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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주말일기 - 3월 넷째 주

3월 24일 토요일

좋은친구들 봄맞이 섬여행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늘 혼자 떠나던 섬 여행길

회복기에 몸이 근질거려 친구들과 동부인하여라도 가려고 연화도 나들이 계획을 잡았는데 날씨가 훼방을 놓았다.

아침부터 비가 추실 거린다.

비가 또 내 소중한 봄날의 주말하루를 빼앗아 갔다.

 

충충한 날에는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영화를 조회하니 300이 압도적인 예매율로 1위다.

지난번 크린트이우스트 감독영화 아버지의 깃발을 보고 실망한 터라

나중에 관객몰이를 봐가며 천천히 검증된 영화만 보기로 했는데  불나방처럼 또 한줄기 빛을 보고 달려갔다.

 

300명의 전사들과 100만대군의 전투

너무 도발적이고 황당한 설정이라 내심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영화였다.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쫒아 보내고 마눌과 둘이 9시 45분 롯데 시네마 조조 영화관람을 간

시도는 좋았는데 난 봄비 촉촉히 내리는 아까운 봄날에 컴컴한 영화관 한 구석에서 졸음을

참아야 했다.

 

 

 

 

 

 

 

 

 

나를 졸게 만드는 영화라니.

숫컷의 야성을 자극하는 영화이기는 한데 글래디에이터의 비장미도 트로이의 웅장함도 느껴

지지 않았다.

클러쉬 기법인가 무슨 기법인가로 컴퓨터 그래픽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했는데 신기술

을 위해 이렇게 스토리와 구성을 희생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잔혹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보여지는데 시도된 실험은 마치 정교한 게임을 보는 듯 리얼리티를 훼손하며 공포와 처절함을 걷어간다.

암튼 새로운 시각체험이 부담스러웠다.

단만 알려지지 않은 근육질 인물들은 스파르타의 강인함을 묘사하는데 적절했고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충분히 자극할 만 했다.

하지만 영화의 생명은 즐거움과 감동이 아닌가?

 

추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과학관 몽골전을 관람하러 갔다.

어짜피 영화에서 볼거리의 만족을 얻지 못했으니 문화체험으로라도 보상해야지.

흐이그 대전에서 하는 전시문화란.

누가 그랬다.

비오는 날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하는 게 최고라고.

7000원씩이나 하는데 규모도 작고 전시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눈 높이가 다 유딩과 초딩들이다.

비 탓인가?

주위를 둘러 보아도 어른들은 모두 아이들 손잡고 왔고 유치원 단체관람객을 인솔한 선생님들 뿐 마눌 손 잡고 둘이 온 사람은 나밖에 없네.

그래 오늘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전시장은 몇 개 안되고 체험학습관이 많은데 아이들과 같이 앉아서 나비로 데깔꼬마니 하고

화석의 생성 체험관서 마눌과 같이 진흙에 조개를 찍어 주형을 뜨고 그 위에 석고를 부어 화석을 만들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모래밭에서 화석탐사하는 체험학습은 차마 못하겠더라.

몽골문화 전시회에 동물가면 만들기나 나비깔꼬마니 그리고 석고화석 만들기가 무슨 연관이있는지 모르겠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얄팍한 상혼이 가증스럽다.

비오는 금강 변 드라이브나 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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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김이사 전화

좋은 친구들 연화도 섬여행은 실패했지만 저녁식사나 함께 하잖다.

유사는 난데 김이사가 공주 어씨네집을 적극 추천 했다.

요즘 몸도 션찮고 뱀장어와 참게로 원기나 북돋우잖다.

나는 까페 댓글에 평일날 모임으로 대체하자고 했었는데 모두들 동부인 해서 시간이 된다고 하니 혼자 반대할 수 없는 일이라 5시에 공주에서 모이기로 했다.

 

이 집이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강이 바라다 보이는 멋진 풍경 한가운데 있는 것도 아니고

장어구이란 어디나 다 그 맛이 그 맛 같은데

게다가 참게탕이나 참게장은 먹을거 없이 너무 비싸다.

요즘 제철인 쭈꾸미가 훨씬 괜찮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모처럼 동부인하고 모두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풍경 좋은 까페에서 차 한잔 하고 가자는데 김연아와 우루구아이 축구가 예정되어 있어 그냥 헤어지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보고 김연아의 우승소식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인터넷 동영상을 검색했다.

17살의 나이에 보여준 여유와 담대함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환한 미소를 띠며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김연아는 말 그대로 은반의 요정 이었다.

그 충만한 자신감과 집중력.

 

더 배점이 높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는 전날 같지 않게 긴장된 모습이라 다소 걱정이 되었다.

내 손에 땀을 날 지경이었는데

아뿔싸 한 번 엉덩방아를 찧더니 실수를 만회하려는 조급함으로 다시 넘어 지고 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게임은 끝나버렸다.

동메달도 잘한 거지만 사람 맘이 또 어디 그런가?

