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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청산도의 봄

 

 

여행일 :  2012 4 27 ~28

여행지 :  청산도

  :  푸른 4월의 봄 그리고 마눌

 

 

 

 

 

 

청산도

올 들어 몇 번인가 마눌이 청산도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가고 싶은 섬 이었지만 오래도록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뭐 어떠랴!

생각이 머물면 언젠가는 반드시 가게 되어 있고 나는 아직 어디를 가기에 너무 젊고 또

청산도는 우리나라 땅 인데 

그다지 서두를 것도 없었던 청산도가 모처럼 마눌이 가보구 싶다는 말에 갑자기 필이 꽂

혔다.

 

눈이 시린 신록과 아름다운 꽃비를 풀풀 날리던 봄은 기대와 충동을 부채질 했다.

게다가 올 봄 여행길은 유독 날씨와 일정이 기막히게 잘 맞아 떨어졌다.

 

봄이 오는 설흘산

어깨춤을 추던 위도의 봄

북한산 종주와 역사의  길목을 따라 꽃의 향기에 취했던 화사한 서울 성곽 순례길

그리고 부드러운 봄 바람에 눈처럼 날리던 쌍계사 벚 꽃 길과 고요한 하동의 푸른 들판

까지

 

모두 나른한 봄의 유혹과 교태에 혼미한 날들 이었다.

 

봄은 허파에 바람을 넣어 방랑벽을 달뜨게 하고 떠남의 충동을 부채질한다.

팜므파탈

그 치명적인 유혹을 벗어날 수 없어서 부등켜 안고 엉덩이를 흔들고 흥에 겨운 어깨춤을

출 수 밖에 없는

 

눈부신 봄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가?

봄날의 주말엔 없던 일이 자주 터지기도 하고 내가 늘여 놓은 수 많은 인연들은 툭하면

나를 불러내지 못해 안달이다.

행사에, 시집 장가에 , 부고에, 황사에,  봄비에 

우리의 소중한 봄날은 그렇게 속절없이 가는 법이다.

 

아 우리가 잃어버린 봄이 어떤 봄인가?

어 하다가 한 번 보내고 나면  일년을 늙어가면서 다시 기다려야 하는 봄

그렇게 깨어지기 쉽고 가냘프고 늘 뒷태가 아쉬운 그런 봄이다.

 

일년이 금방이라고?

그 쌓인 1년이 벌써 몇 해의 산을 쌓았고

그 중에 나의 봄 날은 몇 날 이었나?

우리 인생의 길목으로 무수한 봄날이 지나갔다.

그 흔적 없는 길목에 서성이는 추억과 갈망이 다시 돌아오는 봄에게 손을 흔든다.

 

지금 떠날 일이다.

어디라도 어디로라도

 

일년이란 세월 뒤에는 세상의 모진 바람이  우리가 봄에 공명 하지 못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눈부신 봄이 세상에 무뎌진 당신의 딱딱한 가슴을 더 이상 흔들 수 없을지 모른다.

 

2012년 봄은 여행길 마다 멋진 날이었다.

사실 쌍계사 벚꽃 여행도 그냥 아침에 무턱대고 떠나서 우연히 만났던 행운의 봄날 이었

.

수 많은 세 잎 클로버 속에서 우연히 만난 네 잎 클로버처럼 소소한 행복의 숲에서 만났

던 그런 행운

 

그래서 만약 떠나게 된다면 가장 멋진 날의 청산도를 만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

 

 

여러가지 일정이 얽혔지만 결국 우리는 푸른 봄 속을 떠났다.

여행은 마음으로 하는 거다.

문제는 떠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지 일단 떠나면 모든 것은 정리되는 법이니까?

 

전날 마눌이 친구들과 임자도에 댕겨오는 통에 모처럼 휴가를 내고 출발하는 금요일 일정이 다소 늦어 졌다.

 

 

 

 

 

 

 

4 27

환상적인 봄날 이었다.

눈부신 햇빛에 부드러운 봄바람이 피부를 간지르는 촉감이 너무 좋은 날이다.

10 40분 배를 포기하고 12 30분 배를 타기로 마음을 고쳐 먹으니 가는 길이 조금은

여유롭다.

마눌의 마티즈와 함께 떠나는 즐거운 여행길이다.

