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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아카데미 - 말,말,말

 

출처 : 조선블로그 이지연의님의 인사이드 헐리우드

 

 

아카데미 "말말말"   

 

아카데미 시상 소식 들으셨나요? 

이번 오스카는 너무나 영화계 예상대로 딱딱 맞아떨어진 결과를 보여 줬네요.

남우주연상은 '더 래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에서 우간다의 이디 아민 연기를 한 포레스트 휘태커가, 

여우주연상은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연기를 한 헬런 미런이 수상함으로써

예상했던 대로 각각 왕과 여왕에게 돌아갔고요.

영화 속에서 정말 여왕으로 착각될 만큼 극도로 조절된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친 헬런 미런은

나이 지긋한 연기파 배우라는 점, 영국인이라는 점 등 오스카의 선호 조건을 두루 갖춘 배우죠.

수상소감에서 진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공을 돌리며

"언제나 한결 같은 당신의 존엄성과, 의무의식과, 헤어스타일"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하더군요.

 

멕시코인들을 비롯해 역대 최다 유색인종이 각종 부문 후보로 오른 올해 아카데미에서

흑인이 나란히 남녀조연상을 수상하는 광경이 연출되지 않을까 했는데, 

남우조연상은 '드림걸즈'에서 코믹하면서도 비장한 연기를 펼친 에디 머피

성이 왠지 한국이름 같아서 정이 가던 자이몬 한수가 아니라

'리틀 미스 선샤인'의 귀여운 변태 할아버지 알렌 아킨이 챙겨갔고요.

 

여우조연상 제니퍼 헛슨도 여러가지 정황 및 아카데미의 취향상 예측되던 바였는데

개인적으로 드림걸즈 영화 자체도, 제니퍼 헛슨의 연기도 (노래 말고) 좀 불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다양성'이 올해 오스카의 화두가 된 이상, (다른 사람들이 좀 약하기도 했고) 상이 돌아갈 것 같긴 하더군요.

영화 속 비중으로 보면 제니퍼 헛슨이 주연상 후보로 오를 만도 한데,

조연상 후보로 올리고 상을 주는 선에서 의견 일치를 본 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이뻐라하는 '리틀 미스 선샤인'의 꼬맹이 에비게일 브레슬린은 노미네이션의 영광만 맛보았고요.

(애들 교육상 너무 일찍 큰 상을 주는 건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바, 못 받길 잘 했다고 봅니다) 

'바벨' 덕에 뜬 일본 여배우 링코 키쿠치도 코닥 극장 구경만 하고 돌아갔습니다. 

 

 

MARTIN.JPG /AP

 

 

올해의 하이라이트격이었던 감독상은 드디어 드디어 마틴 스코세지의 품에 안겼지요. (할렐루야!)

저도 왠지 이번엔 마틴 스코세지가 받을 것 같았는데 (리메이크작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 못 받았잖아요..

마침 올해는 경쟁작도 좀 약하고.. 또 스코세지를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물먹이는 건 좀 심하고 재미도 없고..)

프랜시스 코폴라,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라는 걸출한 세명의 거물 감독이 

수상작 발표하러 올라올 때부터 수상자가 스코세지라는 게 분명해졌죠. 

이 거물 감독들은 그 자리에서도 (준비된) 농을 주고받더군요. 

"오스카 수상할 때 같이 기분 좋을 때가 없다"는 식의 말을 코폴라, 스필버그가 주고받자

루카스가 "어, 나는 받은 적 없는데?"하고, 그러자 수상한 두 사람이 살짝 따돌리는 시늉을 하고..

하여튼 세 사람이 직접 나와 마틴 스코세지와 맞이함으로써 스코세지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저도 스코세지가 이제 좀 상을 받고 집에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그동안 '레이징 불' '택시 드라이버' '비열한 거리' 등 온갖 명작으로도 감독상 수상을 못 했던 스코세지가

리메이크작인 '더 디파티드'로 최초의 오스카 감독상을 받는다는 건

뭐랄까 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생각돼서 좀 저어되는 면도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더 디파티드'가 작품상까지 받다니 너무 스코세지에 대한 보상압박이 과했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데요.

원전인 홍콩의 '무간도'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근처에도 못 간 걸로 아는데, (본 사람이나 있을런지)

그 리메이크작인 '더 디파티드'가 감독상에 작품상까지 받다니 좀 그렇긴 하더군요.

게다가 처음 영화 소개할 때였나 내레이터가 이 영화를 '일본 영화 리메이크'라고 잘못 소개하기까지..

'더 퀸'을 주자니 너무 영국 얘기고, '드림걸즈'는 오스카가 좋아하는 뮤지컬이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좀 약하고

에잇, 스코세지 몰아 주자! 한 것 같습니다.

 

하여튼 다섯번 감독상 후보로 오른 로버트 앨트먼알프레드 히치콕을 제치고

이번까지 일곱번이나 노미네이션 된 끝에 드디어 트로피를 더머쥔 스코세지는

기립박수를 보내는 청중을 진정시키기 위해 "땡큐"라는 말을 열번도 넘게 하더니

"봉투(내가 감독상 수상자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겠냐"며 스필버그에게 농담을 던지더군요.

