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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7월 셋째주 /좋친모임/갈기산

 

 

 

2009 7 13 ()

 

김문수 사장이 책을 한 권 내었다.

제목은 생뚱 맞은 공부중독

공부공화국 대한 민국의 민감한 화두를 건드리긴 했다.

공부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절절함이 밴 주제가 이 땅에 또 있을까?

상위 0.1%를 위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의 12주 공부중독 프로그램이 상위학생

들에게 초점을 맞춘 거라면 책의 흥행에는 난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학생의 적성에 맞는 목표설정과 적절한 동기부여에 의한

학업의식 고취 그리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 합리적인 전략 수립이다.

이 책은 단순히 공부를 해야만 한다가 아니라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인식시키고

아이들의 적성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목표와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고 자발적으로 몰입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성공적 학습을 통한 스스로의 성취감을 쌓아가고 자연스럽게 공부중독에

빠져들게 함으로써 학생 자신이 학습과 인생의 주도권을 갖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이다..

 

기인 같은 그의 이력에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마련된 셈이다.

하여간 자기분야에 한 권의 책을 낼 정도의 자신감과 열정으로 몰입한 그의 시간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책이 많이 팔리고 그를 통해 그가 뜻하는 바가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부모로써 부끄러운 생각이 들긴 한다.

아이들에게 귀따갑게 공부하라고 조여대기만 하고 공부 못한다고 핀잔을

주기만 했다.

늘 나는 어떻고 옛날엔 어쨌다느니 하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 어째 항상

그 모양이냐"고 몰아 세우고….

 

그건 이미 지나간 시대의 잣대 이긴 하지만 태현이 녀석이 공부하는 걸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온다.

남들은 빠르게 변해 가는데 혼자 달구지를 타고 메기의 추억을 흥얼거리 만큼

세상은 목가적이지 않은데 녀석은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거다.

.

점점 더 힘든 세상이 되다 보니 부모는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식들을 염원하며

아이들을 다구치지만  하지만 그건 부모들의 조급함일 뿐 아이들의 생각과는 많은

괴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 아들이 치열한 세상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보면 침통해질 것이다.

 

 

공부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공부만큼 치열하고 또 공부만큼 부담스런 말이 어디

있을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어진 사회에서 공부말고 줄세울 방도가 없고 공부 외에

다른 뾰족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니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학습발전소를 운영하면서 공부중독 프로그램을 현실교육에 적용하여 상위학생들의

많은 성과를 도출해 낸 저자의 경험은 공부 때문에 고민하는 많은 부모와 아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것도 같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의 학업성취를 유지하고 스스로 욕심과 의욕이 있는 학생일 때

가능한 것일 것이다.

 

 

2009 7 14 ()

직원들과 WD 백사장과 식사

전복대가 에서 식사하고 맥주한잔 더하고 헤어지다.

 

2009 7 16 ()

마눌과 함께 어머님 댁에 가서 삼겹살 먹고 오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마눌이 사간 복숭아 맛이 밋밋하다.

영태네 가서 이것저것 밀린 일 해주시느라 몸살이 나셨다.

이젠 연로하셔서 환경이 바뀌거나 조금만 무리하면 표가 나신다.

그래 벌써 76세 이시구나 !

이러저러한 이야기 나누다 9시 뉴스 끝나고 돌아오다.

 

 

2009 7 17 ()

전인회 모임 가렸더니 K형과 M형이 전화했다.

오랜만에 만나 장어요리로 식사를 하고 2차까지 함께했다.

몸은 늙어 가는 사람들이 마치 젊은이들처럼 행동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무슨 술을 그렇게 빨리 마시는지

이젠 자꾸 내려놓고 줄여가야 할 나이에 젊은 때처럼 하고 다니니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2009 7 18 ()

 

좋은 친구들 모임

새벽에 사우나 다녀왔다.

예상했던 대로 체중은 2KG 가량 불었다.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 사우나 들락날락 해서 1KG쯤 빼고 돌아 오면 갈증이 심해지는데

그래도 눈금이 내려간 걸 확인하면서 얼마간 개운함을 느낄 수 있으니 그런 조삼모사가

없다.

 

목욕하고 이발소에 가니 8시 벌써 이발사 아저씨는 출근해서 정리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일등!

내가 이발석에 앉자 1분도 안되어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일의 아귀가 잘 맞아가니 오늘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너무 짧게 머리를 깎았다고 마눌이 뭐라한다.

아저씨가 항상 알아서 깎아주는데 여름이라 좀 짧게 친 모양이다.

 

온다던 비가 안 오고 햇빛이 나길래 등산 준비해서 오랬더니 전부 등산복장으로

오긴 왔는데 등산할 생각들은 애초에 없다.

