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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추억의 민주지산

 

 

 

삼도의 바람이 만나는 곳

충청도 바람이 물한계곡을 거쳐 느릿느릿 구름을 몰고

심마니재에 올라서면

경상도 바람이 어깨춤을 추며 삼도봉으로 줄달음 친다.

그러면 설천에서 치솟아 오른 전라도 바람이 석기봉을 감돌아

두바람을 낚아채 대덕산을 넘어 덕유산 또넘어 지리산으로

백두대간으로 휘몰아 친다

 

 

 

 

산 행 일 : 2012 2 5일 일요일

산 행 지 : 민주지산

산행코스 : 도마령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 황룡사

산행거리 : 15km

산행시간 : 7시간

    : 맑음

    : 귀연 26

 

 

 

 

시간

경유지

비고

2004년 산행기록

09:40

도마령 출발

843m /각호산 1.6km

09:30

10:30

조망바위

 

 

10:40

각호산

1202m/황룡사2.5km/대피소3.4km

10:25

12:00~12:30

대피소

중식/ 민주지산 400m

11:50

12:42

민주지산

1242m /황룡사3.8km/석기봉2.8km

12:25 (산신제)

14:00

석기봉 전 조망바위

 

 

14:09

석기봉

1242m/삼도봉 1.4km

14:05

14:52

삼도봉

1176m/심마골재900m/황룡사4.4km

14:40

15:15

심마골재

황룡사 3.5km

15:00

16:16

황룡사

 

15:50

16:26

주차장

 

16:00

 

 

 

 

 

 

 

 

 

 

 

 

 

 

 

 

 

 

 

 

 

 

 

 

바람의 전설이 살아 있는 곳

살아 있는 서슬 푸른 겨울을 만날 수 있는 곳

 

내 사는 곳 가까이에 그 멋진 산들이 있다.

덕유산

민주지산

 

 

도마령에서 1000고지를 넘나드는 고봉 준령을 거닐다 보면 한 마리의 독수리가 된다.

인간의 흔적이 지워진  원시 세상을 활공하다 보면  선사시대 대자연을 종횡하던

원시의 본능과 야생의 유전자가 꿈틀거린다.

 

푸른 창공을 비상하는 독수리의 눈으로 내려보는 산세상을 장엄하고 웅장하다.

건장한 젊은이의 잘 발달된 근골처럼 강인한 산릉은 얼룩 갈기를 휘날리며 장쾌하게 흘러가고

첩첩의 산릉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내가 비행하는 세상의 중심 축을 따라 방사선으로 파도 친다.

 

 

한 무리 야생의 독수리 떼는 정화된 맑은 세상을 굽어보며 자유로운 민주세상을 즐겁게 날아

올랐다.

멋진 날 이었다.

천천히 나왔던 햇빛은 부드러웠고 하늘은 푸르렀다.

생각보다 바람이 조용했고 무채색 하늘과 힌 눈으로 뒤덮여 암갈색 산 주름을 선명히 드러낸

유장한 능선들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은은하다.
겨울 산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도 있다.

 

오늘 더 바랄게 무언가?

이렇게 쉽게 겨울을 만날 수 있는 산이 가까이 있고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 있다.

그리고  그 거친 길을 아무렇지 않게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함께 그 능선을 걸어갈 산 친구가 있다.

 

 

 

 

 

 

 

 

 

 

 

 

 

 

 

 

 

 

 

 

 

 

백두대간의 추억이 유물처럼 남아 있는 곳

 

 

택일은 성공적이었다.

화요일엔 눈이 내렸고 지난 설날 전에 내린 비는 천고지 능선에 흰 눈을

마구 뿌렸을 것이다.

바람이 심했을 능선에는 가지에 남아 있는 눈이 하나도 없었고 군데 군데

외진 골짜기에는 아직 눈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아이들처럼 설레임으로 들뜨는 겨울산행

자연이 화폭에 그려낸 설경은 언제나 눈이 시리게 아름답고 볼 때마다 새롭고 현란한

조화로 가득 차 있다.

