼자 방에 앉아 양주를 몇 잔 까지 마실 수 있을까 ?

아니 나는 양주로 절대 혼 술을 못 한다.
좋은 술과  안주가 있다해도 주고 받는 술친구 없이 그 맛이 살아 날까 ?
그게  오랜친구의 힘이다
오장육부 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세월에 같이 곰삭은 묵은 친구들이 풀어 낸  된장 같이 

부담없이 감아드는 깊은 맛인 것이다 .

그랴 우린 그렇게 마음이 편하니 남편의 비리를 까발리고 부조리를 성토할 수도 있는 거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아가든

세상사는 통행세는 세금처럼 따라 붙지만 좋은 친구들은 살아감을 한 뼘 가볍게 할 수 있다.

좋은 친구란 세월이 빚어 내는 것이고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와 나의 친구들이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에게 휴식과 위안이 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는 재미를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23년 8월 26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