 

눈부신 사월의 마지막 주

남도의 들녘은 온통 푸른 빛이다.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여행을 하다가 푸름이 번져가는 남도의 들녘

에서는 몇 번을 멈추어야 했다.

반가운 추억과의 만남 그리고 기념촬영을 위해.

 

수년 전 가을 100대 명산 주유길에서 만났던 월출산

그 가을의 전설을 뒤로한 월출산의 봄은 싱그러웠다.

푸른 봄이 넘실거리는 남도의 들녘에서 월출산은 강한 카리스마로 다가왔다.

그 몇 년의 세월이 많은 것을 바꾸어 버렸다.

월출산의 긴 바위 능선을 함께했던 보미 아빠가 레테의 강을 건넜고

은비는 간호사가 되어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손바닥에 들여 놓은 스마트 폰은 속도와 효율의 명분아래

빠르게 영토를 확장해 갔다.

자연과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새로운 문명이 세상을 지배한다.

물질적인 풍요와 더 많은 정보가 세상을 공허하고 메마르게하고.

사람의 눈을 보고 만들어 가는 영혼의 대화는 점점 사라져 간다.

사람들은 점차 혼자서도 고독을 느낄 수 없게 되어간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푸른 남도의 들판이고

여전히 발정난 수캐처럼 쏘다니는 나의  역마살 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잃어버린 명상과 사색 그리고  황홀한 고독이 들판

어디에나 널려 있고 찾으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쉽게 만날 수 있음은

 

 

 

 

 

 

산의 매력에 빠진 젊은 날 혼자의 여행길에 만났던 덕룡산과 주작산의 기골이 장대한

골격미를 멀리서 다시 대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난 논두렁에 잠시 서성이며 아직 연초록 싱싱한 젊음을 자랑하는 덕룡과 주작의

변함없는 청춘에 환호와 갈채를 보내면서  먼지 쌓인 8년의 세월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참 빠른 세월이다

 

 

 

 

 

 

 

 

 

 

 

 

 

남도의 멋진 산들은 모두 동화 빛 추억이고 그리움 이었다.

지난 봄의 두륜산

그 차지 않은 바람과 거친 바위 능선

먼 발치의 모습으로도 반가움과 다정함이 먼저 알아보고 달려 간다.

무덤덤한 가슴을 열었던 건 봄의 이야기와 그 품에서 보낸 추억과 사랑이 이었기 때문 이었다.

 

 

 

 

 

 

 

 

 

 

우린 12 30분 배를 타고 한참 유채의 화사한 꽃을 피어나는 청산도의 봄 속으로 떠났다.

그리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부드러운 바닷바람은 뱃전의 깃발을 흔들고 바다와 하늘은 푸른 빛으로 동화시키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자주 배를 타다 보니 이젠 너무 자연스러워진 풍경

흐린 안개가 피어나는 수평선 따라 점점이 떠 있는 섬 그리고 물 꼬리를 단 배

 

 

 

 

 

 

 

 

 

 

 

 

 

 

 

 

우린 다소 늦은 해물탕 점심을 맛나게 먹고 5섯시간 거리에 숙소를 전화 예약하고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으로 떠났다.

 

 

 

 

 

 

 

 

청산도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거기선 세월이 더 느리게 흘러도 좋을 것 같았다.

 

 

 

 

 

 

 

 

 

 

 

여전히 나를 위해  곁에 있어 주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눈부신 태양의 나른한 봄

화사하게 핀 유채 꽃

부드러운 해풍

그리고 옆에서 함깨 걷고 있는 마눌 까지….

 

 

 

 

 

 

 

 

 

 

 

 

 

 

 

 

 

 

청산도의 봄은 아름다웠다.

수 많은 봄 꽃들이 피어나며 절정의 봄을 노래하는 청산도의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그냥 천천히 그 길을 걷는 것 만으로 조용한 희열과 마음의 평화가 느껴지는 그런

길이었다.

 

 

 

 

 

 

 

 

그 섬에서 헬렌 니어링의 말이 생각났다.

오래 살게 되어도 늙지는 마십시요……

우리가 태어나게 된 위대한 신비 앞에서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처럼 계속 살아 가십시요

 

어느 퀴즈 프로그램에서 김동환 기상 통보관이 그런 말을 했다.

