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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봄에 공명할 수 없으면 우리의 젊은 날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귀연하는 배 위엔 나이든 젊은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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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라는 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시인,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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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지 : 서해 위도
여 행 일 자 : 2012년 4월 1일 (일)
격포항 09시 출항 – 위도 발 오후 16시 배편 귀항 (편도 1시간 소요)
산행코스 : 깊은금해수욕장- 내원암- 망금봉 –도재봉- 망월봉 –위령탑
- 파장금선착장
산행거리 : 약10k
소요시간 : 약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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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가시는 길, 일만 하시며 보낸 세월이 얼마나 한스러우셨으면?
근데 워뜨케?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원시 수렵시대부터 대물림 되어 온
유랑과 방랑의 염색체가 살아 있다지 ?
그래서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르면 불안하고 답답함을 느끼는 거지…
인간의 유전자는 자연 속에서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프로그램 되어 있어서 회색도시에 오래 머무를수록 우리의 기를 빼앗겨
기력이 쇠잔해 질 수 밖에 없어
해결책은 틈나는 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야
더 즐겁게 더 아름답게 !
歸然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오래 대물림된 인간의 본능이야
그 만큼 살았으면 이제 내공이 쌓일 때 쯤 되지 않았나?
스스로 뭘 하면 즐거워 지는지 ?
살다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위하여 놓치지 날아야 할 변화들이 있지
그 중 하나가 계절의 변화 아닐까?
값싸고 낭만적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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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
짧고도 여린….
이번에 잃어버리면 또 다시 한 해를 늙어가며 기다려야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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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지?
바람 같이 흩어질 짧은 인생
인상 쓰고 못 놀면 지는 거야
세월에 … 인생에 ….
열심히 살아가던 어느 날
그냥 훌쩍 떠나는 거야
푸른 바다와 하늘만이 둘러싼 고립된 섬에서
봄을 한번 안아 보는 거지
그 향기와 교태에 몽롱해지면
그저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거 아니겠어?
이번엔 섬으로 갔어
자유와 봄의 기쁨이 펄펄 날리는 섬 위도
설흘산을 지나 알바중이던 봄이 위도에서 어깨춤을 추고 있더군
섬은 고요함으로의 초대
느림과 나른한 몽상
그림 같은 섬 길에 자유를 서명하고
푸른 바다와 하늘에 사랑을 낙관(落款) 했어
그리고 그 멋진 낭만에 혼자 웃었지 .
동행은?
내가 장악한 시간과 자유
감미로운 공상
끝없이 피어나고 흩어지는 상념 그리고 추억들
가지고 갈 거 딱히 없어
빈 마음에 설레임 그리고 호기심 하나 정도 넣어가면 족하지 않을까?
진실로 아름다운 건 여백이야
푸른 바다 위에 작은 섬 하나
그리고 흰 꼬리를 달고 떠나는 배
섬에선 그 넓은 바다와 하늘의 여백 만큼 마음이 넓어지더군
코에 바람 함 넣고 나면
또 기진맥진 할 때까지 회색도시에서 펄떡거릴 수 있어
그 바람이 헝클어진 일상을 반듯하게 정리 해 주지
답답한 가슴과 가끔 끓어 오르는 알지 못하는 분노들
섬에서
눈은 멀리 있는 포구와 작은 마을과 드넓은 바다를 따라 돌고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은 도시에서 잃어버린 여유와 낭만을
되새김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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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는 많은 것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활짝핀 동백
막 피어나는 연분홍 진달래
비릿한 바다 냄새
눈부신 4월의 태양과 부드러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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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와 진달래가 봄에게 물었다.
달라면 줄래?
진짜 달라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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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다 주었다.
그림 같은 바다와 나뭇잎을 살랑거리는 바람의 노래와 애절한 자유
그리고 껄떡이는 미각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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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의 평범하고 검소한 식사가 최고의 만찬 보다 더 빛나던 날
이른 아침의 달콤한 피로가 몰고 온 허기는 별것 아닌 음식으로 황제의 식탁을
꾸미고 걸인의 입맛을 초대하는 날.
그 봄날
난 그곳에서 과묵해진다.
식사를하고 봄날의 나른한 권태에 빠져 들었다.
일상으로 부터의 도피
소음으로 부터의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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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섬에서는 그것으로 족했다.
산행을 포기하고 도로를 따라 느리게 걷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잠시 어느 것을 잃고 어느 것을 선택할지 생각에 잠겼지만
더 높은 곳에서 바다와 포구를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더 강했다.
산악구보 !