 

지난 몇 년간 길거리에서나,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서나, 병원 의사에게서나,

하여튼 온갖 곳에서 "(이번엔) 꼭 수상하시라"는 격려의 말을 들었다나요.

이제 좀 수상했으면, 하는 마음이 온 미국에 진동을 해서 아카데미까지 흔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역시 영원한 청년 영화인 스코세지, 스무살 청년 같이 말도 빠른 말투로,

뭐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식의 분위기로 가볍게 수상소감을 표하더군요.

 

 

DICAPRIO.JPG /AP

 

 

이렇게 되고 보니 이제 안 된 건 그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더군요.

'더 디파티드'에서 정말 피말린 연기를 했는데, (촬영하는 동안 몇살 늙었을 것 같은 기분)

'블랙 다이아몬드'와 겹치면서 '더 디파티드'로는 아예 주연상 후보로도 못 오르고

스코세지에게 하나 더 얹어주는 분위기가 되면서 '더 디파티드'가 편집, 각색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대신

'디파티드' 속 배우들은 하나도 수상을 못하고 말았네요.

 

이제 스코세지가 감독상의 염원을 풀고 보니

왠지 스코세지의 페르소나인 디캐프리오가 제2의 스코세지가 되어

계속 후보로만 오르고 주연상 수상을 한동안 못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그 애기 같던 얼굴이 해가 갈수록 무섭게 늙어가고 있던데 (주름이 어찌 또렷한지 이마만 보면 잭 니콜슨 같다니까요)

근 15년 전인 1993년 '누가 길버트 그레이프를..'로 어린 나이에 노미네이션 된 이래로

'에비에이터'와 '더 디파티드'로 3번이나 후보로 올랐지만 아직 수상을 못하고 있으니까요.

하긴 3번 정도르는 아직 명함을 내밀 때가 아니죠.

피터 오툴은 1963년부터 근 45년 동안 8번이나 올랐는데 이번에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잖아요.

(대신 작년에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DeGen.JPG /AP

 

 

작품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문에서 예상대로 빤하게 진행된 오스카였지만 

올해 오스카는 엘런 디제네러스라는 말괄량이 새 사회자 덕에 개인적으로 즐겁게 봤습니다.

여성이 단독 사회를 본 건 우피 골드버그 이후 처음일 겁니다.

엘런은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이자,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서 '도리'의 목소리연기로 유명한 여자죠.

워낙 재치있고 항상 유쾌해서 보는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녀 덕에 올해 오스카 시상식이 한결 즐거웠는데요.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도 올해 오스카가 '다양성'의 무대였다는 점과 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시상식 도중에 "흑인과 유대인, 그리고 동성애자가 없다면, 오스카도 없을 것"이라고 표명하더군요.

다양성의 예로 페넬로페 크루즈를 멕시코인으로 잘못 소개하긴 했지만. (스페인 사람이죠)

 

엘런은 영화인들이 오스카 후보에 올라 시상식에 초대되는 걸 꿈꾸듯이

자신은 오스카 시상식 사회를 보는 걸 아주 어릴 때부터 꿈꿔왔는데

오늘 그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여기서 아이들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며, (꿈을 품자, 뭐 이런 얘기를 할 것처럼)

"목표를 낮게 갖자"고 하더군요. ㅎㅎ

 

엘런은 또 청중을 향해 상을 타냐 못 타냐에 너무 집착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며

수상 여부는 정말 알 수 없는 거라고 하며 재미있는 예를 들었습니다.

"('드림걸즈'로 여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또한 이후 수상한) 제니퍼 헛슨을 보세요.

그녀가 '아메리칸 아이돌(스타등용문으로 유명한 TV 장기자랑쇼)'에 출전했을 때는

아메리카가 그녀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최다득표를 하지 못했지만)

지금 그녀는 아카데미 후보로 오르지 않았습니까.

또 (출연한 환경 다큐가 아카데미 후보로 올라 시상식에 참석한) 앨 고어를 보십시오.

아메리카는 그에게 표를 던졌지만.. 그후엔.. 음.."하고 말을 흐리더군요.

고어가 지난 대선에서 최다득표는 했지만 아무 자리도 못 얻은 것을 빗대 보기 좋게 놀린 것입니다.

 

 

 GORE[1].JPG    AL_Leo.JPG /AP

 

 

아닌 게 아니라, 마틴 스코세지가 감독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였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그의 강의를 스크린으로 옮긴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오스카 후보로 오르면서

한동안 앨 고어가 수상하면 시상식장에서 대선 출마의사를 밝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한동안 돌았는데

놀랍게도 고어가 그 루머를 역으로 이용해 진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더군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시상을 하러 나온 무대에서

(시상식에 친환경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온 환경주의자) 디캐프리오가 환경에 대한 고어의 열정에 뜨거운 경의를 표하며

"이 기회를 빌어 진짜 중대한 발표를 할 건 없냐"고 계속 재촉하자

"난 영화를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거고, 진짜로 아무 것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오지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은 기회 같기도 하니까.."하며

안주머니에서 뭔가 발표문 같은 종이를 꺼내는 겁니다. 물론 계획된 장난이었죠.

