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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대둔산 (100대 명산 제 19산)

 

 

 

 

 

 

 

 

좋은 친구들과 대둔산을 오르기로 했다.

지난 여름 천태산 등산 후 참으로 오랜만의 의기투합이다.

9 30분에 가수원 은아 아파트에서 만나 이동하는 길은 한적하였고 잠들어 있는 갈색의 대지 위에 떨어지는

황금빛 햇살은 싱그럽고 낭만적이었다.

생명의 기운이 없이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의 모습에 안도하며 잔뜩 움츠러들었던 어깨는모처럼 긴장

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내 차는 대둔산 입구에 파킹하고 성박사 차로 다시 수락계곡으로 이동했다.

수락계곡 주차장은 인적 없이 을씨년스러웠고 차창 밖으로 보던 것과는 딴판으로 바람은 차고 날씨는 쌀쌀했다.

 

계곡은 잠들어 있다.

가끔 보이는 산죽만이 엄동설한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꿋꿋한 절개를 자랑하고 있다.

옛날에 분명 올랐던 길이었는데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세월이 오래되면 그 기억마져 퇴색되는 모양이다.

기암의 협곡을 들어서며 주왕산 바위형상에 암릉미가 생각이 났다.

예전에 처음 오르던 날 어떤 감회가 있었을 터인데 �금없이 주왕산의 바위가 떠오르고  옛 추억은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 세월에 쉽게 날리어 가는 새털 같은 우리의 기억들이다.

훗날의 실마리를 위해 사진을 남겨야 하는데 그리고 사진 찍기 좋아하는 김이사 사진도 찍어주어야 하는데 예상치도

못했던 밧데리란 넘이 안다리를 후린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수직 철계단에서는 간담이 서늘하다.

혹시 또 미끄러져 떨어질세라 허리와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그 긴 계단의 기억도 없다.

아마 그 옛날에는 이 철계단도 없었으리라

 

철계단 위에 절묘하게 벤취가 있다.

가쁜 호흡을 몰아 쉬고 다리쉼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

느긋하게 앉아 고통과 두려움에 떨며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득의양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좌측 바람 없는 곳에서 식단을 풀었다.

오늘 주방장 특선은 라면 !

점심은 내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준비해 간 가스버너 불꽃이 너무 약하다.

오늘은 좌우지간 되는 일이 별로 없다.

가스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불꽃이 약해서 물이 끓을 생각을 않으니 고개를 땅바닥에 대고 이제나 저제나 물 끓기를

노심초사하니 주최측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여자들은 보온병 물로 컵라면을 먹고 남자들은 덜 끓은 물을 붓고 설익은 라면을 먹었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날 식사였고 두고 두고 입에 오르내릴 무능한 취사병이었다.

 

식사를 하고 오르는 암릉길의 조망이 압권이다.

스산한 겨울 풍경이지만 둘러보는 산하에는 따사로운 햇살의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새움이 터 오르는 따뜻한 봄날에 다시오면 멋진 여행길이 될 듯 싶었다.

 

마천대에 오르는 길은 다져진 눈으로 미끄러워 아이젠을 하고 올랐다.

정상에서 친구들의 추억을 표구해 주지 못해 아쉬워 핸드폰 사진기로 나마 서로를 찍어 주었다.

산행을 주선해 놓고 식사도 챙기지 못하고 사진기도 준비하지 못한  최악의 산악대장 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남쪽을 바라 보고 있어 돌 위에 눈이 모두 녹아 있었다.

원래 제대로 대둔산을 즐기려면 암릉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앞쪽으로 정상에 올라 반대편 수락계곡으로 내려 가는

편이 최적의 산행코스 일 듯 싶다..

아이를 목에 걸고 대둔산 철계단을 오르던 젊은 시절은 아득한 시절의 기억으로 남았다.

그 시절의 공포가 남아있어 아직도 마눌은 앞 쪽 구름다리로 오르는 길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케이블카 있는 곳에서 모두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 한단다.

성박사는 관절에 이상이 있으니 그 편이 나을 듯 하지만 김이사 까지도….

너무 운동량이 적어서 마눌과 나는 그냥 하산 하기로 했다.

수락 계곡 길 보다는 이쪽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 즐거운 산행길이었다.

 

케이블카 타는 사람들이 밀렸던지 우리가 거의 다 내려 갔을 때 막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나오는 일행들을 만났다.

함께 하산해서 나의 고물카로 수락계곡 까지 다시 되돌아 와서 성박사 차를 회수하고 여유롭게 대전으로 귀향했다..

 

원래 오늘 산행겸 망년회를 하기로 계획 했었다..

노은동 농수산시장 어시장에서 김사장 내외와 김이사 와이프 그리고 임부장 까지 합류해서 모두 모였다.

꽃게에 다금바리에 광어에 엄청 때려 먹었다.

메뚜기도 한철 이라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소모된 열량보다 섭취된 열량이 훨씬 더 많았던 하루였다.

한해도 이제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어느 토요일  

아쉬운 해를 보내지만 새해란 다시 돌아 오는 않을 것처럼  

모아 놓은 회비를 호방하게 탕진하고 가는 세월에 몽롱하게 취했던 날이었다.

 

 

 

 

 

 

 

산 행 일 : 200712 19

산 행 처 : 대둔산 군지골 수락계곡 -  마천대  도립공원 정면   

    : 좋은 친구들

소요시간 : 3시간 30(11 30분 산행시작 ~ 15:00 하산)

 

 

 

 

 

 

 

 

 

 

 

 

 

 

 

 

하산 때 내  카메라로 사진 찍지 못했고  이하의 사진은 같은날 함께 산행한 충일 산악회원들 께서

찍은 사진 임 --- 카메라발 좋고 사진술 뛰어나서 대둔산이 더 웅장하게 보입니다.    

 

 

 

 

 

 

 

 

 

 

 

 

 

 

 

 

 

 

 

 

 

 

 

 

 

 

 

 

 

 

 

 

 

 

 

 

 

 

 

 아래 사진은 다른 산님들의 멋진 대둔산 설경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