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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황매산 (100대 명산 제 48산)

 

 

 

 

 

 

산행일자 : 2010 5 15

산 행 지 : 황매산

산행코스 : 모산재주차장-돛대바위-무재개터-모산재-철쭉제단-황매산-임도-모산재-순결바위-

영암사터-모산재 주차장

소요시간 : 6시간 30

    : 약간 흐리고 가끔 화창해짐

    : 마눌과 두리

 

경유지별 시간

08:50  : 모산재 주차장 출발

09:40  : 돛대바위

10:07  : 모산재

11:07  : 산불감시초소(정자)

11:58  : 황매산 정상

13:10  : 황배산 철쭉재단

14:00  : 다시 모산재

14:30  : 순결바위

15:05  : 영암사지

15:20  : 하산완료

 

임기사가 황매산 길을 묻느라 전화를 했다.

토요일은 산악회 차들이 모두 만석이라 혼자 가려한다고 했다

황매산은 아직 가보지 않은 산이라 대답은 못해주고 인터넷 사이트만 알려주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올해가 전체적인 꽃들의 개화가 좀 늦기는 하지만 황매산 철쭉 꽃 필 때가 얼추

된 것 같기도 하다.

 

마눌과 오대산을 가고 싶었으나 전격적으로 산행지를 바꾸어 황매산에 가기로 했다.

붉은 철쭉의 향연으로 더 화사하고 아름다운 오월을 보내면 좋지 않을까?

 

5시에 일어나 분주하게 설레바리 놓아도 떠나는 시간은 5 50

어둠을 가르리라던 생각은 벌건 대낯처럼 환한 날에 낯부끄러워 진다.

지니가 164km 정도라고 알려주었던 거리는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함양휴게소에서 진짜 맛없는 김치찌개 한 그릇을 시장기를 빌려 그래도 맛있게 비우고

산청 톨게이트를 나가 합천벌을 가로질러 모산재 주차장 까지 가는 시간까지 합해서...

 

모산재 가는 길

주차장에서 어떤 아저씨가 어제 갔다 왔는데 철쭉은 10% 쯤 피었다고 했다.

김이 팍 샜다.

철쭉보러 왔는데 10%라니

아니 그 아저씨는 무슨 할 일이 없어서 어제오고 또 오고

오늘 또 올라가면서 그런 말로 초를 치나?

지금까지도 일정이 맞지 않아 아껴두던 곳인데

가장 멋진시절의 황매산을 보고 싶었던 터라 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모산재 가는 길은 멋진 암릉길이다.

멀리 보이는 첩첩의 푸른 산주름과 들판은 약간 흐릿한 연무에 신비감을 일깨우고 노송은

바위와 멋지게 어우러진다.

한 폭의 그림처럼 고요한 풍경이 보여주는 거부감 없는 공존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함께 어울리는 평화로움이다.

먼산 , 호수 , , ,계단식 논 그리고 그 위에 내려앉는 푸르른 봄

 

그래서 암릉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마저도 자연에 거슬리지 않았다.

햇빛이 구름 속에 숨어 약간 우수에 찬 표정의 산하

그 길 위에 가끔 불어가는 바람이 낯선 세상의 감동과 기쁨을 몰고와 산사람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모산재 오르는 암릉 길을 만난 것 만으로 오늘은 아쉬울 것 없는 날이다.

 

 

철쭉능선

모산재 군락지는 활짝 만개 하였고

철죽제단 부근 군락지는 50%개화

황매산 아래 능선 군락지는 아직 봉우리를 움츠리고 있다.

이번 3~4월의 혹한의 바람과 날씨에 잔뜩 주눅이 들었다..

온다던 봄이 양치기 소년처럼 몇 번이나 약속을 어긴터라 지친 가련한 꽃봉우리들은 봄이

곁에와서 귓속말로 속삭일 때 까지 기다리고 있다.

지쳤지만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 ….

 

만개한 날의 황매산은 날리는 붉은 대자연의 축복에 축제처럼 들썩이겠지만 그건 가슴을

흔드는 소박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 듯 싶다.

모산재를 오르며 보았던 살가운 우리산하의 정겨운 풍경과 철쭉능선에 대한 환상은 여지

없이 깨어졌다.

 

여긴 전쟁터다.

코 앞에 진지를 구축하고

고지를 향하여 돌격 앞으로!

 

아깝다.

황매산을 사수할 최후의 결사대는 모두 전사해 버렸다.

 

마치 군대의 병영처럼 나부끼는 깃발

천고지 능선 바로아래  주차장에  장엄하게(?) 도열한 가득한 차량의 행렬

그리고 멋진 고원의 능선을 마치 칼로 생채기를 낸 듯 무수한 임도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콘크리트로 길을 만들어 올린 광포한 인간의  광기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든다.

