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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SW 스타기업 탄생을 기대한다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코엑스 무역전시장에서 세계 반도체 장비재료 무역박람회인 ‘세미콘 코리아 88’이 개최됐었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던 반도체 장비회사는 퍼킨엘머와 실리콘밸리그룹·베어리언이었다. 이들과 비교해 최고는 아니었지만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도 CVD 장비를 중심으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관련산업 및 경쟁사의 기술과 인적 자원을 M&A하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회사로 성장해 지난해 91억달러 매출에 순이익이 43억달러에 달했다.

 우리가 닮고 싶어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SAP 등 소프트웨어(SW) 회사 모두가 M&A로 기술력과 우수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다. 경쟁 데이터베이스와 ERP 솔루션 업체를 흡수 합병한 오라클은 결국 기술과 관련 인적 자원을 M&A해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키고 불필요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술 및 솔루션을 도태시키는 방법으로 미국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략적 M&A로 각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 왔으며 M&A를 이용해 토털 솔루션 업체로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힘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SW업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이 아닐 수가 없다. 현재 국내에는 7000여개의 중소 SW회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기업을 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패키지 SW에서 세계 100대 기업 안에 미국이 83개, 독일 4개, 영국 3개, 일본 3개 순으로 포함돼 있으나 한국기업은 전무하다.

 우리의 SW 기술력이 부족해서일까?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의 SW 기술력은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한국 시장 규모의 한계가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는 힘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SW 산업인의 몫이고 책임이지만 국내 대표 브랜드를 키우는 방법은 동종업계가 M&A로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있다고 본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절대 SW 글로벌 경쟁력에서 승부할 수가 없다.

 몇 해 전부터 ‘IT 강국에서 SW 강국으로’를 외치며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SW산업 육성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래형 지식산업 또는 미래형 기간산업 측면에서 SW산업의 부가가치는 62.7%에 달하는데 이는 서비스업 50.1%, 제조업 24.4%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를 볼 때 정부가 SW산업을 적극 육성하려고 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내 SW 솔루션 시장은 여전히 과당 출혈 경쟁으로 기업 수익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악순환으로 기업 경쟁력 역시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시장에서조차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SW산업의 구조적인 부분에서 정부의 보다 실질적이고도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경쟁력 있는 SW부문 또는 기업의 선택과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한 SW부문을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되 해당 SW부문 내 M&A를 유도해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순이익을 내는 우량 SW기업이 출현한다면 투자금 회수와 동시에 타 SW부문의 재투자로 이어져 SW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세계적으로 산업 경쟁구조 변화를 목적으로 M&A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M&A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부족하다. M&A는 부족한 자원과 역량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내 SW업계가 가장 빨리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영 전략이다. SW CEO도 보다 큰 그림을 보고 상생을 위한 최선의 방법에 시선을 주목하고 움직여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선전하는 한국 SW 스타기업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백원인 미라콤아이앤씨 사장 woninb@mirac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