그가 진지한 척하며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이 기회를 빌어, 공식적으로 발표할까 합니다.."

라고까지 말할 때쯤엔 이미 (그만 떠들라는) 팡파레가 울려퍼지면서 그의 목소리는 떠밀리듯 묻혀버렸습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이 날카롭고 깐깐해 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세상에 코미디언처럼 공식석상에서 그런 장난질을 치다니 (그것도 대선 출마를 놓고), 놀라웠습니다.

물론 미국은 유머가 곧 탤런트이고, 영화상 시상식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머러스한 분위기이긴 하지만요.

자신이 실제로 차갑고 딱딱한 엘리트 이미지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을 알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걸까요?

하여튼 지난 번 그래미 시상식에 이어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 나타나, 시상 뿐 아니라 수상(영화가)까지 함으로써

고어는 엄청나게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이미지를 재고하는 효과를 보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의 이슈로 삼고 있는 환경 문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인류의 중차대한 문제이자

조지 부시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음으로써 세계적으로 비난받고 있는 약점인 만큼,

고어가 영화로 제작될 만큼 환경 문제에 앞장선다는 점은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상황이지요.

'불편한 진실' 촬영 예전 전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들이닥치는 등

기상 이변을 촬영장에서도 겪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불편한 진실'은 놀랍게도 주제가상까지 수상했는데, (주제가상이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건 44년만에 처음)

테마곡을 만들고 부른 여성 록스타 멜리사 에더릿지가 나와 영감을 준 고어에게 감사를 표하며

(파격적으로 "우리 와이프"한테도 감사를 표한다고 당당히 밝히더군요. 드레스가 아닌 수트 차림으로.)

"이건 공화당도, 민주당도, 빨간색도, 파란색의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녹색입니다"라며

우리 세대가 나서서 지구 환경을 지키자는 메세지를 감동적으로 전함으로써 고어가 다시금 빛났고요.

 

결국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함으로써 무대에 다시 오른 고어는 예의 그 부통령스러운 웅장한 목소리로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전세계 시민 여러분. 우리는 기상 재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건 정치 문제가 아닙니다. 도덕 문제입니다. 우리는 행동으로 옮길 의지만 빼고 모든 걸 갖추고 있습니다.

의지 그건 재활 가능한 자원입니다. 그 의지를 되살립시다."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나름 환경 생각하는 저도 뭉클하더군요. 진짜 정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명인들이 이렇게 사회운동에 앞장서 주는 것은 정말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 주는 만큼

유례없이 아깝게 선거 떨어진 정치인이 절망에 빠져 망가져가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여생을 보내는 대신

이렇게 다른 쪽으로 자신의 재능과 유명세를 이용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공헌해 준다는 건 참 멋진 일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든 인기 끌 전략이든 뭐든요.

우리 정치인들도, 일이 없어 고민인 연예인들도, 교훈으로 삼으면 좋을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상, 너무 오랜만에 '인사이드 할리우드' 소식을 전했네요.

수상자 명단을 붙입니다. 

 

 

Academy Awards, USA: 2007

 

Best Motion Picture of the Year
Winner: The Departed (2006) - Graham King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Leading Role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Leading Role
Winner: Helen Mirren for The Queen (2006)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Supporting Role
Winner: Alan Arkin for Little Miss Sunshine (2006)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Supporting Role
Winner: Jennifer Hudson for Dreamgirls (2006)
Best Achievement in Directing
Winner: Martin Scorsese for The Departed (2006)
Best Writing, Screenplay Written Directly for the Screen
Best Writing, Screenplay Based on Material Previously Produced or Published
Winner: The Departed (2006) - William Monahan
Best Achievement in Cinematography
Best Achievement in Editing
Best Achievement in Art Direction
Best Achievement in Costume Design
Best Achievement in Music Written for Motion Pictures, Original Score
Winner: Babel (2006) - Gustavo Santaolalla
Best Achievement in Music Written for Motion Pictures, Original Song
Winner: An Inconvenient Truth (2006) - Melissa Etheridge("I Need To Wake Up")
Best Achievement in Makeup
Best Achievement in Sound
Best Achievement in Sound Editing
Best Achievement in Visual Effects
Best Animated Feature Film of the Year
Winner: Happy Feet (2006) - George Miller
Best Foreign Language Film of the Year
Winner: Leben der Anderen, Das (2006)(Germany)
Best Documentary, Features
Best Documentary, Short Subjects
Best Short Film, Animated
Winner: The Danish Poet (2006) - Torill Kove
Best Short Film, Live Action
Winner: West Bank Story (2005) - Ari S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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