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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디워' 덕분에 웃는다?

할리우드, '디워' 덕분에 실컷 웃는다

뉴시스 | 기사입력 2007-09-19 10:32  



할리우드, '디워' 덕분에 실컷 웃는다


【서울=뉴시스】


미국에서 영화 ‘디워’(드래건 워스)가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뿌리고 있다. 14일 2275개 스크린에서 개봉, 504만1239달러(약 47억원)를 거둬 들이며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심형래 감독의 영화를 놓고 현지 영화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촌평이 한창이다.


최대 영화사이트 IMDB의 독자 리뷰들이다.


“(‘디워’에 대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좋은 점은 이 영화가 나와 내 남자친구에게 많은 웃음거리를 선사해줬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고른 우리 자신에게 웃었다. 그리고 인터넷 리뷰들을 읽고서 상당히 즐거워졌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 이 영화보다 더한 졸작은 단 한 편도 꼽을 수 없었다는 점이 재밌었다.”


“‘디워’는 끔찍하다. 아주 끔찍하다. 이 정도는 돼야 끔찍하다는 표현을 쓸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싸구려 포르노영화 연기보다 아주 약간 나은 정도다. 정말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다.”


“내가 이 영화에게 10점 만점을 준 이유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들 중 가장 가련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쓰레기가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처럼 보인다.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봐야 하며, 졸작이라는 단어를 정의해주는 영화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저질 할리우드 영화도 이 영화에 비하면 걸작처럼 보인다.”


“이 영화가 얼마나 후졌는지 얘기하면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제발 나를 믿고 절대 보지 말라.”


“당신이 한국인이건 미국인이건 유럽인이건 어디 출신이든 상관할 필요 없다. 어찌됐든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 영화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거짓말쟁이다.”


한국 개봉 당시의 상황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워’ 지지자와 반대파가 ‘100분 토론’식의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미국은 최악의 영화 콘셉트를 즐기는 분위기이다. 너도나도 ‘디워’를 본 참혹한 경험담을 쏟아내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WWE 프로레슬링 생방송 도중 관객이 ‘디워 보지 말라(Don't See D-WAR)’라는 피킷시위를 벌였을 지경이다.


미국 평론가들도 신났다. 온갖 표현을 쥐어짜내며 ‘디워’를 깎아 내리고 있다.


“케이블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일 친한 친구랑 같이 보면서 신나게 XXX어라. 아울러 최대한 노력, 영화를 봤다는 사실 자체를 잊으려 애써라.”(에인잇쿨)


“여기저기서 베껴온 특수효과 콘셉트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못하는 연기, 이무기가 지나다닐 정도로 큰 구멍이 숭숭 뚫린 플롯을 가진 영화를 보고나면 정신적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우베 볼 영화라도 보여달라고 빌게 된다.”(시네마블렌드)


“친애하는 독자들과 영화팬들이여. 돈을 아껴라. 약간의 멋진 효과들이 없었다면 완전한 실패작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효과들은 인터넷의 트레일러에서 공짜로 다 볼 수 있다.”(MYGH)


“악명 높은 쓰레기 감독 에드우드에게 700억원과 CG를 주면 ‘디워’와 질이 비슷한 영화가 나올 거다. ‘디워’는 정말 처절한 밑바닥 수준의 재앙이다. 심형래가 만들어놓은 쓰레기를 우베 볼이 고쳐서 더 낫게 만들 수도 있을 거다.”(무비보이)


“한국에서 800만명이 봤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영화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한국 관객들의 수준을 알려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유코피아닷컴)


할리우드에서도 올해 나온 영화 중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졸작’은 없었다. IMDB는 ‘디워’를 골든 라즈베리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기도 했다. 오스카 전날 시상하는 최악의 영화상이다.


‘디워’는 한국 사람이 만든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미국인이 본 영화가 됐다. 한국도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미국인 모두가 알게 됐다. 무관심보다는 이처럼 극단적인 비난이 나을 수도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디워’같은 것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렇게 훌륭한 영화도 있다”는 영화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사진 있음>


김용호기자 y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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