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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대야산 (100대 명산 제 25산)

 

 

 

 

 

대야산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주말이다.

약간 흐린 토요일도 무더웠는데 일요일은 햇빛이 쨍쨍한 날에 푹푹찐다하니 제대로된 여름산행이 되겠다.

 

원래 이번엔 마눌과 가는 100대 명산 산행지로 내연산을 마음에 두었었다.

토요일날이라 민수산악회 자리가 있을 줄 알고 신청을 미루었더니 목요일 오전에 등록이 마감되어 버렸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소월의 대야산

 

 

대야산은 산에 마음을 붙이던 오랜 옛날 혼자 차를 몰고 다녀오면서 그 멋진 계곡미에 반해버렸던 산이다.

그 후로 백두대간을 타면서 다시 정상을 밟았고 메아리를 이끌던 시절 직원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삼송리 마을에서 농바위골을 거쳐 중대봉과 대야산 정상에 오르고 피아골로 하산하여 주차장 까지 내려서는 코스인데 농바위 쪽에서는 올라본 적이 없어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산행시간을 5시간 준다하니 그 정도 거리려니 할 뿐

 

    :  20087 6 (일요일)

산 행 지 :  대야산

산행코스 :  삼송리-중대봉-대야산-용추-주차장

    :  무덥고 바람 조금 (밀양 37)

산행시간 :  6시간 20

    :  소월산님들

 

경유지별 시간

      09;27 : 삼송리 마을출발 (등산로 표지판)

      10:06 : 계곡 들머리

      10:19 : 밀재, 중대봉 갈림길

      11:00 : 바위능선

      11:23 : 바위슬랩

      11:52 : 중대봉

      13:30 : 대야산 정상

      15:37 : 용추 (알탕 30)

      16:00 : 주차장

 

 

 

 

 

 

 

 

중대봉 가는 길

아침부터 찌는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이 많이 난다.

땀이 많지 않은 내가 이렇게 많이 나니 마눌은 아얘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사실 폭염의 여름 산행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땀으로 한껏 노폐물을 빼고 시원한 물을 들으키면 속이 개운해 진다.

게다가 탕탕한 계곡에서 알탕이라도 하고서 산행을 마무리하면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벼워 지고

상쾌하고 홀가분한 그런 기분은 사고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여름산행의 맛을 들면 그 산행의 유혹과 중독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밀재와 중대봉 갈림길에서 중대봉으로 오르다가 마눌이 시장기를 느낀다 하여 그늘에 앉아 토마토를 하나씩 먹었다.

농바위 쪽에서 오르는 길에 그렇게 멋진 바위들의 도열한 산임을 미쳐 알지 못했다.

 

백두대간을 마무리하고

세상의 수많은 비경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살아 오지만

마눌과 함께하는 백대명산 길에서 또 돌아보지 못했던 수많은 멋진 풍경들을 조우한다.

작은 우리나라 땅 구비구비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 들이 아직 그리 많고  

돌아 보지 못한 세상에는 아직 감동과 기쁨들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는지는

늘 떠나는 버릇이 몸에 밴 사람들이 아니고는 잘 알지 못할 게다.

세상은 넓고 인생이 짧아 속절없이 가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내 주어진 여건 속에서 늘 새로운 세상의 기쁨을 누리고 있으니 아쉬울 게 그 무엇이 있으랴?

먼 훗날 다시 오지 못한다 해도 무슨 문제 있으랴

돌아 보다 남겨두면 또 그것으로 족하리 

삶은 바람처럼 지나는 것이고

그 삶에 충실했으므로 흔적 없이 지나간 내 인생의 풍경도 아름다운 것이라

 

 

 

휴식 후 오르는 길이 점점 더 가파라 지고 여기저기 암릉들이 나타난다.

암릉에 조화로운 청솔들이 인상적이고 내려다 보이는 세상이 평화롭다.

 

 

 

 

 

 

로프를 잡고 바위에 오르자 집채만한 바위 슬랩이 버티고 있다.

