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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시의 불편한 진실


동아일보 오늘과 내일 /박성원    2009년 8월 11일자

 

지난주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특별자치시) 중앙행정타운을 찾아가 봤다. 도로, 상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가 50% 남짓 진행된 상태였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 공사가 언제쯤 마무리돼 정부부처들이 입주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 세종시법의 국회 통과와 이전행정기관 변경고시는 1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세종시법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미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충남지사에게서 세종시 문제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세종시 추진이 흐지부지될 경우 충청권이 난리가 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 대통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고 한다.

서울시장 시절 수도이전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 대통령이 행정도시 건설에 흔쾌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행정도시 재검토론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세종시는 애초 “2002년 대선 때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얘기처럼 충청표를 겨냥한 정치논리의 산물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이나 이 총재도 노무현 정부 때는 수도이전에 반대했지만 눈앞의 충청표를 의식해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합의처리해 줬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건설을 약속함으로써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세종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노 정부 때 고시한 대로 12부4처4청(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9부2처2청)을 세종시로 옮겨온다 해도 1만2000명의 ‘기러기 공무원’만 오고갈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행정도시를 채우기 위해 정부부처들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수도이전만도 못한 수도분할”이라며 비효율성을 통렬히 비판한다.

실제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들이 자리 잡을 터는 전체 세종시 면적 7290만 m²(2200만 평) 가운데 60만 m²(18만 평)에 불과하다. 나머지 주변 산업·배후단지를 채우고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울대 정도의 대학과 삼성만 한 대기업이 따라 들어와야 할 판이다. 세종시 건설에는 총 22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 같은 대체도시의 건설을 검토하는 것이 낫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현지에서 만난 개인택시 운전사 홍현기 씨는 “정부부처 이전에 목을 매는 것은 정치인과 지역유지들뿐”이라며 “우리 같은 서민은 먹고사는 데 도움을 줄 공장이라도 몇 개 와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이 같은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려 한다.

선진당 이 총재는 어제 “이제 와 (이명박 정권이) 오리발을 내민다면 천하에 없는 사기정권이고, 충청도를 핫바지로 만드는 일”이라며 세종시의 조속 추진을 압박했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서울시장을 지내며 세종시의 진실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는 대통령이 언제까지 어정쩡한 자세로 남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솔직하게 세종시가 처한 어려움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정부와 충청권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