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벌써 가을이 저물어가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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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으로 시계를 자꾸만 올려봅니다.
점심시간까지 남아있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채, 나는 일을 접고 일어 섰어요.
가을 속으로 나들이 간다는 말을 차마 동료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말이죠.
혼자이고 싶었거든요.
가능한 만큼의 저속으로 나는 운전을 했습니다.
혹 아시는지요.
잃어가는 시간의 짙은 고독으로 깊어진 가을 나무의 검은색과
쌓여진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빛부신 사랑이 흔들리며 떨어져내리는
저 가을 숲의 찬란함에 대해서 말입니다.

시간은 고요히 흐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였어요.
팔랑거리며 떨어져내리기도 했고
휘몰아치는 폭우처럼 쏟아져내기도 했어요.
흐르는 물줄기의 돌틈 속에 멈추어 서기도 했구요.
기억의 시간 속에선
어두운 여름밤 폭우 속의 떨림은 잊혔습니다.
시린겨울, 고분 속을 돌아나온 듯한 회색빛 허무가 뱉어내던 한숨도 잊었습니다.
오직 설레임의 기다림으로 망울 망울 맺히던 사랑의 기억만이 빛곱게 물들어
숲을 채우고 하늘을 채웠습니다.
아세요?
시간은 단지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
시간은 오직 사랑의 빛으로 쌓이고 쌓인다는 것을요.
가을의 향기 속으로 흐르던 첼로의 저릿한 음색을 따라
들을 수 없는 당신의 안부가 못내 궁금하던 그 시간의 마음도
차마 동료에게 말하지 못했던 미안함도
스타벅스 커피샵, 창가에 앉은 머리하얀 할아버지가 건네던
커피향이 묻어나는 그윽한 시선과 주름진 미소의 아련함도
그렇게 쌓이고 있다는 것을요.

오늘의 쌓인 기억만큼
오늘의 쌓인 사랑만큼
나는 곱게 물들 것입니다.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기억의 무게로 흔들리며 저 깊은 숲 어딘가로 나 떨어져내리면
그리하여 빛바래고 부스러져 나무 밑둥 어딘가에 묻혀져도
내 강열했던 기억의 열망 하나 나무의 수액으로 스며
서러운 빈 하늘 가득
파랗게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마치 억겁의 윤회처럼….
Osennyaya pesnya(가을의 노래) /Anna German
다사랑님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