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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팔공산 (100대 명산 제 37산)

 

 

 

 

팔공산

황금의 연휴다.

근로자의 날과 부처님 오신 날로 이어지는

몸만 성했으면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종주했겠지..

 

팔공산

황금의 연휴다.

근로자의 날과 부처님 오신 날로 이어지는

몸만 성했으면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종주했겠지..

 

팔공산을 가기로 했다.

부처님 오신 날 즈음하여 현대식 대찰의 풍모를 간직한 동화사를 거쳐 팔공 주봉을 아우르면

나름 의미가 있으리라.

근로자는 항상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겨…”

 

당초 편안한 열차여행을 하려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우린 마티즈로 떠나기로 했다.

경제위기에는 당연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마눌이 갓바위를 보고자 해서 계획을 수정했다.

갓바위를 보고 동봉쪽으로 능선종주를 하다 도마재(신령재)에서 하산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아이들 때문에 새벽 출발은 물 건너 가고 우린 8시에 대전을 떠난다.

가는 길에 은비를 학교에 떨어뜨려주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여행길이다.

 

화창한 오월의 봄날은 아침인데도 날씨는 화창하여 흡사 여름날처럼 무덥다.

경산 인터테인지를 지나 선본사 쪽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한 건 11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이다.

 

 

 

 

산 행 일 : 2009 5 1

산 행 지 : 대구 팔공산

    : 마눌과 두리

산행코스 : 선본사-갓바위-동봉-동화사

    : 화창하고 무덥고 능선에 바람 좋은 봄날

           신록이 아름다운 날

산행시간 : 7시간

 

경유지별 시간

 

12:00 : 선본사 쪽 갓바위 주차장 출발

12:10 : 선본사 입구

12:40 : 갓바위

13:09 : 갈림길 이정표 출발 관봉 400m아래 , 동봉 7km

13:30 : 식사 ( 20)

14:15 : 골프장 위

15:17 : 바람재, 갓바위 3.4km , 동봉 3.9km, 동화사 3.4km

15:56 : 도마재(신령재)  갓바위 4.6km , 동봉 2.7km, 동화사 3.8km

16:17: 이정표, 갓바위 5.7km, 동봉1.6km, 동화사 2.6km

16:28: 멋진 조망처 , 가슴후련하고 바람시원한 곳

16:45: 이정표,  갓바위 6.6km, 동봉 0.7km, 동화사 2.8km

17:10: 동봉

17:30: 하산 이정표  동봉300m, 동화사 3.5km, 수태골정상 3.2km

18:05: 염불암 아래 포장도로

18:40: 동화사 대웅전

19:00: 대석불

19:20: 버스정류장

21:15: 갓바위 주차장 도착     

식사후 10시 출발 다음날 01시 대전도착

 

 

 

 

갓바위 가는 길

오늘이 부처님 오신날 하루 전인데 4~5주차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고 1,2,3주차장은 아직 여유가 있다.

3주차장 한 켠에 차를 파킹하고 선본사 입구 까지 400~500m 까지 걸어 오른다.

벌써 갓길에는 수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차량이 너무 많이 올라가니 주차장에서 통제를 시작했다.

통제를 시작한 후에도 스님들 차량은 아닌데 몇몇 차는 보란 듯이 올라 간다.

우리나라는 참 원칙이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넓은 주차장이 있으니 개별차량은 모두 그곳에 주차케하고 셔틀버스를 운행케하면 좀 좋은가?

갓길에 주차차량이 많아지면 그제서야 못 오르게 통제하고

그 와중에도 어떤 차는 통제하고 어떤 차는 그냥 통과 시킨다.

공무원이라고 올려보내고 아는 사람이라고 올려보내고 밑에 휴게소에서 양초와 공양미를 사면 또 승합차로 올려 보낸다.

갓길에 잔뜩 주차가 되어 있어 버스가 운행하기가 쉽지 않고 통제하지만 여전히 오르락 거리는 차량들로 걸어 오르는 사람들은 또 피곤하다.

