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9일 (토)
새벽에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초롱한 별 빛을 따라 꿈에도 잊지 못할 그 길을 걸었습니다.
바람이 그렇게 잔잔한 천왕봉을 처음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 뒤로 가장 알맞은 시간에 도착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붉은 축복을 날리는 태양 앞에 섰습니다..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가슴과 온통 붉은 열정으로 가득한 지리산의 태양은
그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변함없는 표정의 지라산과 기쁨에 넘친 새날의 축복을
다시 만났습니다.
세상을 다 잃어도
이것만은 잃고 싶지 않습니다.
교각 같은 두 다리
뜨거운 여린 가슴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내 년에는 동부능선의 가을노래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산이 일깨워 주었습니다.
세월은 그저 흘러 가지만
우린 그 시간을 붙들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즐거운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그 그림이 내 눈에 아름답고 그 노래가 내 귀에 감미롭다면
흘러가는 시간이 그다지 아까울 것도 없습니다.
지리산 길은 순례의 길 입니다.
세상의 병을 치유하고 삶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세상에 움츠렸던 가슴을 다시 당당히 펼 수
있습니다.
그 높은 세상에 서면 우리 살아가는 방식이 우스워 집니다.
마음이 더 풍요롭고 너그러워 집니다.
아낌 없이 주는 지리산
늘 동네 뒷 산처럼 갈 때마다 멋진 일출로 환영해 주시고 백무동 내림길에 푸른 소의
물길로 세례를 주시는 지리산 신령님 올해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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