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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추일서정 - 김광균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   
출처 : 조선 이영혜님 불로그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詩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는 제 이웃 nil 님에게서 인용
낯익은 싯구가 눈에 들어 온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시인가?
그 옛날 내가 느꼈을 법한  빛바랜 감상이 고개를 든다.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데
그땐 잘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그리워지는 그런 풍경이 떠오른다.
포풀러 나무 가지사이로 조금은 칙칙하고
포근해 보이는 우리 동네가 떠오르고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아련한 향기가 
조금은 퇴폐적이고 황량한 언어에 실려 온다.
아름다운  가을의 시가 아니고도
말로 풀어내기 힘든 추억과 상념이 조용히 가슴을 흔들고 간다.   
 
무릉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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