마눌이 먼저 긴장한 채 오르고 난 로프도 잡지 않은 채 큰 바위 사면을 걸어 올랐다.

태양은 뜨겁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열기를 식혀준다.

거대한 암릉에서 바라다 보는 푸른 수림의 바다는 이 폭염의 여름에 유영할 충분한 가치를 유보하고 있다.

 

 

 

 

 

 

  

바람길 능선에 걸터 앉았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작은 기쁨의 시간이다.

등이 시원해지는 바람 길에서 과일을 나누며 지나 온 멋진 길에 대해 이야기 한다.

 

 

 

 

 

 

바람 길에 휴식하다 숲 길 아래서 다시 거대한 절벽을 만났다.

벽처럼 가는 길을 막아서는 암벽이다.

길은 외 길이라 수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정체구간인 셈이다.

기다리는 중에도 많은 산객들이 계속 긴 꼬리를 만들고 기다리지 못하는 몇몇은 절벽의 틈을 잡고 암벽을 타고 오른다.

암벽을 많이 타 본 사람들인데 몇 명의 산꾼들이 시도를 하다 되돌아 내려온다.

 

 

 

 

로프를 타고 올라 가던 마눌이 로프를 놓고 나서 절벽난간에 하얗게 질렸다.

지난 번 희양산처럼 까마득한 벼랑에 간담이 서늘해 지는 곳이다.

밑에서 바라보다가 급하게 따라 붙어 마눌을 안전지대로 데리고 갔다.

항상 마눌이 하는 얘기지만 100대 명산 순례길이 만만한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산수는 늘 거칠고 험난한 곳에 칩거하며 스스로의 고립을 즐긴다. 

우리는 인내와 땀으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큰 바위에서 오르는 길

절벽 바위 난간에 걸터앉은 청솔은 뜨거운 날에도 풍류와 여유 잃지 않고 거칠 것 없이 불어 오는 북쪽의 시원한 바람은 한여름 산객의 거친 호흡과 땀의 열기를 위로해 준다. 

바람이 불고 조망이 좋으면 쉬어가야 하는데 벼랑을 내려다 보며 흘러가는 길에서 딱히 휴식할 만한 곳은 없다.

중대봉이라고 생각한 곳은 한참을 더 가야 했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는 암릉 위에 쏟아지고 더위와 긴장은 마눌의 얼굴을 붉게 상기시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힘든 날씨에 도저히 거친 산행은 무리일 것 같아도 염천의 산행에도 즐거움은 있다.

굵은 땀과 열기의 고행 길에 역설적인 후련함이 따라오고 가끔 불어 주는 바람이 카타르시스를 몰고 온다.

거친 암릉의 긴장과 바람 길의 이완이 있다.

그 짧은 길에도 세상의 이치가 조화롭다.

 

 

 

 

 

중대봉은 능선길을 따라가다 다시 한굽이 봉우리를 올라야 넓은 안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마눌과 함께 바람 길에 앉아 식단을 풀었다.

오늘의 메뉴는 열무 비빔밥

먼산 소나무 아래 바람이 지나는 벼랑가

무더운 날이지만 거친 산행 후 시장기가 느껴지는 시간이라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은 맛나는 식사를 했다.

  

 

 

 

 

 

 

 

 

대야산 가는 길

멀리 대야산이 보인다.

어렵게 올라선 봉우리의 고도를 반납하고 다시 오름 길을 올라서서 한참을 능선을 따라 가야 대야산 정상이 선다.

가는 길 능선에서 바라보는 먼산의 풍경은 평화롭고 군데군데 암릉과 소나무는 멋드러지게 어우러진다.

대야산 정상이 바라다 보이는 반대편 능선에 서자 술렁임이 느껴진다.

작열하는 태양

속리산권의 기운찬 암릉과 한여름의 서슬푸른 푸름 가운데서 개미처럼 움직이는 건 수 많은 사람들이다.

언제 대야산이 이렇듯 사람이 많은 적이 있었나 싶다.

