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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3월의 거제도

 

  

 

세상의 단 하나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 입니다.

새벽 4 20

알람이 울기 전에 일어났습니다.

무슨 최면 같은 것 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된 여행길에 육체도 떠날 시간이 되었음을 알아 차렸습니다.

 

오늘은 나만의 기쁨을 찾아 떠나는 날입니다.

늘 먼 발치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찾으려 하지 않았던 것들

 

 

 

새벽의 빗장을 열어

바람이 세차게 불고 별이 초롱거리는 어둠 속으로 나를 던져 버립니다.

 

아직 이렇게 떠날 수 있습니다.

아직 남겨진 풍경과 아름다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도 소중한 것을 잃어 상심이 컸지만

아름다운 것들에 쉽게 흔들리는 여린 가슴과 빈 마음은 남아 있습니다.

 

세월이 덧낸 상처에 마음을 잃을까 봐 걱정이 컸습니다.

지레 겁먹고 스스로 포기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스스로를 위한 최선을 삶을 포기하고 차선을 선택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같은 시간에 또 같은 길을 지나 갑니다.

오늘은 아무 동행 없이 혼자 떠나는 길 입니다.

 

고성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소고기 국밥

딱히 입맛에 맞는 건 아니지만 신새벽의 부산함으로 배가 고파진터라 먹을만 합니다.

 

남부 해안도로를 타려 했는데 갈림길을 놓쳐서 동부 쪽으로 길을 잡게 되었습니다.

언덕길에서 추레라가  크레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올라가지 못하고 갑자기 뒤로 밀리더니 쿵 하고 소나타를 박았습니다.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소나타를 질질 끌고 뒤로 미끄져서 다시 그랜저와 충돌하고 그 차까지 몰고 내게로 내려옵니다.

참으로 황당한 상황인데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져서 망정이지 나의 마티즈도 꼼작없이 당할 뻔했했습니다.

그 경황 중에 반대 차선으로 빠져나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그 짧은 순간 내려오는 차와 반대차선에 지나가는 차들로 인해 당황했습니다.

잘못하면 여행길이 곤란해 질 뻔 했습니다..

하마트면 마눌의 마티즈 부셔먹고 키를 몰수당할 뻔했습니다.

 

사고란 참 황당하고 어이없습니다.

물질적인 손해를 감수하면 되는 사고야 잠깐 시간과 마음을 비우면 되지만    

몸을 상하면 그 상처가 오래 갈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도 회복이 되지 않으면 마음까지 잃기 쉽습니다.

 

 

 

다대마을  초등학교 교회에 차를 세웠습니다.

마을 앞은 인적이 없고 바닷물은 만조라 길 앞 까지 들어와 찰랑 거립니다.

마을 바로 앞에 바닷물이 넘실대는 이색적인 풍경 입니다.

 

 

 

 

 

산 행 일 : 2009 3 28

    : 나홀로

    : 맑고 화창한 봄날 / 봄바람이 좋은 날

산행코스 : 다대마을 가라산 노자산 자연휴양림

    : 9.2km

소요시간 : 4시간 30

 

경유지 별 시간

 

09:00 : 다대마을 들머리

10:27 : 망봉

10:40 : 가라산

11:00: 진마이재

11:45 : 뫼바위

12:26 : 전망대

12:50 : 노자산

13:30 : 휴양림 입구

14:00:  학동마을

 

구간 거리

탑포마을 가라산 : 1.4km

다대마을 가라산 : 2.5km

저구마을 가라산 : 2.6km

가라산 노자산  : 4.3km

노자산 자연휴양림 : 2.4km

노자산 혜양사    : 2.0km

 

 

 

 

 

 

가라산 오르는 길

인적이 없고 길의 자취가 희미합니다.

다시 나 혼자 만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숲 길에서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길에 나부끼는 리본은 누군가 뒷사람을 위해 달아 놓고 길을 가다가 잘못된 길임을

알아차려 돌아 나가면서 회수하지 않은 모양 입니다.

 

 

 

 

바위에서

처음 바다가 트입니다.

태고를 이어 온 멋진 풍경 앞에 다시 섰습니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립니다.

하늘과 바다의 푸르름과 아침의 적막을 흔드는 맑고 고운 소리가

머리와 가슴에 남아 있던 근원 모를 분노와 욕심 따위를 사라지게 합니다.

먼 바다는 수평선과 맞닿아 하나로 동화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러합니다.

