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간 지켜봐 준 한국민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 나름대로 합당한 대우를 받았고, 한국 교육계에 무엇인가 공헌했다고 믿지만 올바른 평가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내 일생의 한 부분이 된 한국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한 자주 방문해서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싶다.
지난 2년을 되돌아 보면
한국은 여러 면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인터넷 뉴스 매체를 예로 들어 한국의 당면 과제를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컴퓨터와 인터넷 분야의 기술력에 대해 자부심이 상당하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첨단 인터넷 접속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터넷 뉴스는 한국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며 인쇄매체를 위협하고
있다. 아니, 이미 인쇄매체를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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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한국 대학생들, 특히 기술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글쓰기 능력과 전달 훈련뿐만 아니라 사업전략과 기술적인
노하우를 포함해 전자출판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글쓰기 능력과 뉴스 보도 과목뿐만 아니라 사업
전략과 기술 노하우도 들어가야 한다. 학생들은 교실이 아니라, 학교 신문사 등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여러 가지를 배운다. 내용과 출판 절차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의 외관과 느낌을 경쟁사의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KAIST에 처음 부임해 한국의 최고 기술대학에 인터넷 신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실망이 컸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
http://times.kaist.ac.kr’에 ‘KAIST 타임스’를 만들긴 했지만, 이 같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학이나
정부에서는 왜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문제는 KAIST와 같은 과학기술의 요람에서조차 경제 이론이 기술을
몰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KAIST의 사업 모델은 혁신적인 교육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학생유치
중심으로 운영하기에 아무도 전자출판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다.
업무 담당자에게는 소득과 안정적인 직장, 교육 학자금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특히 정부의 예산으로 발간되는 품질 좋은 신문이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에게 계속 우편발송되는 한 이 현상은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다.
경제적인 방해 요인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난해 4월 관련 학생들과 학장, 교직원을 모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자 모두 표정이 굳어버렸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서버를 구축하거나 설계팀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울 시간적인 여력이 없었다.
엔지니어링 담당자들은 기술을 배운다 하더라도 서버를 구축하거나 프로그래밍할 여유가 없었다. 경영진은 정부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한 인맥 관리
등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관심 쏟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예산 권한이 없는 총장이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결국
해답은 ‘나 자신’에게서 찾았다. 내가 직접 3시간 만에 콘텐츠를 만들고, 제작을 완료한 것이다.
대다수 한국인에게는 이 이야기가
귀찮고 곤란한 것이겠지만, 굳이 하는 이유는 경제적 장애가 KAIST, 아니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나 노령화, 세금과 같이 모든
사회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문제에 속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한국뿐 아니라 모든 사회가 경제적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제를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어쨌거나 한국은 올바로 나아갈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순풍을 타고 순조롭게 미래를 항해해 나아가길 기원한다.
◆로버트 러플린 전 KAIST 총장
rbl@large.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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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게재일자 : 200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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