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월)
어머님 댁에 다녀왔다.
진해 다녀오신 후 많이 아팠다 하신다.
몸이 불편 하시면 전화하던지 우리 집에서 묵으시라 몇 번을 말해도
부담 주지 않으시려 혼자 병앓이를 하셨다.
지난 주에는 노조 협상과 술자리 약속 등으로 어머님 댁에 들르지도 못했다.
연세들어 기력이 쇠하시고 자꾸 아픈 데가 많아지시는 어머님이 안스럽다.
아버님은 병원에 계시고 자식이 여섯이어도 혼자 쓸쓸하게 지내시는 어머니
6남매 뒷바라지, 시부모 수발에 좋은 시절 다 보내시고
자식들 자리잡아 살만해지니까 또 아버님을 몹쓸병으로 병원에 보내시고 혼자남으셨다.
입버릇처럼 힘들면 언제나 우리집으로 들어오시라 말을 해도
아직 충분히 거동을 할 수 있는데 뭐하러 서로 불편하게 함께 사느냐 하신다.
요즘세상 건강만 따라 준다면 혼자 사시는 게 제일 편하긴 하지만
자식마음이란 또 다르다.
가까이 있어 자주 찾아뵈려 하긴 하지만 들렀다가 혼자 계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발길이 늘 가볍지 만은 않다.
늘 자식 걱정은 달고 사시지만 다른 걱정 마시고 당신 건강하시고 활기차게 생활하시길
빌어 본다.
6월 8일 (수)
Bak 사장 , Shin이사, Min사장 CP 멤버 3명 식사
6월 9일 (목)
점심식사 동학사
친구와 동학사에서 점심약속
벚꽃이 활짝 피었다.
한 이틀 날씨가 여름 날씨처럼 무덥더니 계룡산 벚꽃이 완전 만개하였다.
작은 바람결에도 꽃 잎이 휘날린다.
벌써 한 해가 또 지났구나
지난해에는 4월 11일 금요일 날 새벽에 들러 활짝 핀 벚 꽃을 둘러 보고 회사에 출근했다.
주말에는 너무 붐비고 잡상인들과 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이 걸려서 갈 엄두도 못 내고
축제 기간 평일 저녁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시장난전 같고 꽃은 뒷전이라 나만의 벚 꽃놀이 방식인데 올해는 점심 때 잠깐 짬을 내어 친구와 다녀왔다.
주말에는 벚 꽃이 끝물 일 것 같다.
벚나무가 65년쯤 사니 이젠 인간이 좀 더 오래 사는 셈이다. .
벚꽃은 고작 일주일을 활짝 피고 꽃잎을 떨군다.
한바탕 일장춘몽
쉽사리 우리 곁을 떠나는 청춘을 닮았다.
그래서 벚 꽃은 아쉬움의 꽃이다.
마치 지나간 젊은 시절을 추억하듯 언제부턴지 봄이면 그 꽃의 한바탕 화려한 춤이 보고 싶어진다.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진다더니
지나간 인생이 더 많아 지면서 짧아 지는 봄이 더 애틋해지는 모양이다.
이제 기후 온난화 때문에 겨울이 따뜻해져서 벚 꽃이 제대로 휴면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해나 부산의 벚 꽃은 60년 후 쯤에는 개화를 하지 못할 것이라 한다.
지금도 해마다 몇일 씩 개화 시기가 빨라 져서 2040~2070년에는 최대 30일이 빨라 진다니
동학사 벚 꽃도 그 때쯤이면 2월 말이나 3월초에 볼 수 있겠다.
하여간 매년 이렇게 봄이 짧아지니 이러다 소중한 봄을 잃어 버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여행을 충동하고 젊음을 다시 일깨우는 봄
감성과 시심을 지켜 주는 봄을 잃을까 걱정스러워 진다.
4월 10일 (금)
봄의 방랑벽이 좀 수그러들고 연속 출정으로 허리가 더 부담스러워 지고 나서 주말을 유동적으로 비워 놓았는데 조사장이 술 한잔 하자 전갈이 왔다.
당초 둘이 한잔하려다 계획을 바꾸어 마눌동반
조사장 회사가 너무 잘되어서 탈인데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독보적인 기술로 일감은 증가 하는데 이젠 인력관리가 관건 인 것 같다.
추후 몇 년간 100명 정도의 인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데 문제는 노동조합과 신구간의 갈등이 풀어야 할 숙제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우선은 원칙과 시스템의 안정을 이야기해주었다.
인사와 평가제의 정립이 중요하고 사장이 슈퍼맨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일만하다 좋은 시절 다 가지 않겠는가?
돈만 많이 벌고 젊을 때 쓸 수도 없으면 사실 버는 의미가 무어랴?
기술자 출신 사장이 할 일은 기술지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시각과 경영마인드를 갖추
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하여간 요즘 경제상황에서 너무 수주 물량이 많아 고민하는 사장 친구가 있어서 나는 좋다.
조사장 몸이 많이 축났다.
1차 청원 오리집 홈너머에서 술 3병 나누어 마시고 2차 전원 까페에가서 낙지볶음과 술두병 시
켰는데 두 병을 다 먹지 못하고 해롱거린다.
이야기 중에도 피곤한 듯 졸음이 쏟아지고서 몸을 잘 가누지 못해서 한 병은 반납하고 조사장 집
에 들렸다가 되돌아 왔다.
그에게서 이제 산은 멀어졌고 일 그리고 골프와 술이 그의 삶을 꽉 채우고 있다.
4월 11일 (토)
전날 술이 있어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추리소설을 읽는데 눈이 자꾸 감긴다.
오늘은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빌빌대야 할 것 같다.