내가 혼자 떠날 때나

뜨거운 격정으로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밟을 때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의 번잡에서 놓여난 고즈녘함으로 오히려 정겨운 산이라 했는데 이 삼복의 무더위에 엄청난 인파를 만나니 정말 뜻밖이었다.

농바위에서 움직여 가는 인파도 많다 싶었는데 대야산 계곡 쪽에서 올라온 인파는 바위봉우리들을 한 껏 비좁게 만들고 있다.

  

 

 

 

 

 

 

 

 

 

 

 

 

 

 

 

 

 

 

 

 

 

대야산 정상

바람이 멎은 정상에는 태양 볕이 뜨거운 열기를 눈부시게 쏟아내고 표석에는 이 장대한 여름에 왔다 갔다는 증거를 남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 염천을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들

오늘 흘린 이 땀방울이 살아가는 날의 위안과 작은 기쁨이고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이 될 터이다.

우리도 백대명산 순례의 길임을 입증하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어렵게 기념 사진을 한 장 남겼다.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미끄러웠다.

피아골 길은 두 번 쯤 올랐었는데 옛날 기억보다 훨씬 낙차가 크고 길이 험했다.

나야 늘 이런 길에 이골이 나 있지만

더운 날 먼 길을 걸어와서 다시 가파른 계곡 길을 내려서야 하니 마눌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계곡으로 내려서면서 바람과 풍광은 사라졌다.

처음엔 계곡의 수량이 너무 없어서 이 지방엔 비가 별로 없었나 했는데 내려 가면서 계곡의 물과 사람은 점점 불어났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기는 힘든 법 이라

좀 한적한 곳에서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들어갔다.

길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이라면 마음 놓고 알탕을 즐기련만 계곡의 물길은 등산로에서 가까웠다.

풍기문란 사범으로 팬티와 윗옷을 입은 채 계곡수에 목욕재개하고 바위 뒤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용추 가까이 갈수록 물길은 더 탕탕하고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용추에서는 벌써 한여름 피서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푸른 소에서 웃통을 벗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은 용추계곡에서 물미끄럼을 타며 뜨거운 여름의 폭염을 즐기고 있다.

오래 전에 걸었던 그 길이 마치 다른 길처럼 낯설고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눌에게는 많이 힘들었을 거친 길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산행을 잘했다.

그래도 100대 명산 30여 군데를 순례하면서 기량과 내공이 쌓이는 모양이다

긴 여정 이었다.

날씨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서 또 하나의 명산 순례를 마무리하고 멋진 인생의 추억을 남겼다.

 

 

 

 

땀이 육체를 정화하고 탕탕한 계곡물의 세례가 영혼을 정화한다.

그 고단한 길에서 삶의 의미와 기쁨이 함께 만남을 안다.

오래 전의 깨달음을 다시 확인하고 나서 연거푸 들이키는 차가운 막걸리에도 살아가는 날의 기쁨이 녹아 있다

산과 날씨의 협공에 굴하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나서 타는 갈증을 느끼며 마시는 목젖이 얼얼한 차가운 한잔의 막걸리 그게 삶의 여유고 오르가즘이다.

삶은 어쩌면 부분적으로 완성되어가는 모자이크 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도화지 위에 두서없이 맞추어 가는 그림!

미완을 완성으로 우겨도 좋고 느낌표는 아무데서나 찍어도 좋다.

내가 맞추어가는 그림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전혀 멋지지 않을 수 있고 때론 다른 그림이 더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늘 미완인 채로도 의미가 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 그림이다.

오로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내 작품이란 이유 하나로….

그 그림은 보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작자의 의도와 자기만족은 세인의 평가와는

무관하다.

    

뜨거운 시간을 마무리하고 에어콘 빵빵한 버스 차창에 기대어 비몽사몽의 지경을 오락가락 하는 그 시간에 우리는 영혼의 낮은 노랫소리를 듣는다.

대야산 정벌은 성공적이었고 흔쾌한 일탈과 후련함이 전리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