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다음 등 포털 매출의 30%가 사기?
국내 대부분 포털의 가장 큰 수익원은 키워드 검색 광고입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전체 매출의 60%가 키워드 검색 광고 매출입니다. 키워드 검색 광고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꽃배달’입니다.
꽃배달이란 단어를 검색창에 집어 넣고 엔터키를 두드립니다. 엠파스를 제외한 어느 검색 엔진을 이용해도 나오는 검색 결과 머리 부분이 같습니다. 이른바 ‘스폰서 링크’란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같은 꽃집 이름 5개가 주르륵 순서대로 흐릅니다.
이 스폰서 링크 내용이 모두 같은 이유는 미국 오버추어란 회사가 광고를 받아 포털에 나누어 주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엠파스를 제외한 모든 포털이 오버추어와 계약을 맺고 스폰서 링크를 검색 결과 맨 앞에 놓아 둡니다. 엠파스는 미국 구글과 같은 사업을 합니다.
사람들이 ‘꽃배달’을 검색한 다음 스폰서 링크를 찍으면 한 클릭당 얼마를 꽃집에서 오버추어가 걷어 이 가운데 일부를 클릭을 끌어낸 포털에 나누어 줍니다. 검색을 해서 정보를 찾을 때 포털에 조금씩 돈을 준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오버추어에 광고를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고객을 모아 먹고 살려는 중소 상인들입니다. 키워드 검색을 이야기할 때 꽃배달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비싼 검색어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꽃배달을 검색해 업소 이름을 클릭해 사이트를 열 때마다 꽃 가게 주인은 대략 1만원을 오버추어에 냅니다. 이런 광고를 CPC(Cost Per Click)라고 합니다.
졸업·입학철, 크리스마스엔 꽃배달 한 클릭 가격이 2만원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경매방식으로 스폰서 링크를 팔기 때문에 정가는 없습니다. 한 클릭에 2만원은 꽃집 주인 입장에서는 정말 큰 돈입니다. 그래도 달리 특별히 홍보 수단이 없는 중소 상인들 입장에선 배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한 클릭에 2만원을 내도 이익이 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검색 광고 시장 규모는 올해 약 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IMC와 오버추어가 공동으로 작성한 자료는 5049억원입니다. 오버추어가 그 시장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클릭 한 건당 최소 90원에서 많은 건 2만원까지 중소상인들이 내 놓은 푼돈을 모아서 만든 6000억원은 정말 큰 돈입니다.
게다가 이 시장은 더 빨리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오버추어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해 9월 오버추어가 한국에 지사를 만들었습니다. 오버추어는 2005년 검색 광고 시장이 31% 커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넷 시장 폭발은 사실상 오버추어 CPC 광고의 폭발입니다. 매출을 0에서 5000억원까지 끌어 올리는데 걸린 시간이 딱 3년입니다.
불과 3년 만에 5049억원 규모로 덩치가 커졌습니다. 오버추어는 광고주 숫자가 4만명에 가깝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가운데 90%가 연간 100만원 이하 광고비를 쓰는 영세 사업자입니다. 문제는 광고를 하는 중소 상인 대부분이 자기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중국어 회화 업체를 운영하는 강성훈 사장은 지난 8월 ‘중국어’란 키워드 검색 광고를 했습니다. 그가 오버추어에 준 돈은 4주간 약 400만원입니다. 클릭 한번에 그가 지불한 돈은 1000원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처음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광고를 포기했습니다. 오버추어를 통해 들어 와서 수강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강 사장은 “가장 효과 좋은 인터넷 광고에 비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20대 1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무엇을 팔고 있는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는 “오버추어가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1000클릭 가운데 부정 클릭이 300클릭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물론 돈을 받는 것은 700클릭입니다. 문제는 이 700이란 숫자를 믿을 수 있는가입니다.
사람은 몰려들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사기 클릭(fraud click) 때문입니다. 오버추어측은 사기 클릭이란 경쟁 업체가 광고를 반복 클릭해서 경쟁자의 홍보 비용을 날려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중국어’란 단어를 사서 중국어 회화 수강권을 팝니다. 그걸 보고 있는 다른 중국어 회화업체에서 컴퓨터로 그 단어를 계속 클릭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생길까요? 오버추어에 물어보면 한 사람이 계속 클릭을 하는 경우는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버추어는 6시간 동안은 같은 컴퓨터에서 몇 번을 클릭해도 한번으로 계산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선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오버추어에 정수기 광고를 해 온 P씨는 2004년 3월 31일 평소 클릭(500회)보다 10배 이상인 5500회 클릭이 들어와 하루 통장에서 635만원이 빠져 나간 것을 발견합니다. 그야말로 밑 빠진 통장입니다. 오버추어에 항의했습니다.
그래서 2005년 4월부터 2006년 7월 과금 자료를 받아냅니다. P씨는 자료를 분석해 보고 2005년 7월 7일 하루 광고비 114만 2210원 가운데 74만 2950원이 부정클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려 65.13%에 달합니다.
오버추어는 P씨에게 7월7일부터 13일까지 받은 돈 가운데 140만원을 돌려 줍니다. P씨는 50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버추어가 왜 140만원을 돌려 주었는지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버추어는 한국에선 과묵한 다국적기업입니다. 돈을 돌려 줄 때도 그 이유를 절대 설명하지 않습니다. “돈을 돌려 준 이유를 설명하면 누군가 거꾸로 그런 방법으로 사기 클릭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기 클릭을 하는 방법은 이 회사의 존립기반을 흔들어 버립니다.