애초 대청호반 꽃님이 가든에서 만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게다가 비 온후라 물은 많이 불어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호반의 풍경은 그림 같다.

어쨌든 평안하고 느긋한 주말 오전이다.

꽃님이 가든은 분위기는 좋은데 음식 맛이 좋지 않다는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야외에서

맥주와 커피나 한잔 씩 하면서 기분만 내고  식사는 늘푸른가든에서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크레임이 걸린다.

좋은 친구의 좋은 부인왈  “ 6000원 짜리 비싼 커피 뭐하러 먹어요? 

식사는 어짜피 11시부터이니 그냥 나간다고 눈치 줄사람 없어요.” 

우린 이미 실사구시를 좇는 나이에서 이젠 삶의 여유와 낭만추구로  모드전환을 해야 할 나이

아닌가?

어쨌든 우린 그 한마디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묵언으로 동의했다.

그래 대한 민국에서 우린 아직까지 그렇게 살아야해... 언감생심 무신 분위기 타령

아직까지 우린 시시껄렁한 분위기 따위에 비용지출하며 폼잡을 여유가 없는 불안한 장년이다.   

그라요?”

내무부 장관들이 돈을 아끼겠다는데’…  우리가 내건 반란의 기치는 내 걸리지도 못했다.

 

꽃님이가든에는 우리가 나가면서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늘푸른가든은 우리가 11시에

들어 가서 320분에 떠날 때까지 다른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야외 까지 나온 사람들의 무게중심은 어쩌면  음식 맛보다 분위기에 더 기울어져 있는지도 모른다.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마당 한 켠에서 붉게 익어가는 무공해 자두를 따먹기 시작했고

메뉴가 준비될 때 까지 호반 관광이라도 하자던 제안을 묵살한 채 한 낯의 게으름 속으로

기꺼이 빠져들었다.

그래 늘푸른가든의 소탈한 분위기와 한적한 호반의 풍광도 꽃님이가든에 별달리 째일 건 없다.

“대신 음식 맛은 죽이잖아.” 

 

이렇게 만나면 과식을 한다.

어느 모임이나 먹는 것에 관한 한 난 자타가 인정하는 대식가다.

이젠 그 불명예(?)를 씻을 때도 되었다.

늘 궁지에 몰리면 하는 말 한마디

잘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됴오타.”

장마철에 별다른 운동도 할 수 없어 들어가는 칼로리의 배출통로가 없으니 강력한

메탄가스의 분출이 많아지고 지방은 허리와 배 둘레에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 일곱명은 개고기 3K에 닭도리탕 하나를 시켜 먹었다.

KG로 잘라서 파는 개고기 수육은 다른데 보다 무척 샀는데 맛은 썩 좋았다.

등 따시고 배부르면 아무 생각은 없어진다.

그리고 토론의 주제도 무겁지 않은 곳으로 흐른다.

여자와 남자들의 관심사가 다르니 각자의 화두를 위해 자연스레 방을 나누었고

남자들의 수다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아마도 내가 제동을 걸지 않았으면 모두들 날이 어두워 질 때까지 퍼져 있을 판이었다.

 

 

 

 

 

 

 

 

 

 

 

 

 

 

 

 

(주은 병원)

오늘은 아버님 면회가야 하는 날이다.

5시에 면회약속을 잡아 놓아 시간이 빠듯하게 일어 났는데 판암톨게이트를 거쳐 유성

까지 고속도로로 가니 정확히 5시에 주은병원에 도착했다.

 

아버님은 더 약해지셨는지 휠체어를 타고 나오셨다.

여전히 못 알아 보시고 존대말을 한다.

지난번 천안 병원에서 검진하고 나서 활동성이 두드러지게 떨어지신다고 했다.

말수는 더 적어지셨고 드시는 건 괜찮긴 해도 예전처럼 식탐을 부리시진 않으신다.

 

활력이 많이 떨어지신게 느껴진다.

식사를 하기 위해 앉고 일어서시는데 힘이 많이 들어가신다.

부축이 없으면 혼자 앉고 일어서기 어렵다.

휠체어 앉으시게 하기 전에 걸어보시게 하니 걷긴 하시는데 예전처럼 빠르시지 못하다..

운동장을 세바퀴 돌면서 바람을 쐬시게 했다.

훨체어에 앉는 빈도가 많아지면 점점 더 안 좋아 지실 텐데 걱정이다.

형제들이 자주 찾아 뵐려면 대전 인근 요양원을 알아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아버님께 식사와 과일을 대접하고 바람을 쐬어드리고 나서 구름이 깔린 우울한 하늘을

남기고 돌아 왔다.