 

우린 중국풍경구 입구의 일사불란한 통제를 벤치마킹 해야 할 것이다.

허기사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전대통도 빵간에 갈 지경이니 그런 사회가 쉽사리 오겠냐만은…?

앞으론 중국하고 차이가 더 벌어 질 것이다.

옛날 황산 갈 때 중국 가이드 아가씨가 한 말만큼

중국은 개발한다고 나라에서 나가라 하면 두말 안하고 나가는데 한국사람들은 머리띠 둘러메고 데모한다는데 어찌 그럽니까?”

 

얼토당토않은 수요예측과 예산 배정으로 터무니 없는 근거로 건설된 공항전철

민자 건설업체에게 수익보전 해주기 위해 해마다 수천억원을 퍼주어야 하는데도 책임질 넘들 하

나 없는 나라.

다음해 예산삭감을 막기 위해 연도말에 보도블럭을 몇 번씩 뒤집는 우리 나라

짜고치는 고스돕으로 서로의 배불리기에 급급해도 시정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고 국민의 혈세

는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는 관료들이 많은 나라 

무원칙한 정책과 공과사를 구별 못하는 오랜 전통의 파벌과 족벌 문화  

그래 딱 그만큼 차이가 날 것 같다.

 

갓바위는 한 번 온 기억이 있는데 하산로가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가?

이리도 쉽게 희미해지고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관봉 정상

 

이토록 성스럽고 경건한 봉우리가 또 있을까?

갓바위의 자비와 위엄이 지배하고 구원과 소망의 애틋함이 가득하다.

절대 위엄과 카리스마는 지세에서도 넘쳐난다.

온통 푸르름이 번져가는 팔공세상을 그 당당한 위세와 절대적인 위용으로 굽어본다.

 

 

케이블카 결사반대라는 프랭카드가 붙어 있다.

또 답답해 진다.

조막만한 땅덩어리 모두들 훼손하지 못해 안달이다.

국토관리는 원칙은 보존이고 필요하다면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인데

단임제 기간내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보여주어야하는 대통령이나 지역을 위해 무얼 하나 해야지만 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

자방자치제의 세수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관광지 개발  

우리모두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개발 만능주의에 중독되어 있다.

 

갓바위님이 노여워하지 않으실까?

그 절대 권위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 그 누구인가?

성스럽고 자비로운 정토의 공간에

케이블을 놓자고 외치는 그들은 누구인가?

나약한 인간에게 허락되어진 영혼의 성지를 더럽히려는 자

그들은  누구인가?

 

많은 계단을 오르니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는 생각이 쑥 들어가 버렸다.

그 많은 사람들은 언제 올라왔는지 저마다 초에 불을 밝히고 공양미를 바치며 함염없이 절을 하고 있다.

갓 바위 석상아래서도 그 아래 절 마당 에서도

 

 

 

 

 

역시 세상을 사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마음먹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더 욕심이 사나워 진다.

늘 비교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하는 것이어서 스스로의 만족 보다는 부족함에 더 마음이 쓰인다.

 

 

이 수많은 사람들은 영험하다는 갓바위님 앞에서 끊임없이 절을 하며 무언가 소망을 빌고 있다.

바닥 까지 떨어진 삶에서 구원과 자비를 구하거나

더 많은 물질적인 욕심을 소망하거나

소박하게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소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 가면서 알게 된다.

세상에는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만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리고 가끔은 모든 일이란 큰 틀에서 정해져 있고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 그 길을 따라가게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인생이 수많은 갈래 길에서 내가 만들었던 선택과 지금의 나

어쩌면 그건 운명지워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신에게 차별과 손해를 받지 않게 해달라고 엎드려 빌고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지금 만큼의 삶을 유지시켜 달라고 비는 것은 아닐까?

꼭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남들이 운이라 말하는 세상을 지배하는 어떤 힘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를 신께 간청한다.  

 

10년 넘게 새해 새벽에 해맞이를 하고

내가 한 달에도 몇 번을 오르내리던 계룡산

그 눈감고도 알아챌 수 있는 능선 길에서 어이 없는 두 번의 큰 사고를 당한 것도

예정된 운명이었을까?