아이들처럼 다소 유치해져야 인생이 재미 있고 늙지 않는다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를 늙지 않게 한다.

 

 

 

 

 

 

 

 

 

 

 

 

 

화려한 봄날의 유혹

그리고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여린 마음

그 봄 빛 속에서 여전히 아이처럼 즐거울 수 있어서

인생은 더 즐겁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 버겁다고 말한다.

수도승처럼 자신의 기쁨을 외면한 채 남을 위해 살아 가면서

세상은 즐겁지 않다고 말한다.

 

스스로 세상의 쓴 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사람들은 먼저 낭만을 죽이고 시와 문학을 교살하면서

삶이 즐겁지 않다고 말한다.

웃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이 나비처럼 짧은데

왜 우리가 시처럼 살면 안 되는가 ?

 

 

 

 

 

 

 

 

시와 문학이 없는 삭막한 세상은 모두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 아닐까?

친구의 정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면서

봄이 아름다운 들판을 떠 올리며 가지 않은 나라를 꿈꾸면 왜 안 되는가?

 

 

 

 

 

 

 

 

 

 

자연과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치열한 삶 속에서 진정한 나를 지켜주는

나만의 비무장 지대였다.

 

나는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한 줄기 바람이다.

느림의 섬 청산도

그 풍경 속을 걷는 것 만으로 기쁨과 평화가 밀려 왔다.

 

 

 

 

 

 

 

 

 

 

 

 

 

 

 

 

 

 

 

어제 임자도 산 길을 걸었던 마눌이 결코 느리지 않는 빡빡한 일정에 푸념을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개인차 일 수 밖에 없었다.

마눌의 눈에는 오늘 같이 느린 섬에서 조차  여유로워지지 못하고 하나의 풍경이라도

놓치지 않고 다 돌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여행벽이 다소 불만이겠지만

난 나름대로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걸었다..

 

 

 

 

 

 

 

 

 

 

 

 

 

느림이란 굳이 속도의 문제 만은 아닐 것이다.

차를 타고 돌아보는 청산도가 아니라 두 발로 걸으며 느리게 따라오는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것 자체가 느림과 여유의 미학이다.

 

 

 

 

 

 

 

 

 

 

 

 

 

 

 

 

 

 

 

 

늘 청산도의 사진을 장식하는 서편제 촬영지나 봄의 왈츠 촬영장이 있는 포구 위 언덕

에서 내려다 본 청산도 유채 밭의 풍경이 아름다웠지만 회랑포에서 새땅끝으로 이어지는

해안 길은 마냥 걷고 싶은 충동이 이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이었다.

 

 

4코스 낭길은 이름처럼 산 비탈을 깎아 만든 길인데 우측에 낭떠러지를 두고 수림 사이

사이 바다를 바라보며 떠 가는 낭만적인 길이었다.

 

 

 

 

 

 

 

 

 

 

 

 

 

 

 

 

 

 

 

 

 

 

 

5코스 범바위 길은 압권이었다.

안내소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말탄바위를 지나 해안 명품 길을 걸어 칼바위를 거쳐 범

바위를 거쳐 빠른 길로 하산하려 했는데 아직 숙소까지 꽤 먼 거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해가 기울고 있어 곧바로 범 바위로 올랐다.

범바위 해안의 명품 길은 다음 번을 위해 남겨 두었다

 

 

 

 

 

 

 

 

 

 

 

 

 

 

범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석양이 비껴가는 산과 포구의 모습은 영혼을 정화하고 마음에

고요와 평화를 몰고 오는 아름다운 풍경 이었다.

지도를 보며 나름 시간을 계산하고 있는데 뉘엿뉘엿 기우는 태양에 마음이 자꾸 급해

지는 마눌을 보면서 앞으로 남은 수 많은 여행 길을 함께 하려면 낯선 방랑과 어둠도

기꺼이 감수해야 할 텐데 그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우린 어둠이 코 앞에 까지 와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어떻게 보면 느림의 섬에서 여유 없이 강행군한 셈이 되었다.

 

 

다섯 시간 반의 강행군이었지만 첫 날 내륙의 3코스를 제외하고 7코스 까지 걸었다.

 

1코스만을 빼고 나머지 길은 우리 밖에 없어 고즈녘하고  한적해서 더 없이 좋았다..

