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일 : 2008년 4월 27일 (일) : 흐리고 비, 그리고 갬
산 행 지 : 원주 감악산
산행시간 : 5시간 30분
경유지별 시간
09:26 신림 만남의 광장 (30분간 실갱이)
10:00 신림역
10:20 삼봉사
11:30 천삼산
11:35 천산산 뒷 봉우리 (약 40분 중식)
13:00 안부 (백련사,계곡,정상 갈림길)
13:10 백련사 (약 25분 경내 소요)
13:50 백련사 석기암 갈림길
13:53 감악산 능선 정상 (이정표)
13:59 감악산 정상(표지석)
14:15 마당바위 갈림길
14:40 제사동 갈림길
14:50 정상 2.6km이정표/계곡 갈림길
15:30 하산완료
동 행 : 귀연산님들 36명
계백장군 강문수회장 사철나무 갓바위 오랑우탕 미니 사계절 청계 포대
신령 호준 캐빈 무릉객 산꼭대기 양반곰 Teacher1 Teacher2 금강초롱
꼬들리 칸 청산 코코 허여사 백제의미소 오드리햇반 정암 신샘 원타이정
Teacher3 새벽안개 로즈마리 Green 백범
찍사 황태자 그외 사람들 2
들머리에서
기사 아저씨가 �방각하라 했다.
“멀리 충처도에서 왔시유 !” 라고 했는데도 으시시한 산불감시인 아자씨는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아자씨도 자기의 책임이 있다
경방기간 출입통제차 나왔는데 삼십여명이 떼거리로 와서 출입을 눈감아 달라구 하니…
귀연의 협상전문가들이 대거 나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거꾸로 가기로 했다.
내려올 곳으로 올라 아자씨가 떡허니 버티고 있는 애초 들머리로 내려오기로…
철길 건널목
기차가 지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았다.
그 옛날 철로에 못을 올려 놓고 그 위에 침을 뱉고 돌무더기를 쌓아 놓았다.
땡땡거리는 철길 신호음과 다가오는 기차소리에 가슴 두근거리며 기차가 지나가 길
기다리던 그 시절이 떠 올랐다.
기차가 지나고
납짝해진 못을 찾으러 달려가던 아이들…
모두 떠났지만 철길에는 아직 그 추억이 남아 있었다.
산을 오른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함께하는 즐거움과 대자연 주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하여…
가슴을 비워내고 슬픔을 잠재우기 위하여…
누군가는 정신과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오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상에 선 짜릿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산으로 간다
대자연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소박한 여정도 있고
산 위에서 평화와 행복을 찾는 구도의 길도 있다.
우리는 안다.
구하는 어떤 것이건 산에서 얻을 수 있음을….
개가 열라 짖던 삼봉사
천삼산 가는 길
늘 새로운 길을 걸어 가는 기쁨이 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정말 멋진 풍경을 만나는 흥분
그 가슴 울리는 기쁨을 몇 번 만나다 보면 떠남의 유혹은 정말 헤어나기 힘들다.
이 길은 좀더 근원적인 길이다.
아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깃발을 걸고 숨겨진 비경을 찾아 가는 사람들….
귀연사람들
이래도 괜찮은 건지...
가는 길 내내 구름 밖으로 나와 놀던 태양이
구름 뒤로 숨었다.
봄 여행길은 눈부신 태양 빛과 푸른 초목과 화사한 꽃과 함께라야 제멋인데…
능선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수북한 낙엽위로 싸늘한 가을바람이 불어간다.
가끔 흰 철쭉이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다.
천삼산 삼각점
즐거운 식사시간~~
천자봉 가는 길은 약간 흐린 날씨에 산이 빙 둘러 있어 조망이 별로다.
천자봉 삼각점을 지나서
그 다음 봉우리에 오르니 선두그룹이 열씸히 식사 준비중이다.
시방타임 11시 30분
새벽밥을 먹고 나온 후라 벌써 허기가 동한다.
산상만찬
내가 산에서 홍탁을 먹어보구 회무침을 먹고
山오징어를 먹어 보았는데
산꼭대기에서 압력밥솥으로 한 밥은 처음 먹어 본다.
삼십여명이 풀어 놓은 식단은 화려하기 그지 없고
구수한 카레향은 허공에 풀풀 날린다.
카레 인기 짱!
들이대는 도시락통에 혼비백산한 인심후한 원타이정님
자기 먹을 것도 없이 어느결에 카레통은 바닥을 보이고 …
나선생님 애타게 소리치고 나서 겨우 한 술 얻어 드시고
무게잡고 기다리던 전임 우회장님 한술도 얻어먹지 못한 채 카레는 배식완료!