시작과 끝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이 모두 등을 맞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장구한 세월처럼 느끼는 우리의 인생이란 얼마나 짧은 것인지  

늘 한결 같은 대자연과 그  침묵이 전하는 웅장한 메시지는

살아감을 다시 돌아 보게 합니다.   

내게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한 수년과

내가 살아오고 또 살아가야 할 인생이란 것이

짧은 봄을 보내야 하는 나비의 아쉬운 날갯짓 입니다.    

 

 

  

 

바위가 많은 능선을 따라 가리산 정상으로 어어지는 길은 다도해의 풍광이 아름다운 길 입니다.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가슴이 후련한 풍경과 결이 부드러운 봄 바다의 해풍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아름답고 한적한 바다와 그 빛나는 고독을 잊지 않으셨군요

  

 

 

마음 속으로 몇 번을 되 뇌입니다.

정말 떠나기를 잘했어…”

다시 가슴을 흔드는 풍경 앞에 섰습니다.

내가 서 있는 이 시간의 이자리

세상에서 나만이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풍경 입니다.

그림 같은 고요함 속에

바람과 향기로 살아 움직이는 바다와 산을 느낍니다.

 

 

   

 

오래 전부터 묵묵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을 그 산과 바다는 화석처럼 말이 없지만

내게 삶과 인생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마치 술에 취한 듯

혼자만의 시간에 취합니다.

장중한 전원교향곡의 운률은 내내 가슴을 울리고

무언의 교훈과 감동이 가슴을 흔들어 놓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 기쁨이 차오르고

봄의 희망과 다도해의 평화가 조용히 밀려옵니다.

 

 

 

  

 

가라산

거제도에서 젤루 높은 산

단풍이 제일 좋으며 사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비단결 같이 아름답다는 뜻

승려가 70명이나 되는 견암사라는 대찰이 가라산에 은거 했고

거제도의 주 봉화대 역할을 했고 서쪽으로 40리 길의 한산도 봉화와 통하고 북쪽으로 계룡산 봉화대와 응했다고 한다

남쪽 산 중봉에는 막돌로 쌓여진 성이 있다.

                                                           출처 : 가라산 안내판

 

거제의 최남단 해변에 위치한 가라산은 거제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그 높이는 585m이며, 노자산과 같은 준령에 있는데 학동마을 뒷산은 노자산이고 다대마을 뒷산은 가라산이다. 가라산이란 지명의 유래는 서기 503년대의 가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금관가야의 국경이 북으로는 해인사 뒷산(가야산), 남으로 거제도의 남쪽 끝 산까지 였는데, 남쪽의 가야산이 가라산으로 변음 되었다는 말이 구전 되고 있다.
가라산에서 내려본 해금강은 여의주를 문 청룡이 동해를 향하여 날아가는 형상으로 동으로는 길게 뻗어 내린 능선이 마치 용트림을 한 듯 서로 감고 있다. 3부 능선은 잡목으로 이어져 있으며 가파르고 정상은 바위산 이다.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으며 거제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남해안의 다도해가 안개 속에 가물 그린다. 멀리 남해를 비롯하여 고성만과 한려수도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남서쪽은 한산도 비진도, 매물도,가오도,대소병대도 등 많은 섬들이 파도에 춤추며 밀려 오는 듯하다

                                                               출처 : visit korea or.kr

 

 

  

 

 

 

잠시 잊었습니다.

혼자만의 사간에 마주한 그 여린 그리움과 잊었던 시간의 반가운 해후에

마치 3 년 전 섬에서 한 마리 새가 되었던 그 어느 날처럼

지난 시간의 아픔을 잊었습니다.

내 등이 아직 온전하지 않아 조심해야 함도 잊은 채

한 마리 청노루처럼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 다녔습니다.

 

 

 

 

어느 인적 없는 봉우리에서 평반에 누웠습니다..

눈부신 햇살이 얼굴에 쏟아지고

잠시 몽롱해졌습니다.

꿈이지, 생시인지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조차 가물가물하고

마치 내가 대 자연의 일부분 인 듯

바위에 고착되어 섬으로 동화되었습니다.

 

 

 

 

 

정호승님의 시 한수가 생각났습니다.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살다 보면 스스로가 좋아하는 삶의 방식이 명징합니다.

풍류와 기쁨이 곁들인 술자리란 두주불사 이련만

늘 술에는 삶의 푸념과 합리화의 앙금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퓽류가 함께하지 않는 술이란 현대를 살아 가는 삶들의 안타까운 외침일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잊기 위해서

혹은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

빈 웃음을 머금고 짐짓 호기로운 모습으로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마비되어 가는 두뇌와 몽롱한 두 눈으로 세상을 욕하고 비웃어 봅니다.

