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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여행지

쭈꾸미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것은 주꾸미들이다/ 소라껍질에 끈 달아 제놈 잡으려고/ 바다밑에 놓아두면/ 자기들 알 낳으면서 살라고 그런 줄 알고/ 태평스럽게 들어가 있다/ 어부가 껍질을 들어올려도 도망치지 않는다/ 파도가 말했다/….' 한승원의 시 '주꾸미'의 일부다.시에서 보듯 '미련 곰탱이'가 주꾸미다.가분수 꼴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저 죽는 줄 모르고 껍질 속에 틀어박혀 꼼짝도 않는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용원시장에서 맛 볼 수 있는 주꾸미 다리회(왼쪽)와 데쳐 놓은 머리(몸통)부분.

바로 그 놈이 제철을 맞았다. 오물오물 씹히는 육질이며,머리를 씹었을 때 '오도독' 터지는 쌀밥같은 알,그리고 '퍽' 터지며 입안 가득 고이는 갯내음의 먹물. 봄이 꽃의 사태로 막 멀미를 시작하는 이즈음 맛볼 수 있는 풋풋한 봄 바다의 선물이다. 주꾸미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맛을 찾아간다.

주꾸미는 어떤 고기

주꾸미는 그 생김새가 낙지와 비슷해 종종 낙지 새끼로 불린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다. 같은 문어과에 속하지만 낙지에 비해 몸집이 작고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다리는 흔히 머리로 불리는 몸통 크기의 2배 정도. 다리가 몸통 크기의 3~4배쯤 되면 낙지로 보면 된다. 체색으로는 낙지가 짙은 암갈색인데 반해 비교적 옅은 색을 띈다.

참고 하나. 오징어과와 문어과의 차이는 다리 개수. 오징어과는 10개인데 반해 문어과는 8개다. 그러므로 다리가 10개인 꼴뚜기는 오징어과에 속한다.

왜 주꾸미인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주꾸미가 봄에 가장 맛있다는 말이다. 그 맛의 비결은 머리(몸통)에 있다. 주꾸미는 포란기(3~4월)가 되면 머리에 알이 꽉 찬다. 그것을 끓는 물에 데쳐 입에 넣어 씹으면 마치 쌀밥을 먹는 것처럼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일년 중 이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다.

밥알과 함께 터지는 먹물은 금상첨화다. 두뇌발달과 피의 흐름에 좋다는 DHA,필수 아미노산,철분 등은 물론 특히 간에 좋다는 타우린이 무진장 들어있다. 이 때문에 일부 미식가나 술고래들은 일부러 이것만을 찾는다고 한다.

지방이 1%밖에 안 돼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참고 둘. 주꾸미 머리를 먹고 난 뒤 가급적 웃지 않는 것이 좋다. 먹물이 이 사이에 번져 보기가 몹시 흉하다. 특히 데이트 나온 여성은 더욱 주의가 요청된다.

어떻게 해먹나

웰빙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덕분에 다양한 요리방법이 개발돼 있다. 하지만 뭉뚱그려보면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회로 먹거나,데쳐 먹거나,양념에 버무려 구워 먹는 것이다. 회는 주로 다리를 먹는데 입안에 착 감기는 맛이 그만이다. 육질이 더욱 부드러워진 이즈음은 최고의 씹는 맛을 제공한다.

회로 먹으려면 우선 머리와 분리한 다리를 잡내가 없게 깨끗하게 손질해야 한다. 잡내는 소금과 밀가루를 조금 뿌려 적당히 문지른 뒤 깨끗한 물에 씻어주면 싹 달아난다. 그리고 헝겊에 싸서 물기를 뺀 뒤 참기름이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나머지 머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3~4분쯤) 먹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데치면 질겨져서 먹기가 힘들다.

샤부샤부도 주꾸미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의 하나다. 우선 모시조개,바지락,홍합 등을 넣어 육수를 만든다. 그리고 그 육수를 무,파,마늘,양파,팽이,다시마 등을 넣어 한 번 더 끓인다. 그런 다음 잘 손질한 주꾸미를 살짝 데쳐 익혀 먹는다. 살강살강 씹히는 맛과 담백한 국물맛이 겨우내 무뎌졌던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 취향에 따라 다른 야채를 곁들이면 자신만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주꾸미 양념구이는 고추장 양념으로 불고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같은 양의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간장,설탕,물엿,청주,참기름 약간씩을 타서 잘 섞어 불린 뒤 주꾸미와 함께 버물면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고춧가루가 충분히 불러져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주꾸미에 양념할 때 고춧가루가 겉돌게 된다.

