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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아미산-방가산 (귀연 4월 산행)

 

 

봄은 키득거리며 들판을 가로질러 오고

봄날의 여행길은 소풍 가는 날처럼 들뜨게 한다.

 

엉덩이가 실룩거리고 어찌 마음이 싱숭생숭 하지 않으랴 ?

비맞을 작정하고 나온 오늘 날이 이렇게 좋고

황토빛 이랑 사이로 떠돌던 푸른 빛이 나무등걸에 올라 저렇게 춤을 추는 날… .

 

봄날의 여행길이 왜 즐겁지 않으랴

벚 꽃은 성급히 꽃 잎을 날리고 복숭아와 배나무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산친구들은 엊그제 만난 듯 변함이 없고

산은 오랜 기다림에도 불평하지 않는다.

 

봄은 그래서 좋지

잊었던 느낌이 살아나고 아직 여린 감동이 내 안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지

지나온 세월을 잊게 하고 남아 있는 세월의 희망을 보게 하지

그래서 봄엔 대문을 박차고 배낭을 매야 하네

살아 있음이 축복이고

행복이란 건 이렇게 소박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게도 하네

봄은 나비의 날개짓처럼 경쾌하다네 친구

 

 

 

    : 2008 4 13일 일요일

    : 흐렸다 맑았다.

산행지   : 아미산 ?방가산

소요시간 : 6시간

 

 

 

 

동 행  : ,산꼭대기,원타이정,신샘,한림정,허여사,꼬들리,캐빈,사계절,짱아

         오드리햇반,금강초롱,청계,산삼해,양반곰,산이,산꼭대기,무릉객

        이선생,호나우드,갓바위,포대,꼬모,나여사

 

 

서글서글한 이장님이 사진을 찍어 주고 아미산의 한자를 알려주었다.

娥嵋山

원타이정이 소개했으니 멋진 산일 터인데

역시 올려다 보이는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멋진 암릉미가 드러날세라 꼭꼭 숨어 있는 산에

계절의 흥겨움이 더해지고

귀연산님들의 풍류가 함께하니

때는 사월 호시절이고 아미산 가는 길이 비단길이더라

 

 

 

아미산 퍼포먼스

이건 예술이여

우리가 이렇게 쉽게 동심으로 돌아 갈 수 있음은 봄의 마술이기도 하다.

 

 

  

 

 

 

  

 

 모든 암봉을 올라보고 싶은데 원타이정님이 밧줄을 걸어 주지 않는다.

바위 끝에 홀로 핀 진달래 까지 올라 갔다가 되돌아 내려와서

다음 봉우리를 오르려고 바위중간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리게하고 나서 휠체어만 한 대 내려온다.

 

모처럼 횡재한 날 줄서서 기다리다 보내기 싫어 아미산 정상을 거쳐 종주하기로 했다.

봉우리에 못 올라 가게 해서 삐져서 간다.

 

 

 

 

 

 

 

한국의 산이 사천개가 넘는다지

20년 이상 산을 탔는데 아직 이런 산이 나아 있으니 신나기도 하고

돌아 볼 곳은 많은데 세월이 이리 빠르니 아쉽기도 하고

 

 

 

 

 

 

 

 

 

아미산 정상에는 누가 쌓았는지 돌탑이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돌을 쌓았고

나는 히히덕 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행복이 별건가?

세상일 단순하게 생각 하는 거

가슴 울리는 무언가를 하나 갖는 것

계절은 무수히 순환되어 세월로 흐르고

말없는 산천과 바람은 변함이 없다.

사람이 어찌 늘 자연과 함께 남을 수 있으랴!

잠시 머무르다 떠나는 숙명을 깨우치고 나면

세상사 욕심도 집착도 다 뜬 구름이라

행복은 봄빛을 따라 존재의 진한 느낌으로 온다.

 

 

 

 

  

 

가는 길 낙엽이 수북하고 산길은 부드럽다.

낙엽 사이로 가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래 이제 나와도 된단다

 

 

 

 

식사

항상 쬐금 걷고나서 엄청 먹는 시간

술은 황산주에 소주에 매실주에

그래도 이정도 운동도 안하고 먹기만 하는 사람들 보다는 낫다는 핑계로 위안을 삼고

입맛 땡기는 대로 먹는다.

세월이 바뀌어 날씨가 변하듯 천고마비의 계절이 따로 있으랴

산 위에 앉아 보따리를 풀어 놓으니 마음과 젓가락만 분주해 진다.

식욕은 시장기 따라 동하고 봄바람에 걸떡거린다.

체면은 건강을 헤친다나….

돌나물,돌미나리,두릅, 통조림과 양념치킨 까지 섭렵하고 마지막

갖은 과일로 후식까지 챙기고 나서야 다시 배낭을 맸다.

 

밥먹고 가다가 벼랑길에 앉아 있던 세 산님을  만났다.  

막다른 봉우리 위에서 삽결살에 복분자 술 한잔 치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 없어 술 한잔을 청하는데

상추에 삼겹살을 싸주던 어느 산님의 정이 오래도록 입안에서 여운을 남긴다..

산에 오면서 살 뺄 생각을 애초에 버렸다.

 

 

 

누가 봄이 짧다 했는가?

3월 첫 날 다랭이 마을로 오르던 봄 빛은 이제사 계룡산 ?꽃 길에 흐드러지고

영취산에서 춤추던 진달래는 아미산길에 수줍게 피어나는데….

방가산 가는 길은 겨울잠에서 막 깨어 나고 있는데

 

능선에서 등로가 오른 쪽으로 휜다.

