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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두륜산 (100대 명산 제 52 산)

 

 

 

꽃샘추위란 더 화사하고 마름다운 봄을 각인 시키기 위한 창조주의 배려가 아닐까?

길고 지루한 겨울 끝에서 봄은 언 땅과 차가운 가슴에 아직 발을 들여 놓지 못했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답답했다

황량한 들판을 불어가던 서슬 푸른 겨울바람의 풀 죽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에서

조금씩 다가 오는 봄의 희망과 기대가 살아났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코 앞에 다가오기 전까지 잊고 지나기 일쑤지만 막상 소식을

듣고 기다릴 적엔 제 먼저 안달이 아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더 기다리지 못하고  남쪽나라

어디 쯤엔가 달려오고 있을 봄을 만나서 내가 먼저 떠나기로 했다.

 

그 단어 만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봄날 책 한 권 끼고 떠나는 여유로은 상춘 길이다.

절대적인 영혼의 자유

창 너머 가득한 봄 햇살이 쏟아지는 들판의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도 좋고

나른한 봄의 마법에 묶여 잠시 졸아도 좋다.

그러다 싫증나면 마눌과 두러두런 가벼운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고 하고 긴 여행길이

지루해지면 한 권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봄에 떠나는 먼 남도 여행길은 지루할 겨를이 없다.

 

어느 화창의 봄날의 하루는 가슴 후련하고 여유로웠다.

해남의 멋진 바위 산 위에서 거침없이 불어오는 차지 않은 봄 바람을 가슴에 담았고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세상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들었다.

 

 

 

 

 

1. 산 행 일 : 2011326(토요일)

2. 산 행 지 :  두륜산

3. 산행코스 : 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 두륜봉-진불암- 대흥사

5. 산행소요시간 : 5시간

6. 날씨 : 맑고 따뜻한 봄날

 

7. 경유지별 소요 시간

오소재

11:10

오심재

11:53

바위전망대

12:05

노승봉 아래 헬기장

12:11

노승봉

12:30

노승봉 가련봉 사이 이정표

12:41

가련봉

12:48

만일재

13:12

두륜봉삼거리

13:47

두륜봉

13:55

진불암

14:29

물텅거리 삼거리

14:36

관음암

14:54

대흥사 대웅보전

15:17

주차장

16:00

 

 

 

 

 

 

 

 

 

 

 

 

 

 

 

10년이 넘었다.

10년 전 어느 날 이 길을 넘었을 터인데 세찬 바람 말고는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이럴 땐 기억의 유한함도 얼마나 좋은가?

마치 새로운 길을 가는 듯 경이로운 독수리의 눈으로 바위 벼랑 길을 따라 활공한다.

그 길 위에서 혼자만의 여행 길의 설레임과 남도의 감미로운 느낌도 어렴풋이 살아났다.

봄 빛이 눈부신 해사한 봄날

그 날의 따뜻한 기억을 더듬어 떠나는 추억의 여행 길에서 봄날의 자유가 펄펄 날렸다.

묵상하는 바위 능선은 장엄하고 바람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세차긴 했지만 날선 칼바람의

서슬은 한 풀 꺾이고 바람결엔 봄기운이 묻어난다.

 

 

 

 

 

 

 

 

 

 

 

 

 

 

 

 

 

두륜산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마눌은 해남 벌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여유를 잃은 채

시종일관 공포영화의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의 얼굴로 거친 바위 봉우리를 넘어 갔다.

다신 두륜산에 안올껴

친구가 두륜산에 온다면 도시락 싸서 말릴껴

 

우린 해남의 바위 성과 바다를 향해 그렇게 극명하게 다른 관점과 생각을 쏟아냈다.

 

걸었던 그 길 위에는 온통 새로운 풍경으로 가득했다.

노송봉 가련봉 두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장엄했고 그 바위 벼랑에서 바라보던

해남들녘과 바다의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래도 대단하지 않은가?

먼 남도에서  잰 걸음으로 다가오는 봄을 마중하러 기꺼이 새벽의 들창을 열어 젖힐

만큼 부지런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날의 행복과 기쁨을 불러내는지 알 만큼 현명한 우린?

 

 

 

 

 

 

 

 

 

 

고도원이 그랬다. “낭만을 잃어버리면서 우리가 늙어 간다.”

그리고 자연주의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말했다..

봄과 아침에 공명하지 않으면 우리의 젊은 날은 이미 지나버렸다.”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좀더 사람냄새 나는 삶을 위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잃어버린 동심과 따뜻한 감성임에 공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바위 산의 허리를 돌아 능선을 넘어 가던 기억만 희미하고 먼 바다의 풍경이 남아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날은 아마 흐린 날이었던 모양이다.

 

 

 

 

 

 

 

 

 

 

 

 

 

 

 

 

 

 

 

 

 

 

 

바다를 내려다 보며 식사를 했다.

투명한 창 밖에는 푸른 바다와 작은 산이 내려다 보이고 창가에는 나른한 봄이 졸고 있

는 그림 같은 전원 레스또랑에서….

창문은 모두 열려 있고 바람의 악사가 가끔 낭만적인 갈대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봄은 그렇게 가슴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잿빛 도시에서 내 마음이 닫혀있어서

그 봄을 먼저 느끼지 못했다.

참으로 고마워 해야 할 사람이 많고 감사할 일이 많은 세상인데  봄을 들이려 하지 않는

닫힌 마음이 소통과 삶의 기쁨을 막았던 것이다.

 

 

 

 

 

 

 

 

 

 

 

 

 

한 발짝 집을 나서면 이렇게 눈부신 봄과 계절의 경이를 만난다.

그 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올해는 오래 봄을 만나고 싶다.

네 잎 클로버의 행운보다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을 더 소중하다고 생각이 바뀌지 않게

하는 봄날이 너무 고맙다.

 

 

 

 

 

 

 

 

 

이 봄에는 이해인수녀님이 말하는 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아요. 운동을 좋아 할 뿐이고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다보니

 어느새 100년이 지났네요

매 순간을 즐겁게 보내며 끊임없이 스스로의 열정과 도전 에너지를 유지시켜간 루스라는

할머니가 2009년 호주 시드니 월드 마스터 게임 100세 이상 투포환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 말이다.

얼마나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세상이다.

한 번 사는 세상 폼나게 살아야 한자지만 진정한 행복과 기쁨은 어쩌면 더 소박하고 더

가까운 곳에 있는지 모른다.

수억이 바글대는 지구에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유지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으로도

인생에 감사하고 주위의 사람에게 고마워 할 일이다.

 

 

 

 

 

 

 

 

 

 

 

 

 

 

 

 

 

 

 

 

 

 

 

 

나른한 봄날 흔들리는 차 안에서 만난 어떤 선한 사람의 따뜻한 말과 눈부신 봄 햇살이

나의 삶을 위로해 주던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