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선블로그 Yolee
일주일간의 훌로리다 여행을 다녀왔다.

- 눈부신 태양,
파란 하늘,
부푼 구름,
따스한 초록빛 바람과
그 바람빗으로 머리 빗는 야자수들.

- 하얗게 웃으며 달려오던 바다...바다...
그 옆에 비단필을 풀어놓은 듯한 고운 모래밭,
그리고...
.
.
.
파도를 사랑하던 크고 작은 물새들.

- 오로지
그것들과 벗하며
`컴퓨터`라는
내 일상속의 또 다른 세상마저도
완전하게 꺼 둔.......
그저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
약간의 우수가 밴 자유를 누리며
아무 것도 이룰 일 없는
어슬렁거리는 마음으로
그렇게 지낸 일주일이었다.


- 그러나...
1월 훌로리다 여행에 있어
언제나 내가 최고의 감동을 받는 순간은
그보다는 늘 다른 것에 있다.
.
.
출발하는 날 아침도,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는 영하의 날씨였다.
한 두번 다녀온 것도 아니니
도착하여 공항 화장실로 달려가
옷부터 갈아입는 일은 그만 하자 했지만
그곳의 따뜻함을 영 실감하지 못하는 내 피부는
아무리 훌로리다라지만 그래도 1월, 한 겨울인데...하며
얇은 옷차림으로 떠나길 언제나 거부한다.

- 탄 비행기가 홀로리다 상공에 가까워지자
내내 따라오던 두터운 구름이 걷히고
창 밖으로 싱그런 푸르름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침내 오를랜도 공항에 도착하니
비릿한 물 냄새와 눅눅한 이끼 냄새,
늪지인 훌로리다의 살 냄새가 섞인 더운 공기가
훅~ 하고 가장 먼저 달려들며
이 여행객을 반긴다.
`아! 맞아! 이랬지......!`
그제서야 훌로리다의 날씨를 실감한 내 피부가
내 옷 차림이 덥다며 변덕을 부린다.
나는 이번에도 화장실로 달려가
입고 온 겨울 옷을 벗어버리고
여름 옷으로 갈아입는 수선을 피워야 했다.

- 공항 청사를 나서자,
이번엔 여기저기서
원색의 온갖 꽃들이 뛰어와 눈에 박힌다.
여름이면 우리집 화단에도 피었다가
가을이 되면 노랗게 시들어버리고마는
`아프리칸 물봉숭아`같은 일년생 화초들도
훌로리다에서는 년중 탐스럽게 피어 있다.
겨우 두시간 십분을 날아왔을 뿐인데
모든 것이 이토록 다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겨울을 출발하여
봄을 훌쩍 뛰어 넘어
여름으로 온 것 같다.
매번 와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신기한 느낌.
올 때마다 안겨주는 놀라움과 경이로움.
비록 길게 지속되지는 않을지라도
신선한 충격과도 같은 이 감동의 순간이
바로 `1월, 훌로리다 여행`에서
내가 가장 즐기고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1월의 훌로리다 여행이 주는 신선한 감동은
이 한번에 그치지 않는다.
`겨울에서 여름으로...`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겨울이 있는 곳에서 사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여름에서 겨울로...`라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또 한번 뛰어넘는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선사해 준다는 것이다.
단지 그 두번의 경이로운 감동을 맛보고 싶어서
매년 설레이는 마음으로
1월, 훌로리다 行을 하는지도 모른다.

- 오늘 아침엔
눈길을 걸어 동네 산책을 나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원색의 여름속에 있던 내가
하루만에 무채색의 겨울속으로 훌쩍 건너 와 있다.
정말 여름에서 겨울로의 여행을 온 건 아닐까...
착각이 들만큼 새롭고 신기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여전히 여행중이다`는 이 생각은
전혀 틀린 생각만은 아닌 것 같다.
일상의 삶이란 것도 결국
미지의 날들을 향해 두드리고 찾아가는
여행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레이는 마음으로 훌로리다 여행을 했듯,
- 인생의 여행도
-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해야 하리라.
여행지에서 하나라도 더 감동을 얻어가려고
- 눈을 반짝이는 것처럼,
인생이란 여행에 있어서도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 감동과 행복의 작은 낱알조차도
놓쳐서는 안 되리라.
그러나 감동이란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듯,
인생이란 여행도 반드시 사랑과 애정으로 할 일이다.
오늘도 인생이라는 여행중인 나,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YOLee-
이웃님들께~!
잘 다녀오라고 기원해 주신 덕분에
여행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나비인양, 벌인양 날아와주신 덕분에
제 호접난도 여전히 싱싱하게 피어있네요.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여행하는 동안이나마
컴속의 세상을 꺼두기로 했다 했지만
고장난 수도꼭지,
아무리 잠가도 물 새어 흐르 듯
모래밭을 걸으면서도...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도....
맛나거나 낯선 음식을 먹으면서도....
문득문득 관련되어 떠오르는
컴 속의 이웃님들을 생각했다는 거
경험으로 아시는 분은 아시지요?
우리 공룡님 말씀대로
한분한분을 위한 선물을 사오진 못했지만
보여드리고 싶어 찍어 온
이곳 저곳의 훌로리다의 풍경과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가 살던 집과 얘기등등
사진과 함께 하나하나 보여 드릴께요..
빈집이신 줄 아시면서도
두번 세번....기웃거려주시고
불 꺼질까
등불의 심지 세워주시고 가신
여러 님들께
마음으로 깊은 감사 올립니다.
어느덧 1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지요?
힘차게...심호흡으로 시작하소서~!
- 고장난 수도꼭지, YOLee ...
훌로리다의 햇살 섞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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