이렇게 양념된 주꾸미를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 내면 매콤하면서도 오물오물 씹히는 맛이 끝내준다.

글=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사진=김병집기자 bjk@
도움말=최원준 시인/한경숙 요리학원장
촬영협조=중앙동 주꾸미구이 골목 내 뚱보집

 

 

 

 

부산 중앙동 주꾸미 구이 골목
 

 

 

조금 별다른 음식이라면 맛집 거리나 골목이 생긴다. 하물며 인구 400만에 이르는 우리나라 두번째 도시인 부산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파전거리,족발거리,곱창거리 등등 수두룩하다. 심지어 이를 종합한 먹자골목도 여럿 있다. 하지만 특정 해산물과 관련한 먹자골목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해운대 청사포 조개구이촌과 망미동 아귀(아구)찜 골목,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자갈치 고갈비(고등어) 구이 정도다. 그런데 부산 연안에서 잡히지 않아 전혀 없을 것 같은 주꾸미가 맛집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매스컴에 그 위치가 남포동으로 잘못 소개되는 바람에 '남포동 주꾸미 골목'으로 더 잘 알려진 중구 중앙동 주꾸미 구이 골목이 그것이다. 정확한 위치는 부산역에서 남포동 방향으로 갔을 때 중앙로 오른쪽 국민은행 중앙동지점과 부산데파트 사이 이면 골목이다. 아직은 그 규모가 좁다란 골목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정도로 작지만 웰빙식품의 바람을 타고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곳에서 주꾸미를 취급하고 있는 맛집은 원조 격인 실비집을 비롯해 6곳 정도. 원래 이 골목은 보쌈과 빈대떡으로 유명했던 골목이었는데 부산시청이 옮겨감에 따라 공동화 되었다가 3~4년전 주꾸미 연탄구이가 인기를 끌면서부터 현재의 골목으로 변모했다.

이곳의 주메뉴는 역시 주꾸미 양념구이. 호두 크기만한 새끼주꾸미를 매콤한 양념고추장에 잘 버무려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낸다. 1접시 1만원 균일가. 한 마리를 집어 입에 넣으면 매콤한 훈증 내와 함께 살강살강 씹히는 맛이 여간 아니다. 양도 많아 두사람이 앉아 소주 서너 병을 처리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집집마다 특색있는 술국도 이 골목의 매력. 주로 진한 대구탕이나 시원한 명태국,또는 콩나물이 술국으로 따라나온다.

현재 이곳은 입소문이 퍼져 줄을 서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 골목을 본보 '시장따라 골목따라'란에 소개한 최원준 시인은 '매운 양념이 은근한 불에 타며 온 골목에 연기를 피워내는 곳. 특히 비라도 오면 중독이 된 듯 끌려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했다. 진용성기자

 

 

 

 

 

진해 용원시장 산 주꾸미… 내달 중순까지 제철
 

 

 

 
재료가 싱싱하면 음식맛이 한결 더 나는 법. 하물며 제철에 나는 산 생물을 재료로 한다면 그 맛은 상상이상이 아닐까. 거기에다 특유의 미각까지 더해진다면 더이상 물어볼 필요없다.

봄의 별미로 불리는 주꾸미도 바로 그런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그 주꾸미가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고,그것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서해안 포구에서 집중적으로 열리는 점은 부산·경남지역 미식가들을 서운하게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부산과 가까운 포구에서도 서해안 못지않은 살아있는 주꾸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포구가 경남 진해시 용원에 있다. 이전에는 가덕도를 연결하는 도선이 닿는 선착장이었다. 주꾸미는 그 선착장과 잇대고 있는 용원(어)시장에서 봄바다의 풋풋한 갯내음을 한껏 머금고 있다. 당연히 100% 자연산이다. 그 양이 많지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전부터 잡혀왔던 진해만의 해산물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포획기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입의 호사를 누릴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 올해는 지난 중순께부터 잡히기 시작했으니 4월 중순을 넘어서면 맛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용원은 딱히 조리해 주는 주꾸미 맛집이 없다. 시장에서 사서 부근 초장집에 부탁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다하는 집은 없다. 대부분 다리는 회로 먹고 머리는 데쳐 먹는다. 산 주꾸미 1㎏에 2만원선. 마릿수로는 12~14마리쯤 된다. 초장값은 1인 3천원. 1㎏쯤 사면 4사람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용원시장에는 주꾸미 외에도 싸고 맛있는 제철 어패물이 가득하다. 가덕 숭어,새조개,가리비조개가 대표적이다. 시장은 오후 6시쯤 파장 분위기에 접어든다. 진용성기자

 

 

/ 입력시간: 2007. 03.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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