“귀연은 평소 예의 발라도 먹을 땐 위아래가 따로 없어요 !”
열심히 밥짓고 조리한 원타이정님이나 금강초롱님
겨우 밥한덩이 남기고 죄 퍼주었는데.
그 도를 넘어선 봉사정신과 박애주의에 할말이 없다.
무거운 압력밥솥과 물통을지고 와서
남들에게 뜨거운 밥과 맛깔스런 찬을 해주고 나서
다시 솥단지를 지고 가는 그 마음
그래서 귀연에는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귀연 산행대장,총무 최고!”
항상 그렇듯이 오늘도 과식이다.
사계절님 맥주한잔, 소주한잔,모과주 한잔, 그리고 계란말이에 고기안주
도시락한통, 압력솥밥 두주걱, 숭늉과 누룽지 한 컵, 쑥떡한 개 ,기타과일…
백련사 가는 길
밥을 먹고 백련사 가는 능선에서 비를 맞았다.
“기상청 또 씹히게 생겼네…”
슈퍼컴퓨터 열�히 돌아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모두 인간들이 자초한 일.
두고두고 받아야 할 업보가 아닐까?
“그래도 이때쯤 태어난 게 다행이여”
일기의 변화와 대자연의 역습에 간담이 서늘해 지는 날이 많아질 게다.
대전에 전화하니 날씨가 좋고 합천 쪽 산에 간 친구도 화창한 날씨란다.
좁은 땅덩어리 이렇게 변화무쌍한데 용빼는 재주 있으랴?
그냥 정치인들 하는 것처럼 두루 뭉실하게 예보 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체로 흐리겠지만 곳에 따라 비가 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갑자기 달려드는 게릴라성 고기압으로 맑은 날씨를 보이는 곳도 당근 있지요 ”
“혹시 신경통을 앓고 계시는 부모님께 여쭤보면 보다 정확한 기상예보를 알 수 있습니다”
기상관측 이젠 어쩔 수 없이 3D 업종으로 전락 중이다.
방수포를 씌우고 우의를 입고 백련사로 간다.
자욱한 비 안개가 몰려와 능선의 조망은 사라져 버렸다.
오늘 귀연의 비경탐험은 다소간 차질이 불가피하겠다.
“보이지 않으면 느끼면 되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경을 즐기는 유람모드에서 명상모드로 전환이다.
백련사
백련사는 작은 규모의 아담한 절이다.
풍수에는 무뢰한의 눈에도 늘 천년고찰이 자리한 절 터는 예사롭지 않았다.
영주의 부석사, 김제의 금산사, 봉화의 청량사 ….
백련사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감악산을 등지고 훤히 트인 앞을 바라 보고 있다.
백련사란 이름의 유명한 절이 많은 터라 유명세에 기댄 사이비절 쯤으로 알았는데
신라시대 때 창건된 꽤 유서가 깊은 절이라 한다.
이렇게 씌여 있다.
1081년 (서기 918)전 무인신라 제 30대 문무왕 의상조사의 창건으로 역사적 변천과정을 거쳐
다소의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으며 918년 의상조사가 감악산 산세가 수려하고 천년의 영기가 서려있어 수도도장으로 적절함을 직관하고 암자를 창건한 직후 현재 밑에 보이는 갈대밭 자리가 있던 연못에서 흰 연꽃이 솟아 피어나서 암자 이름을 백련사라 하였다.
산중에서 절을 만나면 자식들을 위해 늘 등을 거시는 어머님 생각이 나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도 부처님 앞에서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 해진다.
우비를 벗고 대웅전에 들어 삼배를 올렸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많이 빌었는데 요즘은 간단하다.
“하고 싶은 거 오래하며 살 수 있게 해주세요”
항상 부처님한테 절하면서 느끼는 건데
절하고서 양손을 올리는 게 늘 다른 아주머니들처럼 자연스럽지가 못하고 어색하다.
절하는 걸 내려다 보는 부처님도 한번 씩 웃으실 게다.
젊은 스님이 들어와 차 한잔 하고 가라 하신다.
청산님과 일부 일행들은 그냥 가시고 산꼭대기,캐빈,허여사와 함께 방으로 들었다.
부처님은 없고 부처님 오신 날 중생들을 위해 걸어 줄 등을 방 가득 쌓아 놓았다.
창호지로 직접 발라 만들었다고 한다.
작은 절이라 처음엔 젊은 스님이 주지인 줄 알았다.
내심 변화무쌍한 세상이라 절에도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어 구조조정을 하는
모양이다 했는데 그건 아니고 아마도 방장쯤 되는 모양이다.
