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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여행지

멋대로 맛집

출처 : 조선블로그 김성윤 기자의 goumet club

 

 

자기 마음대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들이 있다. 마음대로 퍼주고, 마음대로 깎아주고, 마음대로 문 열고, 마음대로 손님 ‘들어오라’, ‘나가라’. 그런데도 손님들은 이를 다 견디고, 얌전히 손님이 줄을 선다. 비결이 뭘까? ‘멋대로 맛집’ 3곳을 소개한다.

 

 

대치골 한우곱창-주인 맘대로 퍼준다

 

밑지는 장사 없다지만, 이렇게 퍼주고 깎아 줘도 남는 게 있을까.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백화점 부근에 있는 대치골 한우곱창은 7개월 전 문을 연, 비교적 새 식당이다. 그런데 벌써 ‘전설’이 흘러 넘친다.

 

첫 번째 이야기. 20대 초반 남자 넷이서 곱창전골과 곱창구이를 먹었다. 8만원쯤 나왔다. 넷이서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아뿔싸. 6만5000원 밖에 없었다. 주인 김향숙씨는 5만원만 받았다. 1만5000원은 “택시비 하라”며 돌려줬다.

 

두 번째 이야기. 술과 안주를 실컷 먹고 일행 중 하나가 계산을 마쳤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머지 일행이 소주 3병을 더 마셨다. 김씨는 더 마신 술값을 받지 않고 일행을 내보냈다. 그리고 소리쳤다. “1년 있다가 하루에 1000원씩 갚아!"

 

지난 12일, 식당을 찾아갔다. 늦은 밤, 술 취한 손님이 대리 운전기사를 불렀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기사가 오지 않았다. 김씨는 손님 집 주소와 연락처를 받더니 “택시 타고 가라”며 보냈다. 20분쯤 지나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했다. 김씨는 자기 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내 기사 손에 쥐어주면서 “차를 손님 집에 몰아다 주차해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에게 “이런 일이 종종 있느냐”고 물었다. “사장님 또 그러셨네. 어떤 때는 사장님, 아니면 사장님 아들이나 딸이 직접 대리운전을 해드려요.”

 

주인 김향숙씨는 손도 크지만 살짝 ‘공주병’도 있다. 다음은 13일 벌어진 풍경. 단골들이 몰려왔다. 이들 중 한명이 성형외과 의사인가보다. “내가 너무 예뻐서 수술할 사람 한 명 줄어드니까 짜증나죠?” 김씨의 말에 손님들은 “사장님 또 시작이다”라며 웃었다.

 

손님이 말 잘하고 주인 마음에만 들면(예를 들어 주인 아주머니에게 “너무 젊고 예쁘시다”라고 할 때) 음식이 주문보다 턱없이 많이 나온다. 식당 직원들이 먹으려고 무쳐둔 잡채며 회, 오징어 순대도 내준다. 처음 온 손님에게는 날치알과 묵은지, 김가루 등이 들어간 볶음밥이 무조건 공짜다. “우리집에 왔으니 우리집 밥을 먹어봐야지”가 이유다. 열무냉국수도 서비스다.

 

물론 모든 서비스는 주인 변덕을 따라간다. 손님이 마음에 들면 ‘자식 같다’며 더 퍼 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 것도 없다. 막무가내로 깎아달라고 하면 딱 100원만 빼주기도 한다. “가게로 큰 돈 벌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어요. 돈 욕심 내지 말고, 맛있는 곱창을 많은 사람에게 맛 보이자고 생각했죠.” 곱창구이 1만5000원, 양깃머리구이 1만8000원, 곱창전골 3만8000원·2만7000원, 볶음밥 2000원. 식당이 강남 롯데백화점 뒤 건물 주차장 안쪽으로 숨듯 있어서 찾기 쉽지 않다. (02)501-7418

 

 

미스터 아보카도-주인 맘대로 문 열고 닫는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올라가는 길에 있는 캘리포니아롤 전문점 미스터 아보카도. 맛은 있는데, 여기서 약속잡는 건, 별로다. 영업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주인 최정욱씨에게 사정이 있었다. 딱 8석에 불과한 작은 가게지만, 혼자서 요리는 물론 장보기, 청소, 설거지, 서빙, 계산까지 두루 처리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장보러 나가거나 은행에 가거나, 혹은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가게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단다. 게다가 최씨가 다른 곳에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까지 운영하고 있어서 더욱 바빴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자카야를 접고 이 식당에만 전념한다니, 가게문이 잠겨있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게 됐다.

