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훔칠 수 있는 수백만명의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심각함을 인지하는 수준은 매우 낮다. 정부나 관련 업계, 실질적 피해의 당사자인 개인 온라인 이용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변심한 애인의 인터넷 계정을 무단으로 접속한 20대 남성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본인의 정보보호는 물론이고 타인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주의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얼마 전 보안 관련 문제로 취재차 방문한 모 방송국 기자의 요청으로 해킹 과정을 시연해 준 적이 있다. 본인의 동의하에 단순한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 기자 본인의 메일 계정이 해킹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IT 담당 기자의 특성상 보안 관련 사건 사고를 자주 접하고 있음에도 본인이 직접 해킹 피해자가 돼 보니 그 충격이 엄청난 듯했다. 세상 누군가가 겪고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발생할까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미 그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람마저도 그러한데 일반인의 불감증이야 오죽하랴.
온라인세상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네티즌이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또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자신과 타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대응 태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모든 ID와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로그아웃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용 사이트를 빠져나오는 인터넷 이용자의 작은 행위에서 악성 코드 등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타인의 핵심 정보를 갈취,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활동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과 불법성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무지와 불감증이 문제다.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을 온라인세상에서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지켜나가는 방법을 거의 모른다.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개인의 PC를 지켜주는 기본적인 온라인 보안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활용하고 온라인 피싱·파밍 등 최신의 해킹 위협 요소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해킹 등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타인의 명의를 훔치고 재산을 갈취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재미라는 단순한 의도로 해킹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네티즌 모두 그 행위가 불러오는 결과가 어떠한 것이며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개인정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의 의미와 책임, 이를 지키기 위한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포털사이트 등 35개 온라인사이트를 대상으로 본인 확인제를 실시, 본인 확인 절차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더 실효성 있는 개인정보보호 대책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한다. 또 관련 업체도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적극적인 참여를 해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온라인세상에서의 안전한 정보보호와 이용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이나 활동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다. 개인 온라인 이용자, 온라인 사이트 등 관련 업체 그리고 정부가 함께 인지하고 고민해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윤정수 정보보호업체 소프트포럼 사장 jsyoon01@softforu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