 

 

 

 

 

 

 

 

우린 숙소에 여장을 풀고 긴 여행길의 피로와 허기로 맛 있는 성찬을 즐기고

꿈 같은 휴식의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

붉은 태양의 빛이 아직 가시지 않고 옅은 안개가 흘러가는 싱그러운 섬의 아침 길을

걸었다.

그 단순한 걸음이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희망을 불러내고 영혼을 춤추게 한다.

봄은 마법이다.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만나는 것 만으로 우린 아름다운 세상과 더 넓어지는 가슴을

만나게 된다.

 

 

 

 

 

 

 

 

 

어느 교수님이 그랬다.

지기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라고

미안하다

오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그 메세지를 열어보고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삶이 정말 힘든 거라고 

 

스마트폰이 세상을 다 담으려 노력하지만 세상은 이미 다 마음 속에 있다.

내 마음이 슬프면  세상이 쓸쓸해 보이고 내 마음이 기쁘면 세상이 아름다워 놉이는 법이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감동이어야 한다.

살아온 길이 정말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다 해도 

짧은 인생 길에서

다른 이에게는 몰라도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살아서는 안되지 않을까?

정말 힘든 날보다 좋은 날을 훨씬 더 많이 만들어 하는 거

힘든 날도 좋은 날의 추억으로 능히 살아 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보니 알 듯하다.

우리가 태어난 건 어떤 고고함이 아닌 그냥 우연이란 걸

풀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우리는 어느 날 세상에 나왔고

거기엔 어떤 고귀한 목적과 숭고한 소명과 사명감 따위는 없다는 걸

 

 

 

오래 산 길을 걷다 보면 도를 깨우친다.

내가 누구를 위해 희생하고 누구를 위해 살 건

세상의 중심에는 내가 있다.

 

어떤 거창한 대의명분과 목적이 내 삶의 자유를 구속하건

나의 즐거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내게 미안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다시 올 수 없는 여행길 이니까.

 

 

 

 

 

 

 

 

 

 

 

 

상서리 옛 담장 길을 둘러보았다.

인적이 드믄 마을엔 어디나 제주도처럼 돌담 길인데 돌담은 모두 사람 키를 훌쩍 넘겨서

목을 빼고 담장 안을 기웃거리는 정겨움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마을에서 바라보는 신흥리 해수욕장은 한 폭의 맑은 수채화 같다.

아침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밭을 지나 신흥리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길이다.

스쳐지나는  평범한 풍경들이 감동이 되고 찾으려 하면 평범한 날 속에 수 많은 행복이

숨겨져 있음을 느끼게 하는 날이다,

 

 

 

 

 

 

 

 

 

 

 

 

 

 

 

 

 

 

 

코가 뻥 뚫리는 시원한 공기를 호흡하며 아직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논둑 길을

걸었다.

내가 만난 건 섬의 평화

나들이 나온 염소 가족

논두렁에 핀 흰 철쭉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유채

모심기를 위해 물을 댄 논

담장 위의 고양이

 

 

 

 

 

 

 

 

 

 

 

 

 

 

해수욕장 인근에서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아침을 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오늘이 주말이고 1 2일 까지 나왔던 해수욕장이라는데 인적도 드물고 흔한 가게도

 하나 없다.

그야말로 조용한 섬

 

 

 

 

 

 

 

 

 

 

 

 

1시간 이상 청산도 투어바스를 기다려 다시 도청항으로 갔다.

걷지 않은  8, 9구간 길은 버스추어로 대체하는 셈인데 그 길은  별로 걷고 싶지 않은

길이다.

아스팔트 길에

차량의 왕래가 점점 더 많아진다.

혹시 모르겠다 마눌과 약속한 5년쯤 지난 훗날엔  인적과 차적이 없는 어스푸레한 새볔 녘

 쯤에 마눌과 둘이 걸으면 모를까?

 

전복 뚝배기는 제주도에서 먹던 것과 달랐다.

전복 두 개에 생 김을 풀어서 끓인 국인데 시장한 참이라서 그런지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다.

 

 

 

 

 

 

 

 

 

 

식사하고 다시 신흥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마음 같아선 오산과 대봉산, 대성산을 거쳐 도청 항으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3일 째 강행

군하는 마눌을 생각해서 산행은 다음 번의 청산도로 미루었다.

