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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이슈(펌)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10.08.27 중앙시평

 

 

2010.08.27 00:06 입력 / 2010.08.27 00:32 수정

  •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부터 약 2년 동안 정치권을 달군 의제였던 세종시가 국회 표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그동안의 사회적 갈등은 대체로 세종시 목적과 필요성에 대한 이른바 ‘명분 논쟁’이었다. 이 문제는 국회 표결로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추진과 관련된 후속조치와 향후 추진방향 등에 대해서는 정부도, 정치권도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 다만 세종시 원안 추진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희망적 예측 징후들만 몇 가지 보일 뿐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심화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의 관계가 최근 들어 화해 국면으로 바뀌고 있고, 8·8개각과 인사교체 과정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입안하고 추진했던 핵심 인사가 대거 교체되었다는 점이다. 또 지난 20일 행정안전부가 2008년 정부조직개편으로 바뀐 세종시로 옮길 기관들을 변경 고시한 것이 수정안 부결 이후 정부의 유일한 조치다.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잠잠해진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세종시 추진이 확실해진 것은 아니다.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아직도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대목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운영절차와 방법으로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려고 구상하는지 궁금하다. 지난 2년 동안 세종시 추진은 중단됐다. 그 공백을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메워갈지 고민을 해야 한다.

    핵심적인 고민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중기재정계획대로 그동안 집행하지 못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세종시 추진에 투입되는 예산만 1조2000억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세종시 추진 관련 예산은 8000억원에 불과하다. 중기재정계획은 중요 국가 정책사업들을 연도별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 집행계획이다. 그런데 계획과 실제로 짜놓은 예산 사이에 차액이 내년에만 약 4000억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발생한 예산 누적분을 합하면 6000억원에 이른다.

    행정안전부가 이전 변경기관을 고시한 대로 9부2처2청(당초 계획 12부 4처 2청이었으나 2008년 정부조직개편으로 바뀜)을 정상적으로 이전하려면 최소한 정부청사 공사를 비롯해 안정적인 건설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실제 반영된 예산액을 통해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세종시를 현행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세종시 관할 구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적 조정에 관한 것이다. 사실 정치권은 주로 세종시 목적과 필요성에 대해 다퉈왔다. 새롭게 신설되는 도시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를 하지 못하고 숙제로 남겨놓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합의를 하고 세종시특별자치시 설치에 관한 법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포괄지역의 편입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역 내 주민과 자치단체들 간의 입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그래서 입법조치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와 맞춰 정부가 10월 말 예산안 편성을 마무리해야 비로소 세종시 추진의 최종 방향이 드러나게 된다. 세종시 건설은 법률적 당위성은 얻었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집행하지 않은 누적 예산을 확보해 정상적으로 기반시설을 건설해 가야 실현될 수 있다. 정부가 변경고시를 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행정절차일 뿐이다. 그것이 예산문제 해결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원안 추진에 대한 정부 의지를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니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뿐 아니라 기존에 집행되지 못한 예산까지 반영해야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정치권에 맡겨진 역할도 분명히 있다. 정파적 이해득실을 떠나 법적 지위나 포괄범위에 대해 합의 추진 취지에 맞게 신속하게 결정해 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세종시 신드롬’의 교훈은 사라지고, 결국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연정 배재대학교 교수·공공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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