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

옥순봉, 구담봉

 

 

산 행 지  : 충주호 옥순봉,구담봉(제천시 수산면)

가 는 길  :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 괴산-충주- 단양가는 36번 국도

            단양 20km 전방  다리건너기 전 산행 들머리 ( 2시간 소요)

            장회 유람선 선착장 전방 500m

산 행 일  :  2008 12 28

산행 시간 :  쉬엄쉬엄 3시간

인근관광지:  상천 참숯가마, ES리조트, 정방사, 한국도서박물관, 천연염색체험관  

 

 

 

 

 

 

 

 

 

 

 

 

 

 

옥순봉

 

옥순봉은 아름다웠다.

자연이 산과 나무를 만들고

인간이 물길을 막아 수려함을 보탰다.

혼탁한 세상에서

늘 고립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인적이 드문 적막과

때묻지 않은 태고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있는 곳에

고독하게 버려져

나 스스로 한 사람이 아닌

조화로운 자연에 속한 하나의 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멋진 풍경들은 남겨두어야 하지

늙어가는 훗날을 위해

겨우 세시간 쯤이면 넉넉히 돌아 내리는

이 기암들은 60고개를 넘긴 날을 위해 남겨두어야 하지

 

옥순봉에서는

인간이 막아 놓은 물길과

산허리를 감돌아 뱀처럼 기어가는 찻길과

푸른 물길 위에 이방인처럼 붉은 교각도 낭만적이다.

 

옥순봉에서는 호젓한 고립과

황홀한 고독의 냄새가 난다.

 

노송은 바위 난간에서 푸른 호수를 굽어보고

소나무가 무성한 산들과

물길에 허연 속살을 드러낸 산허리는

어느 섬 해안선을 닮았다.

 

답답한 겨울이 지나면

늘 한 마리 새의 감동을 위해 섬으로 떠났다.

푸른 물 길 따라 오르는 봄을 바라보고

그 푸름이 내 가슴으로 뛰어드는 느낌이 좋았다.

그 푸름이 시들어 가는 내 꿈을 깨우는 것이 좋았다.

 

봄날 같은 겨울날이

다시 역마살을 일깨우고

잃어버린 감동을 기억나게 했다.

섬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의 풍경처럼

잊고 있었던 감동과 평화로운 느낌이 좋았던 옥순봉  

 

 

 

 

 

 

 

 

 

 

 

 

 

옥순봉에서 구담봉 가는 길

 

옥순봉에서 구담봉 가는 길은 조용한 산길이다.

처음 걸어가는 길의 호기심과 경이가 살아 있고

가끔 푸른 물길이 숲 밖으로 나와

걷는 길은 호젓하고 한적하다..

느낌표가 살아 있는 이런 산길이 좋다.

 

넓은 바위 위에 혼자 올랐다.

멀리 옥순봉이 보이고 붉은 다리도 보인다.

이런 산길도 있다.

호숫가에서 다도해의 바다가 생각나는

 

내 마음이 허한지 모른다.

이제 시작인 겨울이 답답해서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인지 모른다.

 

 

 

 

 

 

 

 

 

 

 

 

 

 

 

 

 

 

 

 

 

 

 

구담봉

 

아름다움에 사치란 없다.

중국 절경 황산이 아름답고

한국의 비경 설악과 금강이 아름답다.

구담봉 정수리에 서면

별유세상을 굽어보는 한 마리 솔개가 된다.

거기서

내가 바람이고 내가 구름이 된다.

 

태양은 한 낯의 봄처럼 따사롭고

바람은 불지 않는다.

바다인 듯 호수를 내려다 보는

봉우리에는 인적이 없고

선회하는 유람선은 둥근 물꼬리를 남기고 선착장으로 간다.

 

창공은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푸른 빛 하늘을 담은 눈부신 호수가 나른해

잠시 졸고 나면

절벽아래 황금 소나무 물위에 누웠는데

이게 봄인지 가을인지….

 

구담봉에서는

설악과 금강의 아름다움이 누가 되지 않았다.

뭇사람들이 그렇듯이

산에도 저마다의 향기와 독특한 색깔이 있다.

불완전한 기억에 근거한 아름다움의 비교가 얼마나 부질 없으랴

 

설악도 아름답고

구담봉도 아름답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탄성을 올리는 사람들도 아름답다.

 

봄날 같은 겨울 날

예정 없는 먼 길을 훌쩍 떠나

어느 호숫가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나고

그 풍경에 흔들리는 가슴이 더 아름답다.

어느 길목인가에서 문득 만나는 풍경들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