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도입 직후 실질적인 경영 성과가 드러나지 않자 많은 경영진이 CRM 도입을 실패로 규정하고 포기하거나 CRM을 IT 부서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관련 비즈니스 부서의 협조 및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례가 매우 많다.
KB국민은행의 CRM 도입 사례는 조직·프로세스·IT시스템을 포괄하는 전행 차원의 통합 CRM을 전사적인 노력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국민은행의 전행 통합 CRM의 성공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다. 은행장 이하 전 임원진이 통합 CRM 구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 부서가 협력해야 함을 강조함으로써 전 직원의 관심과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둘째, 관련 사업부 간 공조체계 구성이다. IT 개발 위주의 프로젝트 진행이 아니라 현업 부서 중심의 프로젝트 진행 및 프로젝트 태스크포스 내 관련 사업부 전체를 참여시킴으로써 전사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었다.
셋째, 프로젝트 실행 주체 간 시너지 달성이다. CRM 방안 설계의 주체와 시스템 구현의 주체가 프로젝트 진행과 종료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설계 단계와 구현 단계의 단절에 따른 비효율성 및 왜곡을 방지했다.
마지막으로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세부 추진방안 수립이다. CRM의 실질적인 성과는 영업점 참여로 이루어지는만큼 영업점 평가 항목에 CRM 항목 가중치 증가, 행내 각종 캠페인 및 성과 포상을 통해 CRM 체계 활성화를 이룰 수 있었다.
국민은행의 성공적인 CRM 도입에 따라 기업·하나·우리은행이 각각 CRM 진단 및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보험업계도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CRM 전략 수립 및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행 통합 CRM 도입은 과거 CRM 도입을 통한 비즈니스 효익 달성에 실패한 국내 금융권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역량 및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CRM 도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명확히 수립된 CRM 비전 및 전략을 기반으로 조직·프로세스·IT시스템 전체가 유기적으로 변화해야만 CRM 도입의 실질적인 성과 및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국내 금융권에서 CRM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기업 특성을 감안해 명확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액센츄어와 함께 세계적인 CRM 경향 및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 기반에서 국민은행의 특성을 감안한 과제를 정의해 조직 내 공감대와 추진력을 확보했다.
조직·프로세스·IT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 전체의 CRM을 조직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와 같이 선진국 또는 경쟁사의 시스템 도입에 자극받은 무분별한 시스템 도입이 아닌 명확한 전략 아래 관련 조직 간 R&R(Role and Responsibilities) 수립, 캠페인을 포함한 마케팅 전반의 프로세스 재설계가 요구된다.
IT시스템 활용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CRM의 실질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IT시스템의 지원 및 활용을 통한 지속적인 고객 정보 갱신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CRM이 필요하다. CRM은 일회성 마케팅이 아니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마케팅, 고객 서비스 향상을 통해 그 효과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경영층부터 영업사원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고 지속적 활동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스티븐 리 액센츄어 부사장 steven.b.lee@accenture.com
○ 신문게재일자 : 200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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