 

단골들은 이 집 분위기에 적응한 모양이다. 단골들은 알아서 서빙도 하고, 음식도 가져다 먹는다. 심지어 설거지까지 돕는다. 최씨가 180cm는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에 호남형 외모여서인지, 단골은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하다.

 

일식당에서 여러 해 일한 덕분인지 최정욱씨가 만드는 캘리포니아롤은 기본이 탄탄하단 느낌이다. 밥이 너무 시거나 달지 않고 적당하다. 여기 그날 사용할만큼만 구입하는 재료가 신선하다. 재료가 종종 일찍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뿌리는 소스 역시 너무 강하지 않아서 밥맛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캘리포니아롤을 오븐에 한 번 구워 내는 ‘그릴드’가 훌륭하다. 열을 받아 맛 성분이 활성화되는지 각 재료의 특징이 더 도드라진다. 가격도 좋다. 최저 4000원(캘리포니아롤)에서 최고 8000원(미스터 아보카도 스페셜)까지로 다른 캘리포니아롤 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편. (02)764-1687

 

 

영일만-주인 맘대로 술 팔고, 손님 내보낸다

 

“남자 둘이서 소주 세 병 먹었구만. 이제 그만 먹어!” 서울 동작구 사당동 영일만 횟집에서는 손님이 마음대로 술 마시지 못한다. 남자 손님에게는 소주 한 병 반, 여자 손님에게는 한 병 이상 팔지 않는다(‘남녀 차별’이라고 하자 ‘똑같이 마셔도 여자들이 먼저 취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양을 떨어도, 웃돈을 얹어준대도 소용 없다.

 

느긋하게 오래 앉아 먹지도 못한다. 주인 오영조씨는 술과 안주가 떨어졌다 싶은 테이블이 보이면 바로 달려가 단호하게 말한다. “다 드셨죠? 이제 일어서 주세요.”

 

이 괴팍한 주인은 나름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술을 제한하는 이유는 첫째, 좁은 가게라 만취한 사람들이 많으면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요. 둘째, 손님 건강을 위해서에요. 다른 데서 얼큰하게 취해 ‘2차’하러 온 손님은 절대 안 받아요. 내 친동생이라도 못 들어와요.”

 

다 먹은 손님에게 나가달라는 이유는? “우리 가게는 테이블이 10개밖에 안 되요. 그런데 계속 앉아있으면 가게 밖에 서 있는 손님들은 어떻게 합니까.” 가게 안은 물론 바깥에 있는 손님도 무시할 없다는 것이다. 4인석에 둘이서 앉는 것도 물론 금지다(3명은 4명 자리에 앉아도 된다).

 

이런 ‘굴욕’을 감수하면서도 손님들이 이 집을 찾는 건 싸고 싱싱해서다. 주인은 “우리 집은 골목에 숨어있기 때문에 손님 10중 9명은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0년 횟집을 열기 전까지 오영조씨는 30여년간 수산청에서 수산물 관리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래서 ‘횟감 감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단다. 게다가 고향은 경북 포항.

 

막회나 물회도 좋지만 특히 과메기가 입에 착착 붙었다. 다른 식당 과메기보다 촉촉하면서 비린내가 덜했다. 얼린 과메기를 먹기 딱 하루 전 해동시켜야 기름이 돌면서 부드럽단다. 여기에 주인이 개발한 ‘특제 양념’을 뿌려 비린내를 제거하고 감칠맛을 더한다. 막회 2만5000원·2만원, 과메기 1만원, 물회 8000원, 회밥 5000원. 지하철 4호선 사당역 8번 출구를 나와 국민은행 골목을 100m쯤 들어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간판이 보인다. (02)522-4080

 

/재밌는 가게들이죠? 이런 개성있는 가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음식을 맛으로만 먹는 건 아니니까요. 김진호(연세대 신방과 3학년), 신윤주(동국대 신방과 2학년) 인턴기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기사 쓰지 못했을 겁니다. 수고했다, 얘들아. 대치골 한우곱창과 미스터 아보카도 사진은 이경호기자가 찍었습니다. 영일만 사장님 사진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가 찍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만 이상하죠? 맛있는 주말 보내세요.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