 

 

 

 

 

 

 

 

 

 

 

 

 

 

 

 

 

얼마 남지 않은 청산도의 시간은 아름다운 섬의 섬 항도의 해안 길을 걸었다.

해변을 돌아보려는 욕심에 슬로길을 벗어나 바위가 많은 절벽 해안을 따라 가다가

마눌은 도저히 따라오기 힘든 절벽 지대라 되돌려 보내고 혼자 바위 절벽 타고 갔다.

으레 그렇듯이 길이 없는 곳에서 만난 풍경은 더 비장하고 아름답다.

 

 

 

 

 

 

 

푸른 물길이 발 아래 굽어 보이는 해안에서 절벽 길은 더 이상 사람이 갈 수 없었다.

그 곳까지 갔으니 다시 돌아가기는 아까워서 위로 올라가는데 길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지도상에 길이 섬 가운데 능선으로 나 있으니 숲과 덤불을 헤치고 길을 내서 한참

오르면 길을 만나게 될 것 같아 악전고투하며 길을 만들어 갔다.

 

 

 

 

 

 

 

 

 

 

마눌에게 전화를 하니  슬로길을 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풍경에도 가시가 있다.

드러나지 않은 비경을  염탐한 대가로 비싼 통행세를 지불하고 나서  섬 가운데를 관통

하는 길을 만났다.

 

그냥 마눌이 올라오는 길을 따라 내려 갈까 하다가 목섬 새목아지 풍경이 아름답다던

투어 안내인의 말이 생각나서 빠른 걸음으로 섬 끝으로 갔다.

그 곳에서  만난 것은 인적 없는 고요와 눈부신 푸른 바다였다.

마눌을 데리고 왔으면 좀더 여유롭게 조용한 섬의 가장자리에서 노닐다 돌아 갈 수 있었을

텐데 뒷길에 마눌을 혼자 남겨두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서 아쉬운 풍경을 급하게 기억 속에

밀어 넣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마눌을 이정표가 있는 분기점에서 만났다.

두 길에서 어긋났으면 한참을 헤멜 뻔 했는데 다행이었다.

 

 

 

 

 

 

 

 

 

 

 

 

 

 

 

 

 

 

우린 우측 해안 길을 걸어 내려와 섬목으로 들어온 길을 따라 다시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마지막 걷는 길이었다.

섬을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왠지 아쉬워지는 길이었다.

느린 바람보다도 더 천천히 걷다가

해변 끝 정자에서는 잠시 누워서 푸른 하늘을 바라 보았다.

 

 

 

 

 

 

 

 

 

 

 

투어버스는 그다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갑자기 많아진 사람들로 앉을 자리 없이 서서 창 박을 스쳐 지나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도청 항이다.

2시 배가 있었는데 출발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부랴부랴  표를 끊어 승선을 하고 보니 배가 초 만원이다.

섬은 그렇게 조용했는데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우린 그렇게 엉겁결에 갑작스럽게 청산도를 떠났다.

아틀 동안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불러내어  꿈 같은 시간을 준비해 주었던 청산도에

인사도 하지 못하고

 

 

흰 거품을 뿜어내는 뱃전에서 인사했다.

기다려 !   5년 후에 마눌과 다시 올께

 

그 때와서 꼭 다시 확인 해 보구 싶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내가 느리게 걸었던 그 섬의 아름다운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 인지

흐르는 5년의 세월에도 느린 섬의 아름다운 풍경이 여전히 내 마음을 흔들 수 있는지...

 

 

 

 

 

 

 

 

 

 

 

 

 

 

 

 

완도 어장에서 갑오징어와 회 한 접시를 먹었다

 

 

헨리 데이비드소로가 그랬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값싸게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라고

 

맑은 바람과 흰 구름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젊은 시절 온 산하에 뿌린 나의 땀방울과 어디를 가도 다시 살아나는 즐거운

추억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억지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풍류와 자연을 벗삼아 마시는 한잔의 술과 아름다운 풍경들

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언제나 인생을 살아갈 만한 것이다.

늘 우리가 그렇지 않다는 핑계를 만들려고 할 뿐…..

 

 

 

안녕 청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