나는 아직 내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남겨 놓은 많은 곳들을 다시 돌아 보고

예전처럼 거리낌 없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나설 수 있을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 사고가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도록 예정된 것인지 일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 대한 기원이건 나의 신념과 자신감이던 희망을 잃지 않음이 가장 소중하다.  

 

 

 

 

 

마눌과 갓바위님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웠다.

늘 부처님 앞에 엎드려 항상 기쁨과 행복 속에 살게 해달라고 기도 했는데

나이 들어도 흔들리는 가슴을 잃지 않도록 해달라 했는데

 

오늘은 예전의 허리를 돌려달라고 빌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게 해달라고….

그리고 세월 속에 난 더 수다스러워진 모양이다.

촛불을 밝히면서 서서 눈을 감고 소망을 말하고

또 삼배를 올리면서  소원을 빌었다.

우리가족과 부모 형제의 건강과 평안 까지 

 

마눌 왈 갓바위 님은 한가지 소원만 들어 준단다.

예전 허리 돌려 달라는 소망을 제일 먼저 말했는데 그거 들어주시려나?

 

산행을 하면서 내가 절에 들어 절하는 동안에도 날건달처럼 늘 빈둥거리기만 하는 마눌도 오늘은 갓바위 님 앞에서 절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마음이 간절해져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살아 가다 보면 힘겨운 일이 많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고 가끔 자신을 잃고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저마다 능력과 기회가 다르고 성공이 크기가 다르다.

욕심이 그릇과 사회적인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유전자의 결합에 의해 아니면 이미 프로그램되어 있는 사주와 팔자에 의해

무언가는 결정되어 있는지 모른다.

 

사실 사회는 진정 살아 가는데 필요한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단지 사람들이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알려줄 뿐이다.

 

어떻게 혹독하게 자신을 조련하여 성공한 사람의 반열에 오를 것인가?

아니 오히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나 좀더 간교하게 살아 남는 법

약삭빠르고 능란한 처세와 권모술수 따위들….

사회란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나 남들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사람보다 이익의 상실을 두려워하고 좀더 계산적인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적합한 곳이다.

 

사회는 실패한 자들에게 일견 타당성 있는 성공이론을 제시하긴 해도

그가 잃은 건 단지 욕심의 배반 일 뿐이란 걸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찌보면 궁극에는 아무 필요 없어지는 잠시만의 소유

더 큰 명예와 더 많은 재산일 뿐이란 걸 깨우쳐 주려 않는다.

그가 그 이외에 이룩할 수 있는 수많은 승리와 기쁨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린 마음 하나로 패자의 위치에서 단박에 승자로 돌아설 수 있는데….

 

 

 

 

 

 

진정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는 법               

더불어 사는 법

욕심과 집착을 내리고 좀더 살아가는 기쁨과 자유를 누리는 법

 

세상이 가르쳐 주지 않는 이러한 것들은 너무나 많지만 배우려 한다면 스승은 도처에 있다.

우린 세월과 경험에서 배운다

선지자의 경험과 깨우친 자의 행적에서 배우고.

책에서 길을 묻기도 한다.

산에서 배운다.

심지어 우리는 늘 즐거운 어린아이에게서 삶을 배운다.

 

 

 

 

 

가끔은 우리가 믿는 신께 남모를 속내를 털어 놓기도 한다.

그 분이 들어 주시건 안 들어 주시건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고 또 반드시 들어주실 거란 믿음이 삶의 위안을 준다.

 

세상에는 내가 간절히 원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애초부터 도달하기 어려운 일일지라도

그 절박함 속에 간절함과 믿음이 남아 있는 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믿음을 잃는 순간

그 작은 가능성을 잃는 순간 삶이 지옥이 된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거나

신이 자신을 보살펴 주리라는 믿음이 있는 한 우린 실낱 같은 기대와 희망으로도 살아 갈 수 있다.

 

 

  

 

 

 

 

우주가 알게 하라

믿음을 가져라

내가 우주의 주인이다.

