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사진을 찍어 드렸습니다.
웃으시면서 "또 산에 가니?" 하십니다.
2007년 11월 11일 일요일
조용히 가라 앉은 흐린 날
홀로 깊어가는 가을이 아쉬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 입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싸늘한 바람이 차가운 오늘은
문득 비밀의 정원을 떠나는 가을의 모습이 그리워 집니다.
호숫가
가을의 축제는 끝나자 성급한 계절의 바람은 아직 붉은 나뭇잎을 떨구어 냅니다.
아직 붉은 가을의 여운이 호숫가에 남아 있습니다.
축제에 들뜬 기분은 채 가라 않지도 않았는데
검푸른 물빛은 떠나는 가을의 쓸쓸함과 뒷모습을 담아 냅니다.
온전한 고독에 남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4시간 동안 한 사람도 만날 수 없는 길
희미한 길이 흔적을 더듬어 가는 길에는 멀리 보이는 호수의 풍경과
시간 속에 잠들어 가는 초목의 수심만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 그 길을 걸어 가겠지만
함께 그길 위에서 만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간신히 형체가 확인되는 길이 마침내 끊어져 버립니다.
이쯤에서 사람들은 비밀의 정원으로 난 길을 잃어 버리게 되겠지요.
그 길은 바람소리와 내가 밟는 낙엽소리 이외엔 아무런 소리를 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호숫가에 자리한 나의 비밀의 정원 입니다.
호숫물이 불어 멀리 까지 연결된 황토 길이 끊어졌습니다.
비밀의 정원에는 역시 사람이 다녀간 아무런 흔적도 없습니다.
어쩌면 내가 지난 시월에 다녀간 후 다시 처음 오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 있고
바람은 호숫가의 찰랑이는 맑은 물소리로 인사합니다.
“이제야 왔군요”
허리를 다치고 나서는
늘 회복에 대한 염원과 고뇌가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혼자 떠나는 길에 대한 충동과 자신과 만나는 기쁨에 대한 희망이 자꾸 작아질까
걱정이 됩니다,
그 고독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서도
고독과 애써 거리를 두려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혼자만의 고독을 싫어함은 이젠 늙어가고 싶다는 의사표현 이겠지요..
한 손으로 세월의 벽을 밀면서 아마도 이젠 힘에 부친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그저 세월의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떠 가고 싶다고…
자연이 허리를 낫게 해줄 거라는 믿음 한 편에
이젠 거친 길과 야생의 본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따라 붙기도 합니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발길을 신께서 돌려주신 거지요
자연을 향한 욕심일 망정 너무 거칠어지고 세월 따라 더 커가기만 해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고 평화롭고 고요한 가슴으로 아름다움의 깊이를 느껴보란 의미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11월에 피는 저 철없는 진달래처럼 낙엽 지는 가을에 꽃 피우려는 무모함을 경계해 주심일 겁니다.
30분 동안 혼자 호숫가에 조용히 앉아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고독합니다.
하지만 황홀한 시간 입니다.
혼란한 시간들을 다 내려 놓고
가슴을 바람소리와 물소리로 채웠습니다
그냥 쉽게 만나기 힘든 그 고요함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 동안 해는 몇 번 구름 밖으로 나왔다 들어 갔고
목을 간지르는 호수의 잔 바람은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었습니다.
어디서 소리가 들립니다.
살아 있음에 경배하라.
춤추라. 살아가는 이 기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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