짧은 인생길의 기억마저 훌훌 사라지고 난 건조한 삶엔 텅 빈 공허만 남는다.

그걸 바라보면 침울해지고 마음엔 스산한 바람이 인다.

 

 

 

 

 

 

 

2009 7 19 ()

 

마눌을 채근해서 갈기산에 갔다.

갈기산에 간 몇 가지 이유.

 

토요일 좋친들과의 갈기산 산행이 무산되었다.

비온 후 맑은 하늘아래  바라보는 갈기산 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조용한 계곡에 물이 불었으니 염천 산행 후 내밀한 알탕은 올가즘이다.

 

 

일찍 나선다고 10시에 나서긴 했는데 11 30분쯤 들머리에 도착했다.

작은 주차장에 꽉 들어찬 승용차에 구미 버스까지 몇 대 주차되어 있는 걸 보면 갈기산의 진가를 알아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증거

한적한 여행길이 소란스러워지면 안 되는데….”

 

예상한대로 마눌은 비교적 가파른 오름 길에서 휘청이는 오후를 맞닥뜨리며 고난의 행로를 감수해야 했다.

유럽여행으로 바뀌어버린 신체리듬으로 40대 명산 주유에 빛나는 마눌은 고작 변방의 이름없는 산 길에서 갈팡거리고 있다.

날은 무더웠고 으레 그러하듯 오름 길 산등성이에서 시원한 산바람은 출장 중이다.

 

가는 길 공무원들의 낯간지러운 비책(?)이 무더위에 실소를 자아낸다.

적정 거리마다 나무등걸에 매달린 콜라병 3

거기엔 큼지막한 글씨로 방화수 라고 씌여 있다.

불이 나면 부리나케 달려와 군데군데 준비한 세 병의 물로 화재를 초기 진압한다.

그래 그게 부족하면 아이 때처럼 오줌 이라도 누면 되겠네....

유비무환  우리 공무원님 만세…’

 

다리쉼을 하자는 마눌을 몰아서 전망바위로 갔다.

햇빛은 구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데 하늘 빛은 지난 봄처럼 그렇게 맑고 푸르지 않다.

금강물은 많이 불어서 흙탕물이고 눈 닿는 곳은 푸른 산이 마치 한 덩어리인 듯 멀리

까지 푸른 주름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방이 트인 성곽 같은 능선 길에서 바람이 다시 돌아왔다.

바람의 위로와 도열한 노송의 환영을 받으며 우리는 번잡한 도심의 가까이에서 마치 속세와

유리되고 고립된 것 같은 호젓함으로 그 길을 걸었다.

계곡에선 낮게 깔리는 감미로운 전원교향곡의 리듬 속에 무성한 숲의 향기가 느껴졌다.

 

우리가 지나가는 길엔 생각보다 산객이 적었다.

구미 산악회는 월영산에서 갈기산 까지 종주산행을 하는 모양이다.

계곡의 상부에는 3명의 산객이 물가에 휴식하고 있고 우리보다 먼저 가던 부부산님들은 계곡

중간 쯤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우린 한참을 더 내려가다 나만의 은밀한 소에서 뜨거운 한여름의 열기와 삶의 독소를 씯어냈다.

마눌은 좀 떨어진 곳에서 망을 보고 ….

그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함이라니

얼음장 같은 서슬로 온몸을 소스라치게 했던 차가운 계곡물은 점차 부드러워 지더니 역설적인 열기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마치 어떤 의미 있는 의식이라도 되는 듯이 그 단순한 유희로 몸은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 지고

마음은 기쁨으로 넘쳐난다.

믈심일여로 대자연에 합일되는 것 같은 느낌

대자연의 세례로 정화되고 경건해진 느낌

상류 계곡에 노닐던 산님들은 숨겨진 계곡 아래 우리를 보지 못하고 말없이 사라져 갔다.

아래로 내려 갈수록 계곡이 물이 불어 제법 탕탕한 소리를 내는 물길을 따라 우리도 여유롭게  흘러내렸다.

 

옷을 짜서 입었는데 계곡을 내려서자 7월의 태양에 옷이 금새 마른다.

탐나는 넓다란 농장 밭에서는 수풀 속에서 토종 닭이 모이를 찾고 있다.

 

우리는 추부에 들러 추어탕으로 늦은 식사를 했다.

골목추어탕 집에 둘러 쌓여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는 둥구나무 집에서

 

장마가 잠시 물러 간 날의 즐거운 외출이었다.

 

 

 

 

 

 

 

 

   

 

 

 

 

 

 

 

 

 

 

  

   

 

 

 

 

 

  

 

  

 

 

물 속에서 본 씽크로나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