우리가 쏟아낸 수많은 웃음과 언어들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옵니다.

 

대자연의 해독이 없는 술이란 독이요

그런 술을 마시며 부르는 노래는 깊은 공명이 없습니다.

대 자연 속을 소요하며 절로 나오는 콧노래 소리야 말로  

삶의 행복을 불러 내는 내 안의 소리 입니다.

 

 

  

 

 

 

 

 

  

 

섬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바위 위에서

기쁨을 밟고 지났던 날의 날들이 행복 했음을 되뇌어 봅니다.

내가 살아감이 여전히 이럴 수 있기를 빌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노자산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노자산(老子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 산은 거제도의 동남쪽에 위치하여 동부면 구천, 부춘, 학동을 끼고 있으며, 해발 565m로 남쪽으로는 거제 수봉 가라산(585m)과 연결되어 있다.
가을 단풍이 절경인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학동 몽돌밭에서 바라다 보이는 정상의 기암 괴석도 일품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춤추는 듯 솟아 있는 다도해의 비경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
등산코스는 자연휴양림에서부터 개설된 등산로를 따라 산행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지만 온 산이 단풍으로 불붙는 가을이면 동부 부춘에 있는 혜양사 뒤편으로 산행하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등산로

* 부춘골 - 혜양사(50/1.8)- 임도(10/0.5) - 헬기장(20/0.8) - 정상 (10/0.5) 1시간 30/3.6km 소요
*
평지마을 - 임도(10/0.5) - 헬기장(20/0.8) - 정상(10/0.5km) 40 /1.8km 소요

*
자연휴양림 - 대피소(30/1.2) - 전망대(20/0.8) - 정상(20/0.8km) 1시간 10/2.8㎞ 소요

*
학동고개(10/0.5) - 벼늘바위(20/0.8)- 전망대(10/0.4)- 정상(20/ 0.8km) 1시간10/2.3㎞ 소요

*
내심우물 - 뫼바위(30/1.2km) - 마늘바위(30/1km) - 전망대(10/0.4km) - 정상 (20/0.8km) 1시간 30/3.4km 소요

출처 : visit korea or.kr

 

 

 

 

 

4시간 반 쯤을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능선에서 머물고

휴양림으로 내려왔습니다.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학동을 바라 보며 꼬불꼬불 길을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도로를 걸었더니 허리가 아파 옵니다.

 

 

 

 

학동은 가득한 봄 빛에 쌓여 축제로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섬이라 시내 버스 편이 가을에 콩나물 나듯이 운행됩니다.

육지와 다름없는 섬사람들은 버스시간조차 잘 모릅니다.

 

 

 

 

한 시간 쯤 기다려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는 운전사와 나

그리고 대학생 인 듯 청춘남녀 두 명 뿐 입니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탄성을 올립니다.

그들이 참 이뻐 보이고

그들에 사랑으로 함께 바라볼 저 다도해의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울 지

내 가슴이 다 설레임과 기쁨으로 뿌듯해 옵니다.  

 

 

 

 

해금강 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함목삼거리에서 내렸습니다.

다대 마을 가지는 3km 쯤 되어 보입니다.

40분쯤 구불구불 길을 따라 내려 갑니다.

혼자 걷다가 길 따라 걸어 내려 가는 동네 아주머니 만나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습니다.

요즘은 사람이 없는 편이라 합니다.

사람들이 부산하지 않은 이른 봄

신생의 기쁨이 함께하는 3월엔

조용히 봄이 오르는 남도의 섬들이

명상과 사색의 여행길에 가장 어울리는 곳일 듯 합니다.

 

허리가 아파 옵니다.

요즘 좀 좋아졌다고 느꼈는데

옛날로 돌아 갈수 없을 것 같아 다시 슬퍼졌습니다.

눈부신 봄과 아름다운 풍경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지 모릅니다.

제주도 길과 

아직 남아 있는 산 길

밀포드 길

마추피추로 가는 길도 걸어 가고 싶습니다.

 

 

 

 

눈부신 봄날에 허망함을 느낍니다.

자연과 여행을 좋아하며 욕심과 사심 없이 살아 왔는데

단 한번의 사고로

10km쯤 산길을 걷고 고작 6km쯤 도로를 걷고 나서 시큰거리는 허리를 만나야 합니다.