아직 점심 먹은 배가 꺼지지도 않았는데 보이차를 계속 리필해주는 통에 다섯잔이나
마셨다.
이런 곳에 기거하니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젊은 스님은 근심 없는 편안한
얼굴이다.
그 사람이 지내온 내력은 늘 얼굴에 나타난다.
인생 별건가?
속편하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게 장땡이다.
어짜피 100년도 못되어 수렴되는 인생인데….
초야에 묻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에도 기쁨이 있을 터이고
부와 명예를 쫓는 길에도 행복이 있을 터이다.
성취의 기쁨도 있고 자족의 기쁨도 있다.
행복한 삶에 대한 해답은 자신과 세월만이 알 수 있다.
하산
백련사를 아래에 두고 비오는 산길을 휘돌아 감악산 능선 갈림길에 섰다.
일행이 길을 잘못들 까봐 비오는 능선 갈림길에서 청산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그냥 먼저 가셨어도 되는데….”
산사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 같아 미안스럽다.
아쉽다.
날씨만 좋았으면 조망이 예사롭지 않았을 텐데….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감악산 3개 봉우리 능선
풍경이 사라진 곳에 무심한 안개만 세찬 바람을 타고 흐른다.
감동과 환호는 안개 속에 남겨 두어야 했다.
감악산?
다시올 수 있을까?
아직 가보지 않은 산이 너무 많은데….
비가 멈추지 않는다.
예전부터 귀연 가는 길에 비가 자주 내린다.
“족보 한 번 까봐야 되는 거 아녀?”
옛날 지리산 종주할 때나 남원고리봉, 그리고 오늘
비올 때 마다 꿋꿋하게 참석한 누군가가 비를 부르는 건 혹시 아닌지…?
산이란 신기하지 않은가?
꽃이 피어도 좋고
단풍이 물들 때도 좋고
눈이 덮힌 풍경도 아름답다.
비가와서 즐거웠던 날의 추억은 너무도 많다.
빗속에 내려가는 길은 미끄러운 암릉구간으로 로프가 매달린 난코스가 많았다.
위험한 구간도 많았지만 우린 모두 무사히 즐겁게 넘어 갔다.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 잠시 비구름을 거두어 간다.
신록에 쌓인 반대편 능선이 드러난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홀연히 나타나는 눈부신 연초록 빛 산릉과 계곡이 가슴을
상쾌하게 한다.
혹시나 아래를 굽어보는 멋진 풍경을 만날 까 했는데
안개 속으로 우린 벌써 산중턱 까지 내려왔다.
계곡에서
길 아래가 내려다 보이고 차소리가 들린다.
7시간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저번 아미산행을 생각하면 예상했던 것 보다
수월한 산행 마무리인 셈이다.
지난 주말처럼 날씨가 무더웠으면 혹시 알탕도 욕심낼 수 있으련만
언감생심. 심산의 세례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비와 안개와 함께 흘러내린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계곡에 들어 머리를 감는데
머리가 빠개지는 듯하다.
“한번쯤 정신이 번쩍 나야 정신차리고 다시 속세의 삶을 살아가지…”
날씨가 맑아졌다.
먼 봉우리도 훤히 보인다.
감악산 신령님의 심술에 입이 떡 벌어진다.
귀연 산꾼들이 그렇게 보기 싫으셨던 모양이다.
산불 감시 아자씨 덕분에 훗날 감악산에 다시 올 수도 있는 이유가 생겼다.
비오는 험한 길에도 안전 사고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쳐서 다행이다.
코코와 사철나무가 애 많이 썼다.
청산님 따라 처음 오신 젊은 선생님들도 걱정스러웠는데 기우였다.
멋진 산객의 자질이 충분하다.
늘 젊은 나이에 산의 참 맛을 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더 일찍 심산의 깊이를 알았다면 내 인생이 훨씬 즐겁고 풍요로웠을 것이다.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즐거운 휴일 비를 맞으며 안개 자욱한 길을 함께 걸었던 귀연 산친구들에게 감사의 말 전한다.
자연으로 난 그 길을 오랫동안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PS
감악산에 다녀와서 코끝에 뾰류지가 나고 눈에 다래끼가 났다.
옛날 무박산행이나 댕겨야 피곤하면 찾아오던 불청객이 �금없다.
다음날 회사의 중요한 일정 때문에 일부러 뒷풀이 술자리도 자제했는데....
이번 산행은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과식 때문일까?
전투력 약화 !
마눌왈 이젠 좋은 시절 지났으니 귀연 따라 댕기다가 몸상하지 말란다.
앞으로의 귀연 비경탐험 빠지지 말아야 할텐데 마눌 말처럼
이젠 전성기가 지난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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