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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박물관

     
실크로드 박물관
  2006/12/01 21:17
서일호     

안녕하세요, 주간조선 서일호 기자입니다.

 

▲실크로드 박물관 내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일명 ‘몽마르뜨 언덕’ 끝자락에는 ‘실크로드 박물관’(관장 신영수)이 있다. 올해 8월 중순에 문을 연 이곳에서는 ‘실크로드(silk road)’에서 출토된 유물 1500여점이 살아 숨쉬고 있다.

 

실크로드란 고대(古代) 비단무역을 통해 중국과 서역(西域)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이어준 육ㆍ해 교통로이다. 일부 학자는 실크로드가 우리나라 경주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실크로드라는 용어는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이 처음 사용했다. 총 길이 6400㎞에 달하는 실크로드는 지형적 특성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 중 동쪽 부분은 중국 중원(中原)에서 둔황(중국 간쑤성 서부 도시)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중앙 부분은 둔황 서쪽에서 파미르 고원 동쪽까지다. 이 길은 타클라마칸 사막(중국 타림 분지 중앙에 있는 사막)에 가로막혀 사막 남쪽길과 사막 북쪽길로 나뉜다. 서쪽 부분 역시 중앙 부분과 마찬가지로 남북 두 갈래 길이 있다.

 

삼청동 실크로드 박물관에는 목제 마차, 미라가 신었던 신발, 고대 유리병 등 15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 장소는 매우 작지만 전시품이 다양하고 귀중해서 내용이 충실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곳에서 간판으로 내세우는 유물은 투루판에서 출토된 부장용(시신과 함께 무덤에 묻는 것) 목제 마차이다. 1700여년 전 유물로서 마차에 투루판 고문서가 붙어있어 가치가 더욱 높다. 또 고대 서역인의 신발이 인상적이다. 타클라마칸에서 출토된 미라가 신고 있던 이 신발에는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밖에도 기원전 3세기부터 서기 3세기까지의 다양한 수공예 유리병, 구슬, 목걸이 등이 눈길을 끈다.

 

▲투루판에서 출토된 목제 마차.  

중앙아시아에는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를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쿠차, 호탄, 누란 등의 도시들이 있었고, 실크로드를 통해 전래된 서방의 유리, 옥 등은 통일신라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실크로드 교역의 생생한 증거가 되는 유물은 로만 글라스 계통의 유리병이다. 이는 신라시대 대형 고분(古墳)에서도 출토됐다.

 

실크로드 박물관에는 이란 계통의 서역인과 당나라 사람을 형상화한 도용들도 있는데, 이를 통해서는 당시 사람들의 옷차림과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호탄의 요트칸에서 출토된 토우(土偶), 내몽골에 묻혀있던 채색 목제관(기원전 5~3세기 유물), 투루판에서 출토된 비단(7~8세기 유물) 등이 전시돼 당시 중앙 아시아의 모습을 잘 전해준다.

 

유물을 사막처럼 만든 모래 위에 전시한 것이 독특하고, 박물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인왕산의 가을 경치는 가히 예술이다. 박물관에서는 원하는 관람객에게 따뜻한 차를 제공해준다.

 

실크로드 박물관은 전체 3층으로 이뤄져 있고, 1층은 총포류, 3층에서는 조선ㆍ고려 시대 우리 그릇 테마전을 하고 있다. 1층에는 13~19세기 한국, 중국, 티베트, 몽골 등 동양 총기 300점을 모아놓았고, 3층에는 조선, 고려시대 그릇 120점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고등학생까지 3000원. 연중무휴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저녁 7시. (02)720-9675


 


 

인터뷰|신영수 관장


 

“박물관은 편하게 즐기는 생활공간”


▲사람과 낙타 모양의 토우.  

실크로드 박물관 신영수(51) 관장은 삼청동 티베트박물관과 붓다갤러리 관장이기도 하다. 신 관장은 30여년 간 5만여점의 유물을 모았고, 2004년에는 중국 북방계 유물 230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 언제부터 유물을 수집했나.

“1970년대 초 고등학교 때 한강 하류 미사리에 놀러 갔다가 흙더미에서 빗살무늬 토기 파편과 석기를 발견했다. 빗살무늬를 들여다보다가 6000여년 전 사람의 손길이 갑자기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조선호텔 지하에 있는 골동품 가게들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1980년대 말에는 전국에 있는 박물관을 모두 돌아다녔다. 그때부터 박물관 운영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 실크로드, 티베트, 중국 등에서 출토된 유물을 주로 수집했는데.

“히말라야 트래킹을 갔다가 티베트사원에 들렀을 때, 마침 정월 대보름 축제가 열렸다. 그들의 의복 색깔에 반해 티베트, 중국, 실크로드 유물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게 됐다.”

 

- 유물 구입비가 만만치 않게 들 텐데, 경제적인 문제는 없나.

“매달 해외에 나가 유물을 구입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 인테리어와 건축 사업을 병행하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 이 같은 가장(家長)의 만행을 이해해주는 가족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 그 동안 가짜 유물에 속지는 않았나.

“특히 중국 유물 중 가짜가 많았다. ‘위조품박물관’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속았다. 지금까지도 속는다. 감별법에 완전한 정답은 없고, 현장에서 감을 익혀야 한다. 그래도 요즘엔 다른 수집가들에게 도움을 준다.”

 

- 2003년에는 성(性)문화박물관과 차(茶)박물관도 열었는데.

“관람객 반응은 좋았지만, 건물 임대 문제로 문을 닫았다. 지금도 일본 관광객들이 정보를 듣고 찾아온다. 앞으로도 다양한 박물관을 열 생각이다. 박물관이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