이런 부정 클릭 사례를 모으고 있는 오버추어 광고주 인터넷 모임에선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돈 평균 20%, 최대 50%가 부정 클릭 등 잘못된 지출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버추어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10~15%가 부정 클릭이라는 외부 조사 자료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열린우리당 이석현 의원실이 9월말 실험을 했습니다. 아래는 발표한 자료 일부분입니다.
“쿠키차단 상태로 동일 아이피(220.116.75.202)로 네이버 다음 야후 검색에서 동일한 단어를 검색해 각각 10회씩 모두 30번 클릭==>100% 과금”
보통 사람들에겐 암호처럼 들립니다. 인터넷에 발을 걸치고 있는 컴퓨터는 모두 주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주소는 모두 다릅니다. 그걸 IP(Internet Protocol) 주소라고 부릅니다. 주소는 0부터 256까지 숫자 4개로 점으로 구분합니다. 220.116.75.202가 바로 컴퓨터 주소입니다.
쿠키란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에 접속했을 때 받는 입장권 같은 것입니다. 텍스트 파일로 만든 간단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다시 그 사이트에 들어갈 땐 그 쿠키를 보여달라고 합니다. ‘쿠키차단 상태’란 쿠키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죠. 익스플로어 같은 인터넷 서핑 프로그램을 몇번 만지면 쿠키를 받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쿠키를 막아 놓으면 무한정 경쟁 꽃집이나 외국어 학원이 헛돈을 쓰도록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버추어 코리아에 사실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실험의 정확성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본사에 문의 한 다음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며칠 후에 올 본사 대답은 ‘요즘 인터넷 환경이 너무 복잡해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는 내용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즘 사내 컴퓨터 IP 주소를 하나만 쓰도록 만들어 놓은 기업들이 많습니다. 컴퓨터 하나, 주소 하나란 이야기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IP 주소가 같다고 같은 컴퓨터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쿠키를 보조 판단 자료로 사용합니다. 쿠키를 안 받는 경우엔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오버추어는 CPC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오버추어 담당자는 그 특허를 “수 많은 클릭을 걸러 유효 클릭 숫자를 계산해 내는 방법론”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쿠키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사기 클릭이 가능하다면 그 방법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입니다.
특허 받은 방법론으로 유효 클릭 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하자가 있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팔고 있는 셈입니다. 또 사기클릭을 하는 방법이 쿠키를 감추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예 IP 주소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오버추어는 그런 경우에도 클릭 패턴을 분석해 사기 클릭을 가려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버추어는 제 2의 퀄컴?
오버추어 코리아에 전화를 걸어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정책상 공개할 수 없다, 본사에 문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끊임 없이 들어야 합니다. 한국 매출이 얼마인지부터 개별 업체와 계약 내용 전체가 다 비밀입니다. 국내 포털과 계약에 그 내용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넣어 두었다고 합니다.
과거 취재했던 업체 가운데 유사한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입니다. 퀄컴도 다른 업체와 계약 내용을 철저히 비밀로 합니다. 업체마다 계약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중소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맺은 계약은 완전히 다른 계약입니다. 오버추어도 CPC 원천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업체 모두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가져간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국내 업체들이 미워하지만 의존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모두 퀄컴에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퀄컴이 없다면 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털들도 오버추어가 없는 인터넷을 생각하기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NHN은 올해 상반기 2547억원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검색 광고 비중이 60%에 달합니다. 대부분이 오버추어가 거두어 준 돈입니다. 인터넷 광고주 모임 주장대로라면 매출의 최대 30%가 사기란 이야기입니다.
국내 포털들도 오버추어 방식 CPC 광고를 개발해 놓았습니다. 별로 어려운 기술도 아닙니다. 그러나 한결 같이 그래도 오버추어와 거래하는 편이 이익이라고 말합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장기적으로도 꼭 우리가 직접 CPC 광고를 하는 편이 더 이익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습니다.
오버추어는 최근 한 인터넷 기업에 CPC 광고를 같이 하자며 광고매출의 10%를 시스템 운영비용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나머지를 약 7대 3으로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7이 인터넷 기업 몫입니다.
업계에서 오버추어가 야후에게는 85%를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전체의 10%를 먼저 가져간 뒤 나머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오버추어는 야후는 한 몸입니다. 야후가 오버추어를 사들였습니다. 말하자면 같은 회사에 다른 사업부문입니다.
국내 최대 검색업체(시장점유율 70%)인 네이버는 최소한 야후와 대등하거나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그게 시장의 논리입니다. 세상엔 비밀이 없습니다. 물론 알려진 것이 사실이란 보장도 없긴 합니다.
국내 포털들이 직접 CPC 광고를 하려면 시스템을 개발하고 오버추어의 원천특허를 피해야 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4만개에 육박하고 있다는 광고주 숫자입니다. 누군가 검색을 하면 그에 해당하는 광고를 앞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광고주가 적으면 그게 불가능합니다. 광고주를 모을 때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당장 눈 앞에 쉽게 돈을 벌 방법이 있습니다. 길게 보고 오버추어와 경쟁을 한다는 결정을 내리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국내 포털들이 오버추어에서 돈을 받을 때 근거 자료를 받을 것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던져주는 돈만 받을 까닭이 없습니다. 또 그 매출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이니 눈을 부릅뜨고 바라봅니다.
당연히 광고주인 중소상인들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기 클릭을 방조하거나 최소한 묵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료를 다 보면 슬며시 눈을 감고 주머니 속 지갑을 만져보진 않을까요?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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