4월의 봄날 이평리의 봄을 보러 가자
아이들이 먹으려 했던 빵과 과일 몇 개를 배낭에 꾸려 넣고 고리산으로 출발했다.
먼저 차를 효동 어머님 댁 아파트 단지에 파킹하고 603번 옥천버스를 타고 이백리에서 내렸다.
그냥 산에 올라 빵이나 먹으려다 점심시간이 다되어 염소탕 한 그릇 먹었다.
방송국 맛자랑에 나온 집이라는데 염소탕 한 그릇이 8000원이고 전골이 15000원 이다.
탕 한 그릇에 고기양도 많고 맛도 그만하면 괜찮은 편인데 몸에 좋은 염소탕이라 해서 국물까지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뚝 일어선다.
마눌이 앏은 여름옷을 입고 가라 해서 망정이지 두꺼운 봄 옷을 입고 왔으면 봄의 초입에 쪄 죽
을 뻔했다.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흡사 여름 같다.
요즘 산불이 겁나게 많이 나는데 이백리 위 능선에는 산불감시 초소가 있어서 할아버지 한 분이
산불을 감시하고 계신다.
여유로운 근교산행인데다가 날도 덥고 한 켠 그늘에 앉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며 게으름을
피웠다.
대전 도심에 살다가 이백리에 100평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이사 왔다는데 공기가 너무 좋으시단
다.
조사장도 그렇고 전원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데 은퇴 후엔 근교 전원생활이 좋을 것도 같다.
자식들 세명이 모두 잘 자리를 잡아 한 달에 100만원의 부부에게 생활비와 30만원씩의 용돈을 준다고 자랑을 하시는데 69세 나이보다는 건강하고 정정해 보인다.
산불감시초소에 오르는 길과 감시초소에 쌓아 놓은 탑들은 모두 할아버지 작품이란다.
요즘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너무 자주 나서 어느 산이나 이렇게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순간의 화재가 몰고 오는 비극은 어마어마 하다.
숲은 50년이 지나도 원상회복 되지 않으며 그 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많은 생명들은 어이없이 삶을 마감해야 한다.
연무가 자욱했다.
고리산 능선 길에는 파스텔톤의 연 초록 위로 수 많은 꽃들이 피고 눈부신 사월의 태양이 쏟아졌다.
능선의 바람이 반가운 무더운 봄날 인적 없는 능선 길을 조용히 지나 갔다.
사색과 명상의 빈 시간었다.
대청호의 물은 여전히 푸르고 날을 보내는 마음은 가벼웠다.
고리산 정상을 거쳐 가보지 않은 3코스 능선을 따라 갔다.
향곡리 방향 내리막 이정표가 나오는데 내려가지 않고 계속 능선길을 따라서 가니 1km 지점에
재가 하나 선다.
아래 쪽에서 임도가 연결되는데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길은 없다.
거기에서부터 능선 길은 자취가 희미해진다.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모양이다.
아래로 대청호반의 물을 굽어 보는데 내려서는 가림 길은 없고 아래쪽에는 마을의 흔적도 없다.
시간도 남고 내친 걸음이라 능선이 끊어질 때 까지 계속 진행하니 임도가 막아 선다.
예전 이평리에서 마눌과 차로 넘어서던 임도 마루이다.
그 전에는 비포장이던 것이 포장은 다 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향곡리를 거쳐 방아실로 갈 수 있다.
3.5km 포장도로를 걸어 내렸다.
봄이 대지의 화폭에 그려 놓은 파스텔톤 수채화를 감상하면서…
가끔 차가 지나 갔지만 세우고 싶지 않았다.
둘이 데이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느리게 걸으며 두런거리는 봄을 굳이 뒤에 남겨 놓고 싶지 않아서 이다.
향곡리에서는 4시 30분 버스가 떠났다.
7시 30분 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허리가 걱정스럽긴 한데 증약 까지 1시간 정도 걸어나갈까 아님 지나던 차를
잡을까 생각하면서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지나던 트럭아저씨가 태워줄까 묻는다.
“아이구 고맙지유”
“난 참 복두 많아유 태워 달라기도 하기 전에 차를 태워 주시는 아저씨도 있구”
가양동에 사시는데 향곡리에서 밭일을 하고 돌아 가시는 길이란다.
아저씨 덕분에 무지하게 편하게 대전으로 왔고
가양동에서 버스를 한번 타고 어머님 댁으로 갔다.
어머님 댁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고 저녁을 먹은 다음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 왔다.
멀리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날려버린 호젓한 토요일의 여유로운 산보였다.
4월 12일 (일요일)
시드니셀던의 소설 한 권을 읽었다.
예전에 몇 권 읽었는데 빠른 사건전개와 반전으로 재미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어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 놓기가 힘든데 이번 작품은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대체로 흥미로웠지만 재미와 스릴의 강도가 약했다.
태현 공부좀 시키고
청소하고 점심 먹고 송지나의 TV드라마 보고 마눌과 뒷동산 산보 3시간
산너머 들판에는 초록이 뒤덮여 간다.
온통 봄의 화원이다.
뒷동산에는 진달래와 개나리는 벌써 고개를 떨구고 산 벚꽃이 만개했다.
조팝나무가 흰 꽃을 활짝 피운 채 봄의 향기를 펄펄 날리고 나비와 벌은 멋진 봄날을 노래한다.
복사 꽃도 활짝 피었다.
벌써 나온 성급한 잠자리도 나르다 힘없이 주저 앉아 다리쉼을 한다.
산을 넘어 천천히 천변을 걸어서 도솔산에 올랐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막걸리 한 잔과 붙임개를 먹으며 아쉬운 봄날의 일요일을 보냈다.
아파트 앞 화단의 라일락
뒷 동산의 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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