달래를 뜯지도 않고 길 섶에 앉아 시간을 죽이지도 않고서도
섬의 나른한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포기한 채
바보처럼 섬에서 또 바빠지고 마는 나
그래 생긴 대로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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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떠랴
그 길도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길이고
낙차 큰 산을 몇 개 내달리며 주마간산으로 바라보는 위도의 풍광이
그렇게 아름답거늘…
등산화 고무탄내 나도록 내달렸는데 마지막 파장봉엔 오르지 못했다.
마지막 여유마저 가파른 산길과 시간에 내어주긴 아까운 날이라
우린 기꺼이 마지막 화룡정점을 훗날을 위해 남겨두고 조용히
도로로 내려 왔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동백이 꽃을 피우고
섬의 기쁨과 평화가 가슴으로 들어왔다.
우린 비로서 잃었던 섬의 여유와 느린 풍경을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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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욕심도 아무렇지 않은 봄날 이었다.
떠나기만 하면 모든 게 다 좋은 봄날 이었다.
좋은 날씨
좋은 친구
좋은 풍경
좋은 음식.
섬에서 다시 마음과 눈이 맑아졌다.
그리고 채 꺼지지 않은 배로 다시 다양한 종류의 술과 쭈꾸미를 포식하고
더 밝아진 얼굴로 씩씩하게 회색도시로 돌아 왔다.
다시 일상과 마주할 의욕과 자신감에 충만한 채로…
봄날은 황홀한 마법이다.
위도 기행 끝
<에필로그>
삶에는 감동과 여백이 있어야 한다.
가끔 나에 대한 놀라움을 느껴보고 싶지 않은가?
내 안에 있는 신명
내 안에 있는 사랑
내 안에 있는 따뜻함
그럼 여행을 떠나라
어디라도 어디로라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마음이 동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돈이 없다고?
시간이 없다고?
여행은 마음으로 하는 거다.
돈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이 있어도 떠나지 못한다.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떠나지 못한다.
봄엔 한번쯤 섬에 가보라
바다와 하늘이 얼마나 푸른지…
풍경과 사람이 어떻게 말을 걸어오는지
삶이 어떻게 미소짓는지 한 번 느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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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인생이 뭐요?
드라마에서처럼 스카이 라운지에서 칼질하면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 보는 거?
아님 하와이 해변 종려나무아래 벤치에 누워 한껏 게으름 피우는 거?
꼭 비싼 밥이 맛있나?
도떼기 시장 같은 젓갈상회 휴게소에서
오만가지 담근 술 한잔 씩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방금 캐온 야채를 마구 집어 넣으면서
시커먼 먹물에 라면을 뽀사 넣으면서
그라다 남은 건 과자먹 듯이 씹어 먹으면서
그렇게 먹는 제철 쭈꾸미는 별로 맛이 없던가?
고상한 분위기에서 조용한 음악소리를 들으며 먹는 호주산 비프스테이크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왁자지껄 한 분위기에서 먹는 신토불이 쭈꾸미는
어떤 게 더 맛 있을까?
딩동댕 !
그때그때 달라요
난 위도 갔다 왔다.
하와이 갈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그래서 그게 어쨌다구?
어짜피 물건너 가는 거 꼭 외국이 아니면 어떤데?
(누가 물어 밧쓰?)
인생 뭐 별거 있수?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추고 싶은 춤을 추는 게지
좀 못 부르면 어때 ?
좀 못 추면 어때 ?
제 흥에 겨우면 다 그게 즐거운 인생이지
고기는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춤은 출 수 있을 때 추는 거야 .
막상 이빨 빠지고 다리에 힘 없어지면
그저 먹지 못하고 추지 못하면서 속절없이 보낸 시간이 아쉬워지는 법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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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에서 봄처녀를 만났어
그리고 하나 배웠어
산자고(山慈姑)
위도에서 유난히 눈을 끌던 꽃이었어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란 뜻의 이름
학명 Tulipia edulis
우리말로 까치무릇이라고 하는데 꽃말은 봄처녀야
그런데 단아하고 기품은 있으되 별로 수줍어 하지는 않는 봄처녀야
종양을 치료하거나 뱀이나 독충의 독을 제거하는 약재로 쓰이고
급성 통풍성 관절염 치료제로 쓰인다고 하네
그리고 샐러드나 짱아치 재료로도 쓰인다 하고
바람난 여인 있지
얼레지
보랏빛 얼레지는 처음 수줍어 고개 숙이고 있다가
빤히 얼굴을 들어 올린다지
그것이 처음엔 부끄러워하다가 치마폭을 들어올리는 여인을
닮았다고 해서 꽃말이 바람난 여인 이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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