내가 어떤 인생을 살건 그건 단 한번 뿐인 소중한 기회이고

절대선은 나의 기쁨과 행복이다.

누려라 세상 여행의 기쁨

봄날 행복과  하루살이의 화사한 날갯짓

 

 

 

 

 

능선에서

동봉까지는 7km

신령재 까지는 4.3km

어디까지 가느냐는 젊은 날의 그 길이 얼만큼 험할 것인지

마눌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을지에 달려 있다.

 

능선에 쏟아지는 봄의 햇빛은 너무 강렬하고 푸른 신록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눈부신 봄날의 축복과 기쁨을 전해준다.

느리게 걸어 가면서 바라보는 장대한 팔공의 산세와 기운찬 능선의 흐름이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세월은 이리 빨리 흐르는데 천천히 음미하며 보내는 오월의 하루가

팔공산에서 추는 봄의 왈츠는 또 얼마나 기억에 오래 남아 있으려나?

 

 

 세상을 즐겁게 사는 방법의 하나

무엇이든 맛있게 먹으며 식도락을 즐기는 것

늘 값비싼 요리의 음식을 먹으면 좋겠지만 가격과 만족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자연에 맡길 일이다.

대자연에서 땀을 빼고 주린 배로 수려한 풍광을 굽어보는 바위 위에서 마주하는 식사

소나무가 드리우고 바람이 살랑거리면 까다로운 입맛은 걸인의 미각으로 변하고 소박한 음식은 진수성찬의 풍미를 풀어낸다.

 

김치와 고추 상추의 풋풋한 식단 만으로 훌륭한 성찬이 준비된다.

값싼 음식을 값비싼 음식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자 지정 지혜롭고 여유로운 부자 아닌가?

 

 

 

골프장

우리역사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의미는 무엇인가?

수 많은 골프장 중 가장 어처구니 없고 참담한 골프장을 내려다 본다.

세상사람들이여, 후손들이여 우리 위정자들의 극한의 이기와 무분별을 부디 용서하시라

 

내 가슴에 생채기가 난다.

얼마나 수려하고 깊은 수림이었을까?

내려다보는 것 만으로 가슴이 후련하고

바위 위에서면 숲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으로 세상의 답답함과 가슴의 응어리가 녹아 내리는데..

그 숲에 기대어 살던 생명들은 또 얼마였을까?

인간이 바꾸어 버린 생태환경과 유해한 농약 등으로 사라져 간 삶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그들이 펴고자 한 이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국가에게 남기려 했던 유산은 정녕 무엇이었는지 ?

탐욕으로 유전되는 대통령의 업보와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보면서 그들이 꿈꾸던 세상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들은 이 팔공의 능선에서 상처에 신음하는 대지를 내려다 본 적이 있을까?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했던 건

보통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척박한 삶을 딛고 우뚝 설 수 있는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위대한 제국 건설의 꿈이 아니었을까?

이곳을 이권 청탁과 뇌물이 오가는 치외법권지역으로 정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한 건 아니었을까?

 

 

천천히 바라보는 팔공세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가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훼손된 그 소중한 우리 자연유산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이젠 다시 국민에게 돌려져야 할 비로봉의 철탑

사막화가 진행중인 동봉 부근의 등산로 까지

 

 

 

 

갓바위-동봉 종주 길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어디 까지 가는 줄 몰라도 70세 넘은 노부부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능선을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수태골에서 올라 씩씩하게 갓바위로 가던 두 여자산님과 50세쯤 되어 보이는 부부는 피로한 기색도 없다.

큰 산의 기와 봄의 기운이 부려주는 마술인 듯 싶다.

우려했던 것 보다 허리가 괜찮았고 기분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능선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끊임 없이 꿈틀거린다.

하늘엔 봄의 향기가 가득하고 초록의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린다.

거침없이 융기하던 봉우리는 능선으로 내려 앉아 부드럽게 흐름을 이어가고 어느 곳에서는 뱀이 기운을 모아 용트림하듯 한 바퀴 휘돌아 꿈틀거리다가 다시 기운차게 솟구친다.

