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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맛집

대전 지하철 주변 볼거리 먹거리19 - 월드컵 경기장역



[대전/충남]대전지하철 100배 즐기기<19>월드컵경기장역




시장냄새… 사람냄새… ‘인생 종합경기장’

“머스크 특 9, 98번이요, 완숙 토마토 4, 50이요….”

8일 오전 5시 10분.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공판장. 경매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새벽 정적을 가르고 시장 안에 울려 퍼진다.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 이곳에선 치열한 삶의 경쟁이 시작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한국팀의 역전골이 터진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축구경기 못지않게 치열한 삶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노은시장은 대전 경제의 바로미터=시장 주차장은 대전 경제의 바로미터다. 복잡할수록 경제 사정이 좋단다. 대전 시내 대형 마트와 식당 등이 이곳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데 장사가 잘되면 그만큼 발길도 잦기 때문.

하루 평균 380t의 농수산물이 거래된다. 양파와 고구마, 고추, 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요즘은 줄잡아 450∼500t(4억 원)에 이른다. 전국 70여 개 농수산물 도매시장 가운데 10위권에 드는 규모다. 중도매인만도 210여 명.

이곳은 오후 11시면 생산자와 경매사, 중도매인이 몰려든다. 8일에는 오전 1시 버섯과 상추를 선두로 경매가 시작됐다. 오전 3시에는 고구마와 감자, 3시 반에는 양파가 경매됐다. 삶의 체취가 물씬한 새벽녘 노은시장은 게으른 자녀들의 체험 현장으로도 적당할 듯하다.

▽안정환의 골든골 함성, 지금도 들리는 듯=2002년 6월 18일.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이탈리아 군단을 맞은 한국팀. 설기현의 동점골로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이후 득점 없이 양측의 공방만 계속됐다. 그러나 종료 5분을 남기고 상대 진영 왼쪽 코너에서 이천수에게서 공을 받은 이영표가 곧바로 센터링했고 이는 백넘버 19번 안정환의 머리를 거쳐 오른쪽 그물을 뒤흔든다.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이 골은 월드컵 사상 ‘8대 골든골’로 기록되기도 했다.

역 7번 출구를 빠져나와 5분쯤 걸어가면 나타나는 월드컵경기장. 지금도 경기장을 보면 5년 전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지금은 수영장, 헬스장, 에어로빅장, 어린이 및 청소년 스포츠교실(042-823-9399), 골프연습장(042-824-6396) 등 종합 스포츠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먹을거리와 볼거리=노은 수산시장은 도매시장이지만 일반 소비자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제철을 맞은 암게는 8일 현재 kg당 2만3000원, 수게는 1만7000원에 거래된다.

6번 출구 한국주방 골목에서 노은초등학교 쪽으로 50m쯤 가다 보면 노은골두루치기(042-477-7787) 식당이 나온다. 주 메뉴는 제주흑돼지 두루치기와 갈치조림. 두루치기는 겉껍질만을 살짝 벗겨 쫄깃하고 고소하다. 중 1만5000원, 대 2만5000원.

청국장은 유성장날, 주인 지현숙 씨가 직접 사 온 국산 콩으로 띄운 청국장과 멸치, 두부 등을 넣고 뚝배기에 끓여 낸다. 역한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깔끔한 게 특징.

1번 출구 열매마을 11단지 정문 앞에 있는 복수한우본가(042-826-9989)의 한우갈비와 특수 부위는 600g에 3만2000원이다. 돌솥밥(5000원)은 이 집의 인기 높은 메뉴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열매마을 11단지 뒤편의 장수가든(042-822-0833)은 닭과 오리, 토끼탕으로 미식가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6번 출구의 동신수산(042-476-9968)과 신화수산(042-476-7771)은 싱싱한 횟감으로 쌍벽을 이룬다.

32년 동안 경찰에 몸담았던 김관규(57) 역장은 “역 주변은 월드컵의 함성과 비린내, 흙냄새, 사람 냄새, 돈 냄새가 뒤섞인 삶의 종합경기장”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