 

모산재에서 바라본 풍경에 거슬리던 한 점

사방을 둘러 보아도 조화로움인데 먼 능선 한 곳에 산을 깎아내고 건물은 짓던 모습이 눈에

들어와 너무 아쉬웠는데 여긴 숫제 대놓고 자연을 노략질하는 중이다.

 

이게 아름다운 자연인가?

이것이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칭송하던 황매산의 철쭉화원인가?

한국의 산하에서 보았던 산님들의 멋진 사진도 결국 대자연의 조화가 아닌 카메라의 눈속임

이었다.

그 옆에 인간이 버려놓은 흉물스런 자연의 치부를 앵글이 교묘히 비켜간….

차라리 백화산 능선의 할미꽃 군락이 더 아름답다….

연인산 계곡이나 황매산 고원이나 그 수난의 정도가 점입가경이다.

지자체의 난개발,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너무나도 잘못된 인식

그래서 사람은 늙고 자연은 점점 황폐해져 가는 우리나라.

늘 경제가 우선이라 환경보존은 뒷전이고 짧은 임기 내에 돈 되는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단칼에 날아가는 목 때문에 늘 개발신드롬에 핏발을 세워야 하는 정치인과 관료들….

누구하나 책임질일 없고 책임 묻는 이 없는 대자연의 학살 그리고  도살  

 

정말 걱정스러워 진다.

이 손바닥만한 우리의 산하가 까마구 똥파헤치듯 파헤쳐지고 우리의 상처받은 영혼들이 안식을

구할 대자연의 그늘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늘은 좀 덜하지만 몇일더 지나면  사람들은  주문에 걸린 듯 황매산을 찾을게다.

땀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환호하는 갈채의 붉은 주술.

바쁜 현대의 삶속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스턴트 감동을 위하여.... 

황매산 능선이 꽃이 낭자한 붉은 선혈로 한과 독기를 토해낼 때 사람들은 차로 가볍게 오른

황매산 1000고지에서 펄펄 날리는 먼지를 마시며 화려하고 현란한 봄에 취하겠지.

그리고 도시 속에서 응어리진 울분은 우리의 형편없는 안목과 부끄러운 상처를 외면하고

갈채와 탄성으로  먼저 터지겠군.   

그래 우리가 사는 속도전의  현대사회는 자극이 점점 빨라져야하고 커져야하지.

점심은 황매산 능선  레스또랑에서 하고 저녁은 서울 남산 스카이라운지에서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군.

  

 

능선 길이 사막화 될수록 수입은 늘고 미래의 가능성는 더 커지겠지.

한껏 고무된  산청군, 합천군 관리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편리한 상춘을 위해 앞다투어 산 속에

더 많은 길들을 포장하고 더 많은 편의시설을 들여 놓겠군.

어쩌면 황매산 부근의 숲에 은거한 붉은 철쭉마저 보란 듯이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더 많은

다른 나무들을 도륙해 내겠지

 

정말 아쉬웠다.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고원의 능선과 멋진 조망.

그리고 모산재를 향한 바위 능선의 강건하고 수려한 암릉미.

이 정도면 세상 어디에 내 놓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고원의 자연공원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부디 사람의 손길이 조물주의 경이로운 작품에 더 이상 누가되지 않기를... 

 

많이 밀리는 인파에 섞여 황매산을 올랐다가 내려왔다..

내려다 보는 황매평전이 부끄러웠다.

우린 아직 이런 수준 밖에 될 수 없는 사람들이야

내가 할 수 있 건

다시 황매산을 다시 오지 않겠다는 다짐 말고는 아무것도 없군

바이바이 황매산

고원의 주차장이 폐쇄되었다고 소식전하면 그 때 다시 돌아 오겠어.”

 

황매산을 내려와 마눌과 둘이 점심을 먹었다.

모산재 암릉과 철쭉군락의 흥분이 사그러지고 황폐해지는 고원의 모습에 냉정해져서 한껏

고무된 기분은 가라앉았다.

우린 얼기설기 만들어진 먼지 풀풀 나는 임도를 타고 모산재로 돌아왔다.

순결바위 능선길의 암릉이 없었다면 홤매산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진 채 돌아 왔을 게다.

돛대바위를 거쳐 무지개터로 가던 암릉길보다 더 크고 긴 암능을  걸어내리면서 새삼 황매

세상의 강인한 포스와 카리스마를 느껴본다.

황매산의 준봉들과 돛대바위 능선의 수려한 암릉미 그리고 평화로운 산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내려오는 길의 기쁨이 절망한 가슴의 상처를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단세포적인 인간들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가는 듯한 황매산의 운명이 아쉬워지고

남겨진 환상을 하나 잃어버린 허탈함이 아름다운 세상을 주유하는 기쁨을 휘감아버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