선두는 휘적이며 앞으로 갔고 그 길을 따라 무심코 가는데 우측능선으로 연결된

산릉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아닌 개벼!

우리가 이동한 시간으로 보나 지도로 보나  방가산은 아직 멀었는데 학설이 분분하다.

이미 방가산을 지났다는 둥  여기가 방가산이라는 둥

 산줄기따라님의 독도에 따라 지도를 자세히 보니 심하게 내려섰다 올라 치는 두번의

오름길 뒤에 숨어 있는 봉우리가 방가산이 확실하다.

그럼 그렇지 메이드인 원타이정인데  그렇게 쉬운 산 일리가 없다.

방가산은 아직 멀리 있는 셈이다.

청계님은 그 능선 분기점이 방가산이라고 우기고 포대님과 내쳐 내려갔다.

까짓거 여기다 팻말을 걸면 방가산 되는 거지….

 

 

지난 가을의 낙엽으로 길의 흔적은 없다.

그래도 알바가 아니라고 귀한 표지기 한 장 외롭게 나부끼고 있다..

늘 가슴에서 바람소리를 내던 익숙한 풍경을 봄에 대하니 기분이 색다르다..

우린 늦가을 만추산행 중이다.

 

 

 

 

 

 

 

방가산  전위봉

돌무덤이 있으니 방가산 이려니 했는데 아직 아니요

곽고문님의 1년 묵은 포도쥬스로 목축임하고

산이님의 시원한 황도 통조림 한조각 얻어 먹고

 

 

 

 

방가산

너무 방가우니 방가산 인가 보다

우린 방가방가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어쨌든 방가산에 발도장  찍었으니 이젠 내려가면 될 일…..

팔공지맥은 팔공산으로 달려 가고

우리는 멧돼지 길로 간다.

이 길은 고립된 길이다.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가끔 멧돼지가 파헤친 땅이 드러난다.

이따끔 만나는 노란 생강 나무가 아니면 봄이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래 처음 보았음)

 

임도가 아래로 빤히 보이는 능선에 섰다.

내려서서 휴양림 쪽으로 빠지는게 차라리 나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면 임도를 좀 더 걷긴 하겠지만 도로 위 쪽 어딘가로 나갈 수 있었는데

산줄기따라님의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예리한 독도법으로 볼 때  

그 길이 예정한 길이 아니라

우린 봉우리를 넘어 계속 지도에 표시된 멧돼지 루트를 따라 갔다.

꼬모님은 목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헛된 희망만 심어 준 채

마음은 벌써 베이스 캠프에 가 있고

그 길은 머지 않아 끝나리라 믿었지만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어 갔다.

 

 

  

 

  

 

그래도 좋았다.

고도를 내리고 나서 늦가을의 쓸쓸한 서정은 조용히 사라져 갔고

푸르고 붉은 봄이 다시 되돌아 왔다..

나무들은 가지 끝에 연초록의 봄을 올리고

햇빛이 들락날락 하는 허허로운 하늘

흐린 화폭에 그려진 꽃분홍 진달래는 그 빛깔이  너무 고왔다.

천지가 진달래 밭보다 더 정겨운 꽃 길이다.

 

 

 

 

또 능선 분기점에 섰다.

앞에는 봉우리가 다시 막아서고

우측은 내려갈 길이 마땅치 않은 가파른 비탈 아래 마을이다.…

좌측은 완만한 능선을 따르는 외딴집

지도상 그 길은 휴양림과 연결될 터인데 베이스 캠프와는 좀 멀겠고….

여나믄 멧돼지들은 다시 설왕설래 하다 또 고를 질렀다.

우린 다시 그렇게  野豚으로 돌아 갔다.

 

 

 

 

봉우리 넘어 다시 봉우리

그리고 또 능선은 하염없이 이어지고  마지막엔 지도상의 희미한 멧돼지 길 마저

잃어 버리고 길을 만들면서 마을 쪽으로 내려 간다.

 

 

 

 

ㅋㅋ

좀 서글프긴 하다

이 길은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이다.

바위 틈새를 어렵게 빠져나가 위험한 바위벽을 내려가고 

돌밭에 발이 빠지고

나뭇가지 회초리로 얼굴을 얻어 맞고

다래 덩굴에 휘감기고

그렇게 허우적거리며 내려가니 마을아래 개울이 나온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얼바인가?

 

알바건 알바가 아니건 내알바 아니다.

멧돼지 길이던 헛발질한 길이던 내내 그 길이 그 길이다.

하여간 우린 즐거운 봄날을 만들었다.

우린 어쨌든 내려왔고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지도상 산길처럼 표시된 길은 산간 마을 출입도로였고

베이스 캠프가 있는 도로도 가는 길도 길었다.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멋진 봄날에 하루쯤 멧돼지가 되어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바람길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도로로 나가는 길에도 골짜기 까지 훌쩍 들어선 풋풋한 봄을 만났다.

가지에 새움을 티우던 오가피 나무도 보았고

갈아 엎은 황토 밭을 지키는  멋진 S라인 허수아비와  연초록의 잎새로 긴 기다림과 작별을 고하던 나무들을 만났다.

개울은 종달새처럼 노래하고 바람이 목을 간지럽히는 나른한 봄

우연히 만난 기억에 남을 여행길 이었다.

 

 

 

 

 

 

 

 

 

 

 

 

 

 

 

 

 

 

 길동무들이 찍은 사진들...

 

(산이)

 

 

 

 

 

(khan) 

 

 

 

 

  

 (산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