오늘 같은 날은 침묵하는 자연조차 명상을 방해한다.

그저 달뜨는 역마살에 몸을 맡기고

새로운 세상을 비행하는 한 마리 새처럼 즐거울 일이다.

 

 

 

 

 

 

 

 

 

 

 

 

 

 

 

 

 

 

 

 

 

 

 

 

 

 

 

 

 

2004년 같은 코스를 산행하던 날은 차가웠지만 바람은 잔잔했다.

그날 우린 시산제를 지내려고 왔었지만 정상에서 시산제를 지낸다는 생각도 잊은 채

대피소에서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건들거리면서 민주지산에 올랐었다.

게다가 산꼭대기가 불경스럽게 정상에서 오줌을 눴다.

세상에 잠자는 산신령님 콧털을 건들고 수염을 잡아 댕겨도 유분수지

 

철부지 산꾼들의 행실은 가관이었다.

산꼭대기에 오줌을 누질 않나

팔도 산신령님들께서 죄 모여 배를 쫄쫄 굶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시는데 자기들  배만

잔뜩 채우고 불성실한 태도와 복장으로 정상에 끼적끼적 올라오질 않나?

게다가 차린 제단이란게  보기에도 초라하고 빠진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다  절까지 건성이니

산령님인들 부아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라로  꼭지가 돌았을 게다.

 

참을 만큼 참았던 민주지산 산신령님 .

우리가 제사 올리고 팔도 신령님들 젯상 받을 때까지 두고 보시더니 급기야 제사를 마치고 음복할 때

결국 폭발하시고 말았다.

아 그 때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신령님의 진노는 대단했다.

술잔 엎고 돗자리 패대기 치고

고사를 마치고 우린 민주지산 ,석기봉 칼바람에 거의 눈을 뜰 수 없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혼자 도착했던 삼도봉에서 마구 불던 바람이 얼마나 강했던지 나는 그 육중한 덩치로도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지 못하고 떠밀릴 정도였다.

표변한 날씨를 통한 산신령님의 준엄한 경고는 대자연에 대한 경외를 일깨웠고

나는 바짝 쫄아서 그 바람 속에서 사방을 돌아가며 산신령님께 절을 올렸었다.

그 당시 분위기로는 그래야만 될 것 같았었다

 

나는 그날 이후 산을 수호하는 산신령님의 존재를 믿는다.

오랜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는 열정과 체력으로 대자연의 교훈과 아름다움에 가까이하고

큰 사고를 당하고도 즐산의 즐거움을 잃지 않은 것도 그분들의 권능과 배려임을 지금도

철썩 같이 믿는다.

그래서 시산제는 꼭 빠지지 않고 제물을 챙겨 엎드려 무사 산행을 고하고 산꼭대기에서는

절대 오줌을 누지 않는다.

 

땅에 쌓인 눈을 솟구쳐 올려 뿌려대던 눈보라를 맞으며 내려가던 그날의 하산 길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귀연의 10년을 완성하는 해에 그 날의 추억을 다시 떠 올리고 싶어 그 길의 길잡이를

자처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날의 산행기 말미에 이렇게 적었었다.

 

귀한 인연으로 만나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다시 모였으니 이 모임이 우리 삶의 작은
기쁨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 인생 길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의 건승과 행운을 빈다.

 

그 세월이 이젠 10년을 말한다.

10년 동안 자연으로 돌아가며 누린 기쁨과 행복이 얼마였던가?

내가 항상 스스럼 없이 말하는 내인생의 가장 큰 스승인 산

그 산이 내게 주었던 감동과 인생철학 강의는 10년을 이어져 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삶의 내공이 내 삶의 후반부를 더 빛내 주지 않을까?

 

우린 여전히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10년을 한결 같이 건강하게

 

멋진 산과 좋은 친구가 있으니 인생은 즐거운 여행길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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