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춘천 삼악산
코 스 : 상원사 –정상-흥국사 – 등선폭포
일 자 : 2011년 7월 2일 토요일
날 씨 : 흐리고 맑음
동 행 : 민수산악회 46명
내일 지리산 등산이 예정되어 있고 비가 예정되어 있다.
금지구역인 오리정골 비린내골이다.
비가 오게 되면 산행은 당연히 취소될 것이다.
3월 26일 두륜산 이후 마눌과 함께하는 100대 명산 여행길은 침묵했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 매주 산을 거르지는 않았는데 거의 3개월에 가까운 긴 시간의
침묵이었다.
우선권이 부여된 낙동길이 바빴고 회사일정과 특별산행에도 100대 명산 순례 길은
미루어 졌다.
그렇다고 마눌과 산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눌과 함께하는 가끔의 산행은 여러가지 여건 탓에 주로 근교 산을 맴돌았다.
약간의 흐린 날에 민수산악회와 함께 춘천으로 떠났다.
인구에 회자되던 오봉산의 기억만이 선명했던 춘천에서 삼악산도 100대 명산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100대 명산 길이라 역사적인 기록보존을 위해 큰 카메라를 챙긴 것 까지는
좋았는데 들머리에서 촬영 준비를 하다보니 아뿔사 메모리 칩이 빠져있다.
“어찌 이런일이…”
마눌 말처럼 100대 명산 순례 길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학교 가는 학생이 책은 집에 놓고 온 황망한 꼴이다.
무용지물이 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가는 건 체력테스트의 의미밖에 없어 민수
대장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마눌을 따라 등로를 올랐다.
삼악산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무더웠다.
우리는 의암댐에서 상원사로 올라 흥국사 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루트를 잡았다.
짧지만 삼악산을 가장 알차게 즐기는 코스라고 한다.
비가 많이 온 후라 의암댐 물은 황토빛 이었고 햇빛이 나지 않았지만 습도가 높아
초입부터 악산의 강한 느낌이 살아 왔다.
상원사를 지나고부터는 바위 길이 계속 가파라 진다.
바위 길이 거칠긴 해도 가끔 내려다 보는 의암댐의 조망이 그다지 수려할 것이 없는데다
주변의 풍광이 너무 평범해서 100대 명산의 면모를 찾을 수 없다.
마치 가평의 100대 명산 유명산 정상에 오를 때 까지 별다를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힘들게 도착한 정상마저 우리의 기대를 져버렸다.
“이게 아닌데…”
정상 바위산에서 조망에도 실망을 금치 못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으로 정상의 기쁨을 누리며 핸드폰 영상으로 기록을
남긴 후에도 이래 저래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주로 3000원 짜리 캔막걸리를 사서 마시면서 춘천 순례를 자축하다가 아무래도
50% 부족이라 염치불구하고 대전에서 동행한 어떤 아저씨한테 사진 한 컷 부탁했다.
꼭 좀 까페 게시판에 올려줄 것을 부탁하며 마눌과 함께 표지석에서 포즈를 잡았다.
그렇게 라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비로소 산상 만찬에 생각이 머문다.
오늘의 메뉴는 우렁 상추쌈밥
정상을 오르는 일은 마치 해야할 일들을 모두 마무리 한 것 같은 후련함과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 밥값을 했다는 생각에 마주한 소박한 식단일 망정 어느 비싼 음식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미각의 기쁨이 살아 온다.
둘이 정상아래 능선에서 조촐한 점심을 나누고 내려서는 흥국사 방향 하산 길은 올라 온
길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왕성한 수림과 육산의 편안함이 함께하는 하산 길이다.
흥국사를 지나고부터 계곡은 호탕한 모습으로 돌변하여 소리치며 제법 많은 수량의 물을
흘려 보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많아진 수량의 물이 신기 했다.
비가 온 탓도 있겠지만 그다지 큰 산의 면모도 아닌데다 서쪽의 상원사 쪽은 돌산인데
그렇게 큰 물길은 의외였다.
날이 후덥지근 하여 내려오는 길에 머리를 감고 등멱을 감았다.
차갑고 시원한 물길의 여운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의 비선폭포와 선녀탕에서 삼악산의 100대 명산 선정 이유에
고개를 끄덕였고 등선폭포의 시원한 물보라 앞에서 탄성을 올렸다.
작고 짧지만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삼악 이었다.
우리는 힘들지 않는 가벼운 발길로 하산했고 가장 편안하게 마무리했던 100대 명산
길로 남았다.
오랜만에 마눌과 함께한 4시간의 짧고 여유로운 여행길이었다
아쉬움이 남는 산 길이었다.
직접 우리의 기록을 남기지 못해 다른 사람이 남긴 추억을 차용해야 했고 그렇게
약속했던 아저씨는 정상의 사진을 끝내 올려주지 않았다.
타인의 카메라에 찍힌 마눌과 나의 유일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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