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KT와 SK텔레콤 등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업체는 신규 사업자의 요청이 있으면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 서비스에 필요한 주파수 및 인프라를 의무적으로 대여·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신규 사업자를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라고 한다. 이들이 그동안 과점체제였던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요금인하와 다양한 서비스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정통부의 의도다.
그러나 문제는 신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한 이후다.
첫째, 가입자 4000만명을 훌쩍 넘어 이미 포화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SKT·KTF·LGT 등과 같은 메이저 업체와 경쟁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게다가 그동안 과점체제였던 이동통신 시장에서 강제로 밥그릇을 빼앗긴 셈인 기존 업체가 달가워할 리 없으니 경쟁은 더욱 힘들 것이다. 여기에 기존 업체에 지급해야 할 임대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수익은 더더욱 장담할 수 없다.
둘째, 동 개정안에서 재판매 점유율 상한선을 10%로 정한 것은 신규 업체의 생존 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10%의 점유율을 하나의 MVNO가 모두 점유하더라도 나머지 90%를 점유하는 기존업체와 경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도매 요율 규제, 별정사업자에 의무부과 등은 규제완화라고 볼 수 없다. 개정안의 취지는 규제완화인데 내용은 오히려 규제강화와 다름없다. 동시에 이는 근본적으로 시장경제체제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번 개정안이 유무선 통신시장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재판매 제도를 운용했던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도 MVNO가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대형업체에 합병된 사례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선례(先例)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통부 등 관계기관의 확고한 의지와 업계의 수익모델 창출노력 그리고 가입자의 뜨거운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통부는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통신규제완화와 통신요금경감을 향한 굳은 신념을 보여줬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충분한 고민과 다양한 의견반영으로 4세대 신기술을 준비하는 국내 통신산업 생태계에 따뜻한 햇살이 비춰지길 바란다.
◆임인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riminbae@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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