등을 맞대고 시간들

화사한 봄과 풍경 속을 걸어가는 기쁨이 사라지고 나면 아쉬움과 회환이

부담스런 허리를 타고 흘러 갑니다.

지난 시간의 호사는 아직 멀어 보입니다.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긴 여로를 마치고 귀로에 올랐습니다.

그 옛날의 추억을 따라 돌아보고 싶어 혼자 남부해안 일주를 합니다.

 

 

 

 

 

여차해변

아직 비포장인 채 그대로 입니다.

그 옛날에는 다른 친구들을 의식하여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리지 못했습니다..

혼자 만의 여행은 이런 것이 좋습니다.

내가 바라 보고 싶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하고 싶은 어떤 일에도 동행의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유시간 입니다.

가슴을 흔드는 풍경을 만나면 기꺼이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풍경 속에 감추어진 감동 앞에서 멈추어 섭니다.

가끔 감탄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입니다.

 

먼지 풀풀나는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잘록한 병목처럼 생긴 해변을 모두

돌아 보았습니다.

 

약속에 맞추려면 지금 떠나야 하지만 그러기가 싫어 집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해금강

비오는 날 회사 동료들과 함께 파도치는 바다 위에 떠 있었습니다.

회 맛은 좋았지만 너무 비쌌던 천년송 횟집은 좀 더 넓게 변했고

사자바위는 그대로 입니다.

항상 망아지처럼 뛰어나가고만 싶었던 젊은 시절

그 시간의 추억은 유물처럼 바닷가에 떠돌고 있습니다.

 

시간은 많이도 흘러서 세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풍경이 낯설어 지는 것은 인간들 때문 입니다.

갯벌을 없애고 해변의 경관을 모두 바꾸어 버린 것은 탐욕 때문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자연도 세월에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사고 이후로 나 스스로도 요 몇 년간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아 걱정 입니다.

먼저 펄펄 끓었던 젊음이 가고 있음을 시인합니다.

아직은 끄덕 없다고 소리치고 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약해진 신체는 항구에서 멀어지는 뱃고동처럼

끓어오르던 열정을 숙연하게 하고 삶의 표현방식에 아쉬운 여운을 남깁니다. 

젊은 시절에 바라 본 비오는 날의 해금강 보다 오늘의 해금강 물빛이 더 쓸쓸합니다.

눈에 담는 피사체는 스스로의 마음을 표현한 것일 겁니다.

오전에 바라 본 빛나는 바다와 눈부신 햇살에 갈길 먼 나그네의 수심이 드리웁니다.

 

사자바위는 변함 없지만 해금강의 풍경이 바뀐 것처럼

변함없는 것 가운데 변하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펄펄 날던 무릉객은 세월 속에 떠나고 짧은 여행길에도 허리에 통증을 느껴야 하는

힘빠진 나그네 한 명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다 떠납니다.

 

 

 

 

바람의 언덕

여긴 한 4년쯤 되었나 봅니다.

무슨 영화를 찍었다고하는 해변의 언덕 입니다.

따뜻한 햇살아래 초록의 봄이 찾아 든 바람의 언덕은

늘어나는 인파로 술렁입니다.

바람의 언덕에 오히려 바람이 없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아들과 함께 가는 어떤 어머니가 아들한테

젊었을 열심히 돌아 다녀라하십니다.

그럴 겁니다.

나이가 들어서 이젠 생활이 좀 편해져서 길을 나섰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고 힘이 부치셨겠지요.

6남매 키우시느라 좋은 옷 못 입으시고 여행한 번 변변히 못하신 우리 어머니

이젠 자유로워도 돌아보지 못한 곳으로 떠나시기가 쉽지 않으신 우리 어머니 같습니다.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알면

그리고 훗날 아쉬운 것들이 얼마나 많아질지 알면

사람들은 떠날 수 있는 날 잿빛 둥지에 머물지 않겠지요

늘 넘쳐나던 날들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느끼는 어느 날

조금씩 더 빨라지는 세월의 뒤꼬리가 아쉬워 질 겁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후회와 한탄이 늘고 추억은 자꾸 그 값이 올라 갑니다.

 

누군가에게도 자연들과 함께한 추억들은 남아 있겠지요.

지나고 나면 더 많이 쌓을 수 있었던 추억들을 삶의 이름으로 날려버린 그 시간이

아까워 질 때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 옵니다.

 

봄에 섬으로 떠나는 여행길을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길 입니다.

삶과 인생의 심오한 철학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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