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과 추는 춤 적상산 (100대 명산 제 18산)
일 자 : 2007 11월 17일 (토요일)
산 행 지 : 무주군 적상산
동 행 : 마눌과 두리
날 씨 : 바람불고 쌀쌀
소요시간 : 3시간 40분
경유지별 시간
14:00 : 적상산 매표소
14:56 : 장도바위
14:59 : 적상산성
16;11 : 안국사
16:30 : 안국사 출발
16:58 : 다시 적상산성 서문지
17:04 : 다시 장도바위
15:40 : 하산 완료
친구들과 산에 가자 했더니 결국 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첨엔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을 연결하자 하다가 적상산으로 바뀌고
결국엔 저녁식사만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지요 믿을 건 마눌 뿐
저녁식사에 늦지 않게 적상산엘 가기로 했습니다.
허기사 누구와 간들 무슨 상관 있습니까?
그냥 산을 가는 거지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입니다.
하늘은 잔뜩 심술이 나서 퉁퉁 부어 있고요….
지난해 10월 20날 좋은 친구들과 함께 갔더랬지요…
단풍이 좋지 않아 제 빛깔을 내기 전에 말라가는 단풍들을 보았습니다.
덕유의 산줄기와 연결된 편안한 산길이지요
오후에 출발해서 3시간 30분 정도면 산행하고 내려올 수 있는 높지만 부드러운
육산의 가벼운 산길입니다,
12시쯤에 출발해서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점심으로 라면 하나 먹었습니다.
처갓집 가는 민대리를 휴게소에서 만났습니다.
웃긴 녀석 입니다.
처갓집 가서 씨암탉으로 몸보신 해야지 휴게소에서 겨우 자장면을 먹고 있습니다.
적상산 들머리는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덩그런 매표소는 부는 바람에 을씨년스럽고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은 잔뜩 옷깃을
여민 겨울 차림새 입니다
벽에는 감이 매달려 말라 가고 거센 바람은 인적 드문 산길을 불어가는 바람은
붉은단풍을 내려 놓지 못하는 나무들을 흔들며 재촉합니다.
“이제 그만 내려 놓으시게….
여름내 지고와 뜨겁게 불태웠던 그 욕망을….”
바람이 싸늘한 추운 날씨지만
가는 길은 만추의 서정적인 분위기 입니다.
낙엽은 길 위에 깊게 쌓이고
바람은 낙엽을 허공에 날리고 길 위로 구르게 합니다.
구름 밖으로 가끔 나오던 태양은 이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가을마저 떠내 보내야 하는데 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맞서는 연촉록의 잎새의
무모함이 장해 보이기도 합니다.
“내려 놓아라”
인생길은 산길을 닮았지요
살아 가다 보면 힘겨운 오르막도 있고 편안한 내리막길도 있습니다.
정상에 선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잠시 쉬어야 할 때도 있구요.
허리를 다친 지금 처럼…
이젠 세월이 흐르니 그 꿋꿋함보다 순리에 따르는 넉넉함이 더 좋아 보입니다.
가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일 때 쯤엔 조금은 염세적이되고 가슴 한 켠이
서늘해 오는데 가을이 주는 고독의 질감을 느끼고 짙은 허무의 냄새를
기꺼이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어쩌면 감상과 감동이 자꾸 멀어지는 세상을 살아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고독과 우수는 늘 계절의 길목에서 지난 추억과 연결되곤 합니다.
추억이란 우리가 잃어 버린 순수함 그리고 고향 같은 거지요.
추억과 등을 맞대고 있는 고독과 우수는 잊어버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삶이 척박하건 우리의 일상이 메말라 있던 또 나이가 들어가던 계절의
길목에서 문득 마주치는 그 처연한 느낌은 아련한 지난 시간을 돌아 보게
합니다.
차라리 감미롭습니다.
촉촉한 가을비라도 맞으며 더 우울해 지고 싶은 계절의 우수 입니다.
최영장군이 단 칼에 베어 길을 열었다는 장도바위 입니다.
옛날 사람들 뻥이 참 셉니다.
세상엔 신비로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세상이 태초에 어떻게 만들어 져서 그 수 많은 산과 나무가 생겨났는지…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은 어떻습니까?
인간이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 입니다.
사랑을 느끼고… 계절의 우수에 젖고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수 많은 생물 중에서 1위인 인간과 2위의 압도적인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 간 건지….
