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온통 눈 밭인데
그 위에 또 눈이 내린다ㆍ
대전에도 이런 눈이 올 수가 있다고?
어제 영수 한테 집에 와서 아침먹으라 했던 터라 새벽에 산에 갈 생각을 안했는데
정말 아까운 화이트 설날 이브다ㆍ
원래는 갑하산 우산봉거쳐 구암사로 내려가 부모님 영정에 참배할 생각이었는데
그럴려면 6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ㆍ
산타는데 4시간
참배하고 차량 회수하는데 1시간
그리고 집에 가는데 1시간
영수 한테 전화를 했더니 점심 때쯤 온다고 했다 ㆍ
술 한잔 치려면 차를 가져오지 말아야 해서
내가 산을 다녀와서 효동에 들러 2시쯤 태우고 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ㆍ
지금 8시 30분
눈이 너무 많이 온데 다가
시간상 구암사 코스 산행은 무리라 식장산에 가기로 했다
작년 여름인가 엄청난 폭우가 휩쓸고 간 식장산 계곡이 유명산 계곡 같드만
계속 눈이 오는 가운데 눈덮힌 식장의 설경은 덕유를 방불케 한다 ㆍ
눈의 마법이다 ㆍ
우린 그렇게 눈길을 걸어 동화의 나라로 들어간다ㆍ
황홀한 아침 눈밭에는 인적도 뜸해서 혼자만의 황홀한 고독을 즐기기도 좋다 ㆍ
큰 장이 섰다
홍준표가 큰 장이 섰으니 장똘뱅이가 가만이 있겠냐는 천박한 언어로
대통령직과 자신의 인격을 비하 하드만
대전의 폭설은 거의 20년쯤 되어 보인다ㆍ
산길에서 만난 어르신도 이 동네 살지먀 20년 만에 처음 보는 큰 눈이라고 했다ㆍ
칠순이 넘어서도 눈을 맞으러 나오는 노익장이면 아직 짱짱한 거다.
황급히 오다 보니 스틱을 가져오지 않았다.
바닥의 굴곡이 가늠되지 않는 쌩 눈길이라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얕잡아 보고 장갑도 부실한 것을 끼고 왔는데 손가락이 오래도록 아팠다ㆍ
하지만 동네산에서 도저히 누릴 수 없는 눈꽃산행과 심설산행의 진수를 만끽하며
기쁨으로 벅차오르는 동심을 느끼는 날이다.
독수리봉 가는 능선길에는 바람이 적설을 늘려 허벅지까지 발이 빠진다ㆍ
대단하네 ᆢ
독수리봉의 소나무는 무수한 바늘에 작년 삼신봉 소나무 같이 두꺼운 힌 눈을 코팅한 채
눈보라 자욱한 바람 길에 당당하게 서 았었다.
러셀을 하면서 산행한 기억이 까마득하다ㆍ
아름다운 시절의 영상 한 컷이 스친다.
아들과 함께한 백두대간 대덕산과 초암산 산길의 러셀 기억이 아진 남아 있다ㆍ
그 세월도 벌써 10년 이구나 ~~
한 산님은 독수리봉에서 회군 했다ㆍ
바람이 너무 불고 산길의 흔적이 희미해서 위험할 거 같다고 했다ㆍ
그래봐야 동네산이지 하면서도
내심 독수리봉 오름 길의 눈바람과 허벅지 까지 빠지는 눈밭에 약간 기가 눌렸다 ㆍ
독수리봉 너머 하산 길은 경사가 아주 급하다ㆍ
계단이 눈에 파묻혀서 흔적이 없는데 스틱도 없이 내려 가려니 서커스 균형잡듯이 아슬
아슬한데 눈의 쿠션이 있으니 그나마 위안을 느끼며 하산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싱싱한 눈들은 등산화 틈새로 마구 비집고 들어오는데
이정도 수준의 눈이면 아무리 동네산으로 폄훼해도 아이젠과 스패치는 필수 항목 이었다ㆍ
거의 선답자의 흔적이 없는 거친 비탈길을 내려와서 제법 넓어진 계곡길에서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ㆍ
그 흔적을 따르니 발 아래가 불편한 돌길이어도 그나마 심각한 뒤틀림은 위험은 줄일 수
있었다ㆍ
발밑의 무질서한 돌들 위에 덮힌 눈이라 미끄럽고 불안정해서 많이 넘어졌을 텐데 선답자의
고군분투 덕을 좀 보았다
드디어 앞에 내려가는 산님이 보인다.
그 산님은 메인 등산로를 만날 때 까지 다섯번도 더 넘어졌는데 나는 추월할 생각없이
조용히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그 뒤를 띠라 갔다ㆍ
그럴 수 밖에 없는 길
발자국이 없는 하얀 눈밭의 돌밭을 걸어가려면 구간마다 엉덩방아 통행세를 지불해야 했다.
ㆍ
길을 다 나가서 비로소 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ㆍ
너무 자주 넘어지길래 노인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건장한 오십대 였다.
눈덮힌 식장의 풍경은 대단 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눈으로 쉽지 않은 산행은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렸다 ㆍ
산행을 끝내고 오문창순대집에서 순대 2팩과 순대국 2개를 사고 효동에 들려 영수를
픽업한다음 문창시장에서 내일의 족발을 3팩사서 집으로 돌아 왔다ㆍ
두시 30분을 넘어서는 점심겸 뒤풀이 상은 다소 늦었지만 푸짐했다.
사다 놓은 대짜배기 막걸리 2통과 영수가 사온 초밥
그리고 내가 사온 순대 1팩,족발 1팩을 벼메뚜기떼처럼 해치우고 알딸딸하고 거나해졌다ㆍ
눈이 와서 기분좋은 설날이브 였다.
눈이 장하게 내리는 날 - 1월 28일 설날 전야 나홀로 아침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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