 

마눌의 동행이 사색과 명상에 방해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는 상태란 이미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바라보는 기쁨과  사색하는 즐거움으로 속도를 의식하지 못하고 가다가 생각이 돌아오면 잠시 마눌을 기다렸다 다시 진행한다.

군데군데 멋진 조망의 수려한 절경과 분재 같은 소나무 그늘이 있는 곳에서는 여유롭게 쉬어 갔다.

  

 

 

지난주 까지는 난 왜 이렇게 단조로운 걷기에 그렇게 열광하는 가에 대해 딱히 다른 사람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그건 나의 기쁨이었다.

그저 내가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나와 같은 동류의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으로 궁색하게 그 가치를 인정했다.

하지만 나와 동류의 서양식자들이 갈파한 이론에 접하고는 그게 충분히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근거가 있음을 알았고 내가 오래 전부터 그 기쁨에 심취했었음이 뿌듯하고 흐믓했다.

피에르상소의 느림의 미학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내가 느끼고 있었으나 표현이 빈약했던 부분에 대하여 족집게처럼 잡아내 주었다.

동서양 모두 능선걷기의 즐거움에 관한 주관적 객관적 입증을 모두 거친 셈이다.

내 가슴 속에서 늘 사라지지 않은 것들 중에는 지리산과 덕유산 소백산의 능선 종주길이 있다..

오래 이어 온 그 순례의 의식을 허리를 다친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할 수 없었다.

그 때의 느낌이 다시 솟아 올랐다.

지리의 푸른 바다가 더 없이 보고 싶어진다.

아픈 허리가 생각보다 잘 참아 주는 오늘 잊었던 지리종주의 기대와 희망이 되살아 났다.

 

능선 걷기의 즐거움은 조망의 즐거움과

나도 모르게 가슴에 쌓인 쓸데 없는 것들을 비워내는 즐거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되돌아 보는 즐거움

그리고 그런 즐거움들이 살아가는 기쁨을 가슴에 채워주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안정재

동봉을  3.9km 앞에 두고 갓바위를 3.4km 뒤에 남겼다.

동화사 까지 내려가는 길은 3.8km 이다.

3 9분 갈등없이 지나쳤다

 

 

 

도마재

동봉 2.7km, 갓바위 4.6km

동화사 3.8km

시간은 4시가 다 되었다.

갈등이 생긴다.

동봉 까지 2.7km 5 30분 정도 도착할 것이고 내려가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걸리면

7시쯤 도착할 게다.

문제는 갓바위 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하양에서 갓바위 행 마지막 버스가 몇 시 일지가 관건이다.

 

마눌이 내게 이미 결론의 나있었고 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오늘 여기 까지 와서 고작 2.7km를 남겨두고 하산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길이다.

도마재에서 내리는 길이 2급등산로이고 동봉에서 내리는 길이 1급등산로라는 근거는 결심을 굳히

는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씩씩하게 동봉까지 가기로 했다.

생각한 것보다 남은 능선이 그다지 험하지는 않았다.

중간에 동봉이 1.6km 동화사가 2.6km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났다.

 

마눌이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끓여온 물이 안 좋아서 배탈이 났다.

동물의 본능인 영역표시에 열심인  마눌의 분투를 안스럽게 바라보며 우리는 동봉을 향해 계속

진행했다.

 

 

 

 

그 길은 지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길이었다.

바위난간에 앉아서 굽어보는 절벽아래는 온통 푸른 바다다.

막힘없이 후련하게 불어오는 허공의 바람은 천상의 울림이었다.

 

 

 

 

 

 

 

 

 

 

  

 

갈 길이 바빠도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우리를 기다리는 동행이 따로 없고 2일의 편안한 휴식이 남아 있다.

 

백두대간 두타산 가는 고적대에서 아래 펼쳐진 심산유곡을 굽어 보며 기꺼이 한 마리 새가 되었던 때의 감회가 되살아 났다.