태양이 어떻게 그렇게 적당한 거리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내가 어찌 이 세상에
와 있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 불가사이를 결국에 하느님과 종교에 귀결시킬 수 밖에 없지요
옛날에 성문과 성벽이 있었을 서문지를 통과하자 길은 완만해 집니다.
그 옛날 이름 없는 백성들이 성을 쌓았고 장구한 세월은 성벽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적상산은 알고 있겠지요
불어간 바람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 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뜨거운 삶은 흔적 없이 세월에 묻히고 한 줄의 역사와 전설로만
남았습니다.
그들 모두가 한 우주의 주인이었습니다.
내가 우주의 한가운데 서서 소리치는 것처럼…..
흔적 없는 인생이라 덧없기도 하고 더 없이 소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은 오늘이겠지요…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바람은 쇳소리를 냅니다.
칼바람에 귀가 시렵습니다.
천고지의 능선길에는 메마른 낙엽이라도 달아 멘 나무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도 없는 정상
1년 만에 다시 그 자리에 마눌과 같이 섰습니다.
바람은 장대히 불고 내려다보는 풍경은 후련합니다.
구름 밖으로 새어 나오는 빛이 보입니다.
가끔 산에서 만나는 풍경인데 엄숙하고 성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늦은 시간이라 인적 없는 길인데 한 아저씨가 올라 오셔서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내려 가는 길에 보니 부인이 뒤따라 올라 옵니다.
(부인좀 잘 모시고 댕기지…)
안렴대
안국사로 넘어서기 전 우측 정상에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았습니다.
그 봉우리가 궁금하던 차 오늘은 그 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향로봉처럼 아래가 거침 없이 내려다 보이고 능선 위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청정하고 차가운 무주의 바람은 코를 뻥 뚫어 줍니다.
거기서도 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자기들보다 더 늦게 올라온 사람도 있다고 반가워 합니다.
해마다 한라산에 가고 늘 산을 다닌다 하는데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필요하면 객지에서 하룻밤 유하면서 먼 산을 둘러 본다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 가는 닮은 꼴의 사람들 입니다.
능선길을 되돌아 안국사로 가는 길에는 바람 부는 푸른 하늘에서 까마귀들이 신나게
군무를 추어 댑니다.
극락전에서 부처님께 삼배를 드렸습니다.
부처님껜 늘 드리는 말씀이 있지요
“항상 기쁘고 즐겁게 살게 하소서”
극락전 앞에는 계절을 잊은 목련이 꽃망울을 머금고 있습니다.
찻집은 문을 닫았습니다.
잠시 경내와 불교 전시관을 둘러 보고 귀로에 올랐습니다.
지나온 길을 딸 내려가는 길에는 구름 속에 숨었던 태양이 나와 금 빛 햇살을 길 위에
뿌려 주었고 까마귀들은 평화롭고 즐거운 하루를 자축하는 춤을 추었습니다.
안국사
조용한 석양의 붉은 빛이 떨어지는 안국사는 적막합니다.
늦은 시간이라 경내는 고즈녘하고 인적이 자취가 없습니다.
범상치 않은 산세와 풍경으로 보아 1000고지 산사는 명당이 틀림 없지만
청량산이나 부석사의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앞 쪽이 전망이 탁 트여 후련하고 산길을 따라 자동차 도로가 만들어진
탓일 겁니다.
그 전에 차로 양수발전소와 안국사를 오르는 길을 알고는 많이 놀랬습니다.
차는 벌떡 일어선 채 도로를 따라 천 고지로 오르는데 그 흉터 위로 사라져간
나무와 들풀들의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후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셈입니다.
석양은 나무숲과 낙엽을 황금 빛으로 물들이고 가지 위의 마른 단풍잎들도
눈부시게 만들었습니다.
장도바위에서 마지막 햇살을 내려 놓은 석양은 서둘러 산 아래로 숨고 조용히
땅거미가 밀려 왔습니다.
함께 저무는 길을 따라 내려 가는 길에 쓸쓸한 가을의 상념이 따라 오고 어둠은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시간 30분 산행으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짧은 걸음으로 많은 걸 채우고 또 내려 놓은 느낌 입니다.
그래서 늘 산을 떠날 수 없고 떠나는 걸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7시에 약속에 거의 정확히 맞추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동물원 근처의 식당에서 붕어찜과 닭도리탕으로 함께 식사하고
기분좋은 뒷풀이 주 한잔을 걸쳤습니다.
삶의 기쁨이 별건가요
그 기쁨들은 가까운 산 나무그루터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걸려 있기도 하고 한잔의
술잔에 머물기도 합니다.
마눌과 함께한 명산순례 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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