그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우승하고도 남을 실력인데

문제는 평상심의 유지다.

담대함과 자신감이라고 해야겠다.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유연함과 물 흐르던 자유로움을 막았다.

몇 년을 피눈물 나게 준비하고 4분 안에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 실패는 너무 가혹하다.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실패의 두려움은 또 중요한 시기에 망령처럼 나타날 수 있으니 오늘의 실수는 너무 안타깝고 뼈아프다.

뱀처럼 차갑고 바위처럼 흔들림이 없기를!

다음엔 아픔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해서 수 많은 한국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길 바란다.

 

 

 

 

축구도 압도적인 실력 차로 2대 떡

우와! 오늘 정말로 되는 게 없다.

 

 

3월 25일 일요일

다치고 나서 저녁에 일찍자는 습관이 들긴 했지만 늦잠을 자려해도 다섯시도 안되어 눈이 떠진다.

주말에는 산행 때문에 항상 일찍 일어나도 알람 없이는 어려웠는데 요즘은 자동이다.

아마 운동량이 많이 줄은 데다 마눌 말처럼 늙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으며 모두들의 기상을 기다리는 훌륭한(?) 가장.

 

어제 날씨가 꽤 쌀쌀했는데 오늘은 해가 나왔다.

어제 내린 비에 꽃들은 물을 흠뻑 머금고 하늘은 눈부시게 깨끗할 것이다.

화창한 날 둘이서 섬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긴 이동거리가 부담스러워 낙차가 별로 없는 계족산을 가기로 했다.

느긋하게 버스연계 근교 산행 한번 해보자

아이들은 다시 도서관으로 쫓아 보내고  먹을걸 주섬주섬 챙겨서 마눌과 서우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290번 버스를 타니 40분만에 용운동 주공 아파트 단지로 도착했다.

 

용운동에서 계족산 까지 대전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능선을 따라 가기로 했다.

중간에 힘들면 내려갈 생각을 하고 갔는데 능선의 낙차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인지 허리에 별로 무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화창한 봄날 때문이겠다.

비 내린 후의 상쾌한 대기를 호흡하는 후련함 때문일 게다.

그리고 요즘 조신하게 있어서 갑갑함을 느끼기도 한데다가 휴식으로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진 덕분이기도 하겠다..

능선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봄의 향기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솔숲에 불어가는 바람은 너무 시원하고 산수유 꽃 내음 실린 솔향기는 감미로웠다.

벌써 쑥을 뜯는 부부의 모습이 정겹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봄의 평화와 기쁨을 전해 준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가양공원 위쪽 임도에서 막걸리 한사발 씩 들이켰다.

갈증을 느낄 때의 그 시원한 막걸리 맛이라니

계족산 가는 길에서 호남정맥 주유의 기쁨을 느끼고 있는 나!.

 

용운동에서 능선을 따라 계족산성에 올랐다

4시간 만이었다.

약간의 뻐근함이 느껴지지만 지난번 식장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성벽에서 마눌이 사진을 한 장 찍어 주는데 코끝이 찡해 온다.

이젠 산을 다시 찾을 수 있겠구나

회복의 희망을 보고 자신감을 되찾은 멋진 하루였다.

지난 겨울은 잃어버렸지만 올 봄은 잃어버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성벽에 서서 다시 찾아 갈 감동들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장동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은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5년도 넘은 장동 휴양림은 많이 변해 있었다.

길이 넓게 포장되고 휴양시설과 산책로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빠와 뒤따르는 젊은 엄마

뛰어다니는 아이들

물가의 연인들

더불어 사는 세상의 따뜻하고 살가운 모습들이다.

세상의 모든 물상들처럼 사람들도 저마다의 모습으로 봄을 노래하며 계절의 축복에 젖는다.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은 도처에 널려 있다.

그걸 주워담는 것은 자신의 선택일 뿐.

 

어느 겨울날 눈발을 맞으며 용운동에서  능선을 타고 무턱대고 길 따라 내려섰더니 장동

휴양림 길이었다.

인적 없는 길에는 버스 표지판도 없었다.

마을까지 터벅터벅 걷다가 겨우 한 사람을 만나 버스정류장을 물어 온 길을 되돌아 갔었는데.

오늘 그 길에는 길 양쪽으로 무수한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내 걸음에서 1시간 30분 정도 늦어졌지만 느림의 미학처럼 정말로 여유롭고 즐거운 봄날의 산행길 이었다.

 

봄의 햇살은 너무 따사롭고

바람 시원하고

풍경과 동행도 좋고. 

 

마눌의 산행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내 몸만 낳으면 명산순례의 여행길 어디라도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다.

 

74번 버스를 타고 신탄진에서 내려 SBS 맛자랑에 나온 유명한 대로변 만두집에서 아이들을 위한 만두와 찐빵을 사고 736번 버스로 환승하여 롯데 아파트 까지 무사히 돌아 왔다.

아직 힘이 남은 마물은 은비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가고 나는 샤워를 한 다음 대한민국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리모콘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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