피로를 일거에 씻어주는 바람 길에 앉아 하늘빛 바람을 맞으며 달아오른 열기와 속세의 진폐를 말끔히 날려보냈다.

우린 그 수려한 풍광과 청량한 바람으로 힘을 얻어 무사히 동봉에 올랐고 우리가 왔음을 산신령 님께 고했다.

5 15분이었다.

 

태양은 이제 붉은 색으로 사선을 긋고 있다

동봉에서 바라 본 비로봉과 서봉의 모습에 다시 가슴이 아팠다.

있어선 안 되는 곳에 위치한 것들의 생경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

모악산의 철탑과 콘크리트 벽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속상함의 그 기억 이었다.

 

 

 

 

 

동봉하산길

동봉에서 동화사 내려가는 길은 1급 등산로답게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었다.

만개한 연분홍 철쭉은 계곡의 푸른 잎새와 싱그러운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염불암부터는 포장된 소로길 이었다.

내리는 길은 인적 없이 호젓했다.

돌무더기가 쌓아 올려진 소망의 탑들이 푸른 나무들 옆으로 쌓여 있다.

한 낯의 열기가 살아지고 숲이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운 조용한 길은 숙연한 분위기를 끌어 주었다.

우리는 가파른 비탈을 뒤로 걸어 내리며 피로를 풀었다.

황혼이 깃들어 가는 인적 없는 숲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그 고요와 숲의 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6 50분 동화사 대웅전에 도착했다.

하산에는 예상대로 1시간 30분 소요되었다.

내려오자 마자 오뎅 한 개와 맥주 한 캔을 마셨는데 그 시원함을 비길 데가 없다.

불전에 들기 전에 생각 없이 술을 마시고 동화사 대웅전 부처님 앞에서 삼배를 올리려니 도둑이 제발을 저린다.

아무래도 부처님이 좀 노여워 하시지 않을까?

하지만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지금은 무능객처럼 되어버린 무릉객 어여삐 봐 주시겠지.

또 허리를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

예전처럼 가고 싶은데 가고 하고 싶은 것 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불사에 걸린 등으로 불이 들어오고 어둑해진 길을 걸어 큰 불상이 서 있는 곳에서 다시 삼배를 올리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버스 정류장은 천천히 걸어내린 매표소를 지나자 나타났다.

우리는 한 대 밖에 없는 1번 버스를 타고 아양교역에서 내려 건너편 정류장에서 다시 814번 버스를 타고 하양으로 갔다.

하양으로 가는 버스편은 814번과 808먼 두 편이 있었다.

아양교역 까지는 20분이 걸렸고 하양시외버스 정류장 까지는 40분이 걸렸다.

하양 시외버스 터미날에서 선본사 쪽 갓바위 주차장 까지 가는 803번 버스는 8 30분이 막차였고 우리는 8 27분에 정확히 3분을 남겨두고 도착했다.

부처님의 보살핌이었다.

마지막 차를 놓쳤으면 3~4만원은 족히 주고 타고 들어갔어야 할 거리였다.

대구의 시내버스는 대전보다 훨씬 시설이 좋은 것 같았다.

정류장에는 음식점에서 메뉴를 알려주거나 증권사에서 시세를 알려주는 붉은 전광판에 차량의 도착예정시간이 크게 디스플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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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0분에 다시 돌아 온 갓바위 주차장에는 우리의 마티즈만 어둠 속에서 홀로 졸고 있다.

우리는 내려오다 솔메기 식당에서 버섯두부전골( 20,000)으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10시반 쯤에 갓바위를 출발했다.

청통,와촌 톨게이트를 들어가서 대구쪽으로 진행하다 북대구 방향으로 바꾸어 가다보니 반가운 대전 방면 이정표가 나온다.

17시간의 긴 여행이었다.

갈 때는 한국의 산하에서 나와 있는 대로 경산톨게이트를 빠져나와 하양쪽으로 집입했는데 대구를 지나 도동분기점으에서 포항쪽으로 빠져서 청통,와촌방향을 통해  갓바위에 접근하는 길이 더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