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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지리산 폭포 산행 (만복대-선유폭포 -구룡폭포-비폭포)

 

 

 

 

 

꼭 산을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비 오는 날 까지 꾸역꾸역 갈 일은 더욱 아니다.

 

하지만 잠시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오늘. 비 오는 주말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한  내게 어떤 멋진 날을 선물해 줄 수 있는가?

 

비 오는 날 더 멋진 시간을 준비할 수 있다면 계획은 수정되어도 좋다.

하지만 단지 비에 젖는 꿉꿉함의 이유 만으로 소중한 주말의 하루를 포기한다면

산과 추억을 TV 채널과 구들장으로 대신할 거라면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을 잃어 버려야 할 것이다.

 

 

밥만 먹고 사나?

가끔 죽도 먹고 자장면도 먹는다.

간만에 먹는 누룽지는 감칠맛이 난다.

 

올 여름 태양이 쨍쨍한 날은 비지땀을 흘리며 수 없는 길을 걸어 보았다.

쌀밥?  이젠 물릴 때가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가 예정되지 않는다면

그 길이 그리 위험하지 않은 길이라면 예정대로 떠나는 게 맞지 않을까?

 

설령 비를 맞는다 해도 떼로 하는 날궃이는 할만하다.

비는 알탕과 더불어 감동이 부족한 계절의 카타르시스다.

 

비에 젖은 산하를 걸어 본 사람은 안다.

세차게 얼굴을 후려패는 차가운 비와 바람의 후련함

그리고 우중산행 후 계곡물에 목욕재개하고 마시는 한 잔 맥주의 상쾌함

 

젖는 두려움을 벗어 버리고 나면 그 빗 속엔 낭만과 추억이 고인다.

그 너머를 바라보고 상상해보라

변화무쌍한 세상의 예상치 못한 기쁨이 반갑게 손을 흔들지도 모른다.

 

가장 멋진 풍경은 비 다음에 찾아 오는 눈부신 대자연의 풍경이다.

운무가 산허리를 휘감은 신비로운 풍경도 우수에 찬 대지의 흐느낌을 타고 온다.

빗 속에 떠나지 못하면 우리가 찾는 무지개는 언제 만나나?.

 

작년 가을 예정된 빗 속에 설악으로 혼자 떠났다.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설악을 만났다.

그 때 사람들이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빗 속을 떠나는 이유를 보았다.

 

비에 관한 추억은 지리산에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비 오는 지리산의 그리움은 그런 거다.

텅 빈 산  그리고 거칠게 흐르는 계곡의 탕류

 

 

신령님이 안 바쁘시면 눈부신 만복대에서 지리산의 구름바다를 열어 주실지도 모른다.

아니면 말고 ..

최소한 만복대의 바람과 안개는 만날 수 있겠지

 

귀연은 재정이 튼튼해서 적자산행이 문제될 게 없다.

그래서 큰 비에 나름 쾌재를 부르고 떠날 수 있는 길이었다.

비 안 오는 날의 만선을 기대했던 길이라 아쉽긴 해도 

인원은 예상보다 많았다.

그리움과 비의 맛을 아는 19

너무 적은 인원이 안스러워 꼬리말을 달지 않고 나온 사람까지

 

 

요강바위와 선유폭포로 이어지는 비등은  산산해님 얘기대로 위험한 코스는 아니었다

내내 안개와 바람과 동행했다.

이름 모를 수 많은 야생화들이 반갑게 웃어주고

비 젖은 산 등성이에서 이름 모를 새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다. .

예고대로 시원한 납량 산행이었다.

 

 

만복대의 눈부신 태양과 구름바다 대신

우리가 만난 건  웅장한 바람소리 연주와 삼페인 세리모니

와우 허를 찌르는 지리산 신령님의 익살!”

산신령님 센스쟁이 !“

“근데 신령님 짜고 치는 고스돕 냄새가 좀 나요”.

어제 속리산 신령님도 잔뜩 인상만 쓰셨는데…”

 

내려 가는 길은 미답의 길 이었다.

자욱한 안개가 그리는 신비로운 그림을 감상하며 내려갔다.

"일헐수가?"

거칠어 지고 물이 제법 불은 계곡 길에서 옷매무새와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의 각오를 다지려는 순간 상황끝 !

 

길은 엉겁결에 끝나 버렸다.

그리고 거기 장쾌한 선유 폭포가 서 있었다.

 

갓바위 전회장님 손에 장을 지질 일이 없었던  5시간의 짧은  산행 이었다.

 

비가 와서 재수 좋은 날

가장 좋은 날의 폭포를 만나고 그 청정한 폭포수에 몸을 씻었다.

그 세차고 차가운 물에 오래 몸을 담구었다.

진기가 오르는지 물 속에 오래 머물수록 몸에서는 열이 더 났다.

신령님 병은 없겠지만 잔병이라도 죄 가져가고 자리산의 좋은 기는 팍팍 좀 넣어줘

봐유..”

 

닦아낸 것 흐르는 땀만이 아니었다.

거칠 것 없는 구룡폭포와 아름다운 비폭포는 횡재였고

맛 있는 수육은 궂은 날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상 이었다.

 

 

지리산신령님의 배려와  함께한 산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산행일 : 2012 7 15

산행지 : 지리산

  : 성삼재-만복대-요강바위-선유폭포-구룡폭포-비폭포

  : 흐리고 비